서울 주얼리 브랜드들의 두 번째 리그
마릴린 먼로의 탐나는 입술, 알록달록한 컬러 스톤, 해골과 십자가 …
재치 만점의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울 주얼리 브랜드들의 두 번째 리그!
서울의 주얼리 디자이너들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는 물론, 다양한 빛깔의 희귀 스톤이나 금을 재료로 상상력을 맘껏 펼치기란 꿈 같은 얘기다. 방돔 광장의 보석상이라면 그게 꿈이 아닌 지극히 현실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패션 브랜드들이 좀더 젊고 과감한 컨셉을 기본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곁들여 세컨드 라인을 내는 것처럼 서울의 주얼리 디자이너들도 두 번째 리그에 돌입했다. 그들의 차고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세컨드 브랜드가 그것. “머릿속에서 맴도는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두 번째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파인 주얼리에 아이디어를 접목시키기엔 가격 책정에 제약이 많았죠.” 2009년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파나쉬(Panache)’를 론칭한 디자이너 차선영은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이용한 세컨드 브랜드 ‘피 바이 파나쉬(P by Panache)’를 기획했다. “재료 사용에 있어 한계가 없는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수작업과 주문 제작 위주의 파나쉬 파인 컬렉션에서는 볼 수 없는 크고 다양한 디자인이 특징이죠. 덕분에 고객 연령층도 훨씬 더 넓어졌죠.”
피 바이 파나쉬처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매개체다. 미네타니의 김선영 역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제작하던 커머셜 라인을 독립시켜 ‘타니(Tani)’를 론칭했다. “브라스, 실버, 스와로브스키, 지르코니아 등 좀더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연출할 수 있어요. 특히 ‘#82 컬렉션’은 고객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이니셜과 모티브 참을 이용해 DIY로도 제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미네타니의 브랜드 철학을 배제한 건 아니다. 타니의 헬릭스(Helix) 반지들은 미네타니에서만 볼 수 있는 앤티크한 디자인의 메탈과 실버 버전.
레쿠(Leskoo) 역시 시그니처 컬렉션인 쉐이나 반지와 보석의 중량을 줄인 세컨드 컬렉션을 준비했다. “‘에스 바이 레쿠(S by Leskoo)’에 진짜 보석이 아닌 제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컨드 브랜드라고 해서 인조 보석을 사용하는 건 기존 고객들을 속이는 기분이었어요. 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스톤의 중량을 줄이고 다이아몬드의 캐럿 수도 줄였습니다.” 디자이너 안현주는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다양한 탄생석을 빼곡히 사용해 아기자기한 또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한편, 2008년 론칭한 빈티지 헐리우드는 지난 10월 세컨드 브랜드 ‘하이칙스’를 론칭했다. “빈티지 헐리우드가 중후함이 느껴지는 화려함이라면, 하이칙스는 컬러풀하고 키치한 디자인이 기본이 됩니다. 긍정적이고 엉뚱한 느낌을 가미하고 싶었죠.” 오너 겸 디자이너인 서보람은 팝아트 장르를 세컨드 브랜드에 유쾌하게 접목시켰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눈 모양과 탐스러운 입술이 하이칙스의 첫 번째 모티브예요.”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에서 나온 듯한 눈 모양의 반지와 새빨간 입술 모양 목걸이는 2만~4만원대로 10대 소녀들에게 엄청난 인기다. “하이칙스는 트렌드를 실시간 적용하고 반응 역시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속이나 에폭시처럼 재미있는 소재도 맘껏 사용할 수 있어요.” 이처럼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낸 뒤 디자인에 자유롭게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세컨드 브랜드의 장점. “연령층이 나뉜다기 보다 취향이 나뉘는 것 같아요. 다른 취향의 고객을 위한 또 다른 라인인 셈이죠.”
그런가 하면, 수엘(Suel)의 이수진은 분더샵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검증받은 ‘실버’ 컬렉션을 따로 분리했다. “골드와 다이아몬드만으로 자체 공방에서 100% 수작업되는 수엘은 가격대가 높아요. 수엘 주얼리를 여러 개 사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고객들에게 실버 컬렉션은 반응이 아주 좋아요.” 그녀는 론칭과 동시에 홍콩 편집숍 ‘I.T’에서 주문이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요즘 유행하는 ‘U’자형 반지(오픈 링)에 다양한 컬러스톤이 큼직하게 세팅된 큐빅 반지의 판매는 놀라울 정도. “그동안 캐럿과 디자인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세컨드 라인에는 실버에 모조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큐빅 지르코니아를 씁니다. 빛깔이 다양해 수엘에서 볼 수 없는 과감한 주얼리를 완성할 수 있었죠.”
사실 이런 과감한 디자인의 주얼리는 커스텀 주얼리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세컨드 브랜드에 눈독 들이기 시작한 이유는? “파인 주얼리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은 다른 값싼 커스텀 주얼리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퀄리티에서 만족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이수진의 말처럼 세컨드 주얼리는 단순히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뻔하고 상식적인 주얼리보다 어딘지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대세니까.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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