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 바이 구찌의 얼굴, 샬롯 카시라기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나코 왕국의 로열 패밀리, 샬롯 카시라기가 ‘플로라 바이 구찌’의 얼굴로 발탁됐다.
파리에서 만난 그녀와 〈보그 코리아〉의 독점 인터뷰.
샬롯 카시라기.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장녀, 캐롤라인 공주의 딸로 태어났기에 세상 물정 모르고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는 흑백논리는 그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미스 카시라기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취미로 승마를 즐긴다는 것 외엔 귀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잊혀질 만큼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 샬롯은 비영리단체를 지지하는 인도주의적 캐릭터이자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운동가다. 마음만 앞서는 열정이 아닌, 에코 프렌들리 잡지 <어보브(Above)>에 직접 기고를 하고, 2009년엔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패션 아트 북 <에버 마니페스토(Ever Manifesto)>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를 설립해 프로듀서로도 활약 중이다. 이쯤 되면 그녀를 워커홀릭이 되려는 로열 패밀리 아가씨라 말하겠지만, 사랑도 놓치지 않았다. 모로코 출신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 게드 엘마레 사이에서 낳은 한 살배기 아들은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꼭 닮았다.
5년 전,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프리다 지아니니는 글로벌 챔피언 투어를 앞둔 카시라기를 위해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승마복을 건네며 은근한 속마음을 전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구찌는 승마로부터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승마 애호가이자 스포츠 정신이 투철한 그녀만큼 구찌와 어울리는 사람은 없죠. 균형 잡힌 몸매와 매혹적인 이목구비는 또 어떻고요.” 프리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샬롯 카시라기는 2013년 구찌 패션 하우스가 전개한 ‘포에버 나우’ 시리즈의 모델로 발탁됐다. 레드와 그린 스트라이프 패션, 홀스빗 로퍼, 플로랄 패턴 스카프, 뱀부백 등 구찌를 빛내준 헤리티지 요소를 주제로 피터 린드버그, 머트앤마커스, 브루스 웨버 등 내로라하는 패션 사진가와 작업하며 완벽한 구찌 레이디로 변신했다. 또 파리 <보그>는 이번 4월호 표지 모델로 샬롯 카시라기를 내세웠는데, 마리오 테스티노의 카메라 앞에 선 그녀의 포즈와 표정은 노련하고 당당하며 아름다웠다.
지난 12월, 1966년 그레이스 켈리를 위해 탄생한 플라워 패턴을 패키지에 응용한 향수 ‘플로라 바이 구찌’의 모델로 샬롯 카시라기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한국에선 오직 <보그 코리아>와의 독점 인터뷰가 성사됐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파리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방돔 광장 한복판에 자리한 파크 하얏트 호텔 로비는 특별한 손님맞이로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보그 코리아>팀에 전달된 시크릿 룸 넘버는 532호. 하늘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의 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에도 승마로 다져진 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다가왔고, 악수를 건넨 오른손은 차가웠지만 부드러운 힘이 느껴졌다.
VOGUE 만나서 반가워요. 이번 인터뷰 매체 선정에 <보그>만을 고집했다 들었어요.
CHARLOTTE Casiragh i(이하 CHARLOTTE) 맞아요. <보그>잖아요. 하하!
VOGUE 영광이네요. 얼마 전 ‘플로라 바이 구찌’ 광고를 찍었다고 들었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CHARLOTTE 프리다와 저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예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가 아주 수월했죠. 어떤 부담이나 압박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VOGUE 파리에서 찍었나요? 아니면 밀라노?
CHARLOTTE 둘 다 아니에요.(웃음) 촬영지는 런던이었고, 사진가 머트앤마커스 듀오와 작업했습니다.
VOGUE 멋지네요. 촬영장에서 플로라 바이 구찌를 원 없이 맡아봤을 텐데요. 플로라 바이 구찌의 키워드를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CHARLOTTE 프레시, 페미닌, 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로맨틱!
VOGUE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단 하나의 플로라 바이 구찌 향수는 무엇이었나요?
CHARLOTTE 이건 고민 없이 답할 수 있어요. ‘그레이셔스 튜베로즈’! 플로라 바이 구찌의 가든 컬렉션에 속한 제품인데, 개인적으로 월하향(Tuberose)을 좋아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더군요.
VOGUE 동의해요. 어제 P&G 향수 디렉터를 만나 플로라 바이 구찌 전 라인을 시향해 봤는데, 제가 고른 향수도 이거였죠. 어떤 점이 마음에 들던가요?
CHARLOTTE 잔향이 아주 우아하면서도 신선해요. 한마디로 머리 아픈 향이 아니라는 거죠.
VOGUE 조향사들은 유년 시절 경험한 추억의 향을 모티브로 향수를 만들곤 해요. 본능에 이끌리는 거죠.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향수가 떠오르나요?
CHARLOTTE (한참을 고민하다)이걸 어쩌죠. 유명 브랜드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름이 도무지 기억나질 않아요. 하지만 꽃 내음이 강한 플로럴 향수였던 건 확실해요. 잔향이 가벼웠던 걸로 기억하니 오 드 퍼퓸이 아닌 오 드 뚜왈렛 제품이었고요. 특정 향수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화장대엔 늘 에센셜 오일이 놓여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라벤더 같은 자연 친화적인 향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VOGUE 당신만의 특별한 향수 사용법이 있다면요?
CHARLOTTE 공중에 뿌리고 그 사이로 잽싸게 뛰어가기! 향을 캐치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뿌리고 빨리 지나가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죠. 너무 뻔한 방식인가요? 하하!
