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봄날의 운동

2016.03.17

by VOGUE

    봄날의 운동

    봄철엔 운동 부상이 급증한다.
    지나친 자신감과 빠른 효과를 보고 싶은 과욕의 결과다.
    과한 운동은 고생해서 다치고 더 늙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훈훈한 봄바람은 아름다운 몸매를 향한 심기일전에 불을 지핀다. 그러나 다른 계절에 비해 봄철에는 운동 부상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겨울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강남 자생한방병원 최우성 원장도 3월 운동 부상으로 본원을 찾는 환자 수가 2012년 155명, 2013년 165명, 2014년 193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풀렸다는 생각에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운동량이 줄어드는 겨울 동안 생각보다 더 많은 근육이 손실되고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창 운동하던 시절만 기억하고 운동을 하면 부상을 입기 쉽죠.”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관절. 운동 처방사인 린클리닉 김주장 팀장은 어깨, 발목, 손목, 척추, 허리 등의 관절 부위는 가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골프, 테니스 같은 스윙 동작을 하는 역동적인 운동은 어깨나 허리 부상을 입기 쉽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경우는 무거운 걸 들면서 손목 관절을 많이 다치죠. 특히 여자들은 유연해서 손목이 꺾인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죠. 그런 의미에선 맨손 운동이 가장 좋은데,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동작조차 무리일 수 있습니다. 바닥에 엎드려 하는 동작, 팔굽혀펴기 등은 손목이 튼튼하지 않으면 초기엔 삼가고, 이후에도 자세를 자주 바꾸거나 각도를 높여 팔목에 가해지는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최우성 원장도 겨울철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났거나 BMI 측정 시 체중 대비 근육량이 낮게 나오는 여자들은 러닝 머신을 달릴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릎 관절과 주변 근육이 체중을 받칠 힘이 없기 때문에 체중과 중력의 충격을 무릎관절이 고스란히 받습니다. 이로 인해 연골 손상이나 슬개골 건염 등 무릎 질환이 올 수 있죠.” 특히 우리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허리는 엉덩이, 허리 근육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거나, 체형이 비뚤어져 근육의 밸런스가 깨져 있을 때 무리하면 특히 상해를 입기 쉬운 부위다.

    그렇다면 적당한 운동 강도란 어느 정도일까. 김주장 팀장은 “운동 후 피곤하면 오버 트레이닝”이라고 강조했다. “운동 후 컨디션이 회복되고 오히려 활력이 생겨야 합니다. 아파야 근육이 커진다고 생각하는데 기분 좋은 약간의 근육통, 몸을 잡아주고 세워지는 느낌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운동 후 몸이 축축 처지고 아프다면 이는 무리한 운동을 했다는 신호입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 아플 이유가 없거든요. 운동할 때 힘들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끝난 후엔 오히려 아픈 통증이 없어지고 몸에 생기가 돌아야죠. 문제는 단기간에 마치 선수들처럼 운동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는 것. 대부분의 엘리트 선수들은 정말 많은 부상을 당하는데 말이죠. 또 운동은 장점이 많지만 부상, 활성산소로 인한 노화 등의 단점도 있습니다. 과한 운동은 고생해서 늙는 지름길이란 사실, 잊지 마세요.”

    특히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제대로 먹지 않고 운동하는 것이 문제다. 물리치료사이자 자이요가 시니어 트레이너인 비하 트레이너는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근육이 힘을 쓸 수 없으니 당연히 다칠 위험이 높아집니다.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혈당을 떨어뜨리거든요. 운동 중 지속적인 수분 보충과 동작에 맞는 호흡법을 통해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식이 조절까지 겸한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공복에 운동 강도를 높이면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 컨디션이 저조해지고 기운도 없어 다이어트 자체가 고역이 된다. 몸이 축날 뿐 아니라 당연히 요요가 올 확률도 아주 높아진다. 그렇다면 다쳤을 때 초기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RICE’를 기억하세요. Rest, 쉬면서 다친 부위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Ice, 얼음찜질을 합니다. 부상이 생기면 온몸의 피가 그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붓습니다. 얼음찜질은 더 이상 피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 부종을 줄여주죠. Compression, 다친 부위를 압박해 부기를 가라앉히고(부기가 심하면 통증도 심해지기 때문), Elevate,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출혈과 부종을 줄입니다.” 물론 응급처치가 끝났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제대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만성 통증. 김주장 팀장은 특히 봄날 이런 만성적인 통증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러지거나 출혈 등이 있으면 그나마 병원에 가는데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는 만성 통증의 경우는 ‘괜찮아지겠지’ 하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 동안 이런 만성 통증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활동량이 줄어 더 약해진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제대로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다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이나 허리에 디스크 등이 오거나 근육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자신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여서 판단해보세요.” 통증에는 기분 좋은 통증과 기분 나쁜 통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뻐근하지만 꽉 잡힌 듯한 느낌, 힘들지만 움직였을 때 묵직한 느낌 정도라면 그건 근육통 정도로 이해해도 좋다. 그러나 움직였을 때 찢어지는 듯한 통증, 쿡 쑤시는 통증, 쏘는 듯한 통증, 뭔가 걸린 듯한 통증처럼 기분 나쁜 통증이라면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정형외과나 스포츠의학 전문 병원(운동선수들이 많이 가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상해 시에는 초기 대응이 무척 중요합니다. 손상되는 정도가 크게 달라지고, 재활 기간도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다친 부위 자체도 안 좋아지지만 그 부위를 못 쓰기에 보상 작용으로 다른 부위를 더 많이 움직이면서 방사통이 일어나 여기저기 온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또 물리치료는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치료 자체가 아님을 유념하세요. 다친 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자기 자신을 알고 인정하라.” 전문가들이 봄철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강조한 마음가짐이다. 비하 트레이너는 “봄철 운동을 시작할 때는 과거 운동량의 50%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왕년에 운동 좀 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그게 언제냐고 물어보면 수년도 더 지난 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세요.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 그것이 운동 부상을 줄이는 최고의 골든 룰입니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소품 협찬
      린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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