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욕실에서 탄생한 새로운 패션

2016.03.17

by VOGUE

    욕실에서 탄생한 새로운 패션

    욕실에 걸린 타월과 침실의 리넨 잠옷이 패션 거리에 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공간인 침실, 그리고 가장 사적인 욕실에서 탄생한 뉴 룩!

    벽지 문양의 러플 크롭트 톱과 팬츠는 미우미우(Miu Miu), 테리 소재 가운은 로리엣(Roliat), 플랫 슈즈와 양말은 프라다(Prada).

    모니터 앞에서 하품을 참으며 일하는 우리 시대 ‘미생’들이라면, 매일 아침 알람 소리와 함께 ‘이대로 그냥 출근하고 싶다’라고 속으로 외칠지 모르겠다. 직장인에게 이른 아침 포근한 이불 속에서의 5분은 5시간처럼 길고도 달콤한 시간. 찰나의 아쉬움을 사수하고 싶다면 올봄 유행 랭킹 상위권에 있는 ‘파자마 룩’이 답이다. 입는 것만으로 온몸이 나른해지는 파자마와 섹시한 기분이 드는 란제리는 세기를 막론하고 디자이너들이 자주 응용하는 단골 재료다. 오랫동안 하이패션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이 은밀하고 편안한 침구 패션을 과감하게 런웨이로 끌어들인 빅터앤롤프. 2005년 가을 컬렉션을 위해 그들은 퀼팅 이불로 만든 이브닝 드레스, 큼직한 베개, 방금 자다 깬 듯한 풀어헤친 헤어스타일로 구색을 맞춰 완벽에 가까운 ‘이부자리 쇼’를 선보였다(누구는 ‘몽유병’ 쇼라 명명했다).

    그렇다면 2015년 아침에 돌아온 파자마 룩은? 70년대 히피 룩이라는 분방한 보헤미안 트렌드 안에 파자마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잠옷처럼 소박한 패턴, 고급스러운 자카드, 매끄러운 실크와 면 100% 등 다양한 버전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 패션 위크를 통해 로맨틱 파자마를 선보인 스티브앤요니는 이렇게 설명한다. “르네상스시대에서 영감받은 디테일을 파자마에 적용했어요. 러플이 달린 바지와 프릴, 시스루 티셔츠 등 어린 시절 파자마 룩을 떠올렸죠. 침실에서 바로 빠져 나온 듯한 여유 있는 사이즈, 여기에 가공하지 않은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했어요.”

    이런 파자마 룩은 공들여 모양 낸 듯한 스타일이 아닌,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며 휴식을 취하듯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관건이다. 그리고 ‘잠옷 아닌 잠옷 같은 잠옷인 듯’ 보이는 파자마 수트를 집 밖에 그대로 입고 나갈 수도 없지 않나. “이번 시즌 파자마 룩을 유행하는 스트리트 스타일로 풀려면 데님을 곁들이면 좋아요.” 요니의 실용적인 대안은 MM6 컬렉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반질반질한 실크 파자마 수트에 데님 조끼를 입거나 란제리 슬립에 데님 팬츠를 연출하는 식이다. 스티브앤요니가 파자마와 데님을 결합해 캐주얼하게 파자마 룩을 재구성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레이디라이크 룩의 대가답게 소녀 취향의 러플 잠옷을 이브닝 룩으로 승화시켰다. 그녀는 미우미우 걸들을 위해 러플과 벽지 문양의 자카드, 레이스를 혼합한 파자마 옷감을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트 톱과 펜슬 스커트와 시가렛 팬츠에 매치했다. 깜찍하고 발랄한 면도 있는 이 룩이라면 멋쟁이 아가씨들이 파자마 파티나 이브닝 파티에 적용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은 침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사적인 공간인 욕실은 또 어떤 모습으로 패션에 도입했을까? 제레미 스콧은 방금 막 샤워를 끝낸 듯 진짜 타월 드레스를 모스키노 무대에 올렸다.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가 인스타그램에 계속해서 올리는 타월 시리즈의 셀럽들처럼 큼지막한 타월을 머리에 두른 바비 모델들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테리 소재로 된 라이더 재킷과 쇼츠, 백팩까지. 또 아크네 스튜디오는 젯셋족의 여행을 표현하며 청록색 타월 미니 드레스를 선보였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침실과 욕실로의 초대’가 있었다. “과도하게 꾸미지 않은 멋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부두와’를 주제로 로리엣 쇼를 선보인 홍승완의 설명이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은 역시 집에 있을 때죠. 욕실과 침실을 오가던 중 이번 컬렉션 주제가 떠올랐어요.” 그는 너무 노골적인 테리 소재보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많이 쓰는 파일 소재로 로리엣의 하이패션 정신을 표현했다. “게다가 실제로 욕실에서 입는 옷이 아니기에 안감까지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또 코튼 100%에 자신이 개발한 프린트를 적용한 파자마 시리즈도 한 가득 선보였다. “오리지널 파자마 프린트이기에 한 벌로 입는다면 잠옷을 입은 듯 이상해 보이겠죠. 파자마 셔츠와 팬츠를 따로 스타일링하세요. 얇은 컬러 니트나 스포티한 팬츠, 가죽 재킷과 늘어진 티셔츠 등등. 세상에서 가장 편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KIM BO SUNG
      모델
      김성희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박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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