VOGUE 지금도 그렇고, 공식석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피부가 좋아서 그런지 늘 아름답네요. 따로 피부 관리를 받나요?
CHARLOTTE 아뇨. 제 뷰티 루틴은 굉장히 단순해요. 아침저녁 꼼꼼히 세안을 하고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수분크림을 듬뿍 바르죠. 최소한 기본에 충실하려 해요. 피부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완벽한 세안이죠. 그래서 화장을 지우지 않고는 절대 잠자리에 들지 않아요.
VOGUE 당신은 플로라 바이 구찌의 뮤즈이자 구찌 코스메틱의 모델이죠. 직접 써보니 어떤 제품이 가장 좋던가요?
CHARLOTTE 오,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구찌 코스메틱 라인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하나만 고르기 어렵거든요. 클래식 아이템 중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아이라이너인데 사용하기 정말 쉬워요. 골드 아이섀도도 정말 예쁘고, 아이코닉 레드 립스틱 역시 빼놓을 수 없겠네요. 실제로 발라보면 더 예쁜 제품이니 여러 가지 컬러들을 즐겨 보길 권해요.
VOGUE 오늘 입술에 바른 것도 구찌 립스틱인가요?
CHARLOTTE 아뇨. 입술 색과 가장 비슷한 샤이니 글로스를 선택했어요. 원래 내 입술처럼 자연스럽죠.
VOGUE 메이크업 철학이 있다면요?
CHARLOTTE 피부 톤이나 눈동자 색깔 등 내 얼굴에 잘 어울리고 남이 보기에도 편안한 메이크업은 따로 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메이크업 과정을 즐겨야 하기에 이런저런 과감한 시도도 해보고 내 선택을 밀고 나가는 자신감 역시 필요해요. 이 또한 나이대나 패션 스타일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뭐가 나한테 잘 맞는지 찾는 과정이 필요하죠.
VOGUE 당신의 사진들을 보면 손톱이 늘 깔끔하게 정돈돼 있더군요. 매니큐어는 직접 바르나요?
CHARLOTTE 가끔 전문가에게 맡기지만 직접 바르는 걸 좋아해요. 매니큐어 솔을 들고 손톱에 바르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끼죠.
VOGUE 좋아하는 컬러는요?
CHARLOTTE 다크 레드. 버건디라고 하나요? 피처럼 진한 빨간색이요.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죠. 블루 같은 톡톡 튀는 네일도 좋아해요. 인터뷰를 앞두고 핑크 레드를 발랐는데,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VOGUE 짧은 손톱에 바르니 정말 귀여워요. 잘 정돈된 손톱과 더불어 풍성한 머리카락은 당신의 트레이드마크란 걸 알고 있나요? 특별한 관리법이 있다면 알려줘요.
CHARLOTTE 천연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쓰고 드라이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요. 모발이 건조해지고 손상되기 쉬우니까요. 겨울에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내버려둬요. 바로 외출하면 조금 춥긴 하지만 습관되면 견딜 만해요. 하하. 참 매일 오메가 6를 챙겨 먹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VOGUE 승마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말을 탈 때 메이크업을 따로 하나요?
CHARLOTTE 그럼요! 하지만 최대한 가볍게요. 말의 속력이 빨라질수록 바람이 심해지고 땀이 나기 때문에 얼굴에 뭘 많이 바를수록 머리카락이 달라붙어서 불편해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줄 선크림과 파운데이션으로 잡티만 살짝 가려주죠.
VOGUE 한국에서도 승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베테랑인 당신이 생각하는 승마의 장점은 뭔가요?
CHARLOTTE 무엇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하는 대표적인 아웃도어 스포츠고, 획일화된 동작이 반복되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좋은 스포츠예요. 말을 다루는 데 전신 근육이 사용되기 때문에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다 조깅이나 수영처럼 무리하게 힘들지도 않죠. 말과 나누는 감정적인 교류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VOGUE 얼마나 자주 타나요?
CHARLOTTE 경기 스케줄에 따라 달라지는데 평균 일주일에 네 번 정도?
VOGUE 샬롯, 지금껏 본 당신의 얼굴 중 가장 해맑은 표정이에요. 당신 애마의 이름이 뭔지 궁금해지는데요?
CHARLOTTE 주로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출신의 말들인데 생김새나 특징에 맞춰 이름을 지어줬어요. 가장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이름은 ‘친친’이에요. 윤기 나는 새까만 털이 매력적인 녀석이죠.
VOGUE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어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당신만 봐도 알 수 있죠.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나요?
CHARLOTTE 제 사전에 충동구매는 없어요. 물건을 살 때 아주 꼼꼼히 살펴보고 제조 과정에 환경을 해친 흔적이 보인다면 무조건 아웃이죠.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가급적 고기보다는 채소나 과일 위주로 먹으려 노력하고, 또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기 보다는 소재 좋은 옷 한 벌에 투자하죠. 전통 있는 브랜드일수록 오래 입어도 뒤틀림이 없거든요. 오래 입는 옷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구의 원자재를 아끼는 데 도움이 돼죠.
VOGUE 구찌를 겨냥한 답변인가요?
CHARLOTTE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명품과 자연은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는데, 알고 보면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이런 이슈에 더 예민하거든요. 개인적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원자재를 사용하고 수작업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VOGUE 멋진 대답이에요. 마지막으로 작가, 프로듀서, 구찌 레이디, 라파엘 엄마가 아닌, 서른 살 여자 샬롯 카시라기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CHARLOTTE 심플 라이프! 매 순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그 순간의 기분에 충실하려 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인생에는 각각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믿죠. 외출 전 두 눈을 깜빡이며 향수를 뿌리는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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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MARIO TESTINO,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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