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은 이제 패션계에서 물러나는가?
눈을 돌리는 곳마다 색채들이 눈부시다. 파랑, 노랑, 연보라, 터키, 스칼렛, 피스타치오 혹은 골드. 이 색상들은 한 벌의 패턴 드레스에 모두 한꺼번에 들어간다. 또는 수컷공작이 선호할법한 색상들이 몇몇 선택되기도 한다.
내 전화와 카메라,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쇼킹한 핑크부터 미니언들의 노랑까지 강렬한 색조들로 넘쳐나고 있다. 파리 오뜨 꾸뛰르가 열린 열흘 간이 그러했듯, 피티 워모 남성복 박람회 기간 동안 피렌체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이제 LBD의 시대는 갔는가? 100여 년 전에 코코 샤넬이 만들어낸, 그리고 시크한 프랑스 여인들이라면 반드시 추구하던 블랙 룩은 정말로 한물간 것인가?
물론, 지금 유럽과 미국은 여름철이며, 여성들로 하여금 단정한 블랙 수트를 입어달라 간청해야 하는 시기다. 겨울이 오면 어떤 시크한 모습이나 형태로 블랙이 다시 귀환하리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유채색들이 모두 다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기발랄한 날들을 기다리며 살아남을 거란 걸 장담할 수 있다.
립 파워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자기 브랜드의 10주년을 축하하기로 결정했을 때, 발리는 립스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발리는 Mac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말 클루니의 스칼렛부터 리한나의 농익은 체리빛까지 5가지 립스틱을 개발했으며 7월 9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눈부신 광채에 싱그러운 혈색, 그리고 파리에서 열리는 <플라워 옵세션(Flower Obsession)> 파티는 ‘지암보(Giambo)’의 팬들을 메이크업 천국으로 이끌 것이다.
주얼 브랜드
우리는 모두 보석, 그리고 준보석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러나 영국의 보석상 타테오시안은 비드팔찌와 목걸이, 그리고 장식핀 끝에 달린 동물과 새, 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색을 입혀 한걸음 더 발전했다.
나는 피티 박람회에서 로버트 타테오시안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에게 브랜드의 25주년을 축하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특별한 팔찌들을 보여줬다.
포금 또는 도금으로 만들어진 나비, 거북, 그리고 전갈과도 같은 아주 작은 생물들은 극도로 컬러풀했다.
그리고 컬러풀한 아이템들을 버거워하는 이들을 위해 타테오시안과 엘튼 존 재단, 엘튼 존의 파트너 데이비드 퍼니쉬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90년대 데미안 허스트의 색상을 딴 ‘알약모양’ 아이템을 내놓았다. 그 판매액의 30프로는 에이즈 기금으로 사용된다.
멤피스로의 귀환
피린체에서 열린 아서 아베서 쇼에서 길다란 석조 런웨이 위에는 충격적인 모던가구들이 마치 봉홧불처럼 놓였다. 1980년대로 돌아가 멤피스에서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을 만나는 듯 했다.
그러나 80년대는 인테리어 디자인까지만 영향을 미쳤다. 과감한 컬러를 제외하고 말이다.
비엔나 출신의 아베서는 이태리 브랜드 아이스버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갓 계약했고 올해 LVMH상의 파이널리스트로 오르기도 했다. 아베서의 쇼는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에서 매혹적이었다. 기하학적인 패턴과 강렬한 색상을 통해 아베서는 80년대의 양성성을 생생하게 가져왔음을 표현했다.
정물화
토마스 테이트는 2014년도 루이비통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느린 속도지만 결단력 있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속 아티스트가 총력을 기울인 화려한 쇼 대신, 토마스는 피렌체의 피티 궁 내 보볼리 정원에 있는 레몬나무 정원을 활용해 몇몇 선별된 아이템들로 모던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가장 과감했던 아이템은 실리콘을 활용해 새로이 만들어진 애니멀 프린트의 싸이하이 부츠였다. 그리고 보랏빛 스트레치 원단 위에 사용된 페이턴트 가죽에도 비슷한 효과가 주어졌다.
정물화와 같은 배치 속에서 테이트는 작품 하나하나에 각 생산자의 이름을 붙였다.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고스트 스트라이프’ 니트 스웨터로, 캐시미어와 함께 투명한 셀룰로이드로 짠 리브니트가 쓰였다. 다른 아이템으로는 페이턴트 레더로 이어진 양면 가죽 바이커 재킷과 테이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이태리식 싸구려 오버올즈가 등장했다.
발자국
루이스 리만이 컬러풀한 스티치가 들어간 스포츠 슈즈,그리고 줄로 엮여진 밑창에 값비싼 가죽을 덧댄 밝은 가죽 에스파드류만 내놓는 건 아니었다. 구두들은 프레스코화가 신발의 다채로운 색상과 겨루는 피렌체 성에서 공개되었다.
투명성
르네상스 시대 조각상들 사이에 매달린 파스텔톤 재킷은 석고조각들이 강렬한 만큼 여리여리했다.
“가장 중점을 둔건 투명함이죠.” 킬고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로 브란델리가 말했다. 이 영국 브랜드는 파스텔 컬러의 투명한 퍼스펙스 아크릴 스크린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만들어냈고 그 뒤에는 짙은 빛 수트를 입은 모델 한 명이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거운 석고상과 창백한 마카롱 컬러의 반투명한 여름재킷은 충격적인 대비를 이뤘다.
미래를 위한 디자인
피렌체 폴리모다(Polimoda) 패션대학의 학년말 발표회에서는 텍스처와 극도의 장식이 키워드였다. 남성복을 위해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 같은 색채가 쓰였고 컬러풀한 마킹 테이프와 풍부한 민속적 요소들이 사용되어 활기를 더했다. 앨리스 살타렐리는 겨자색과 옅은 핑크색, 그리고 아몬드 그린색이 마치 수채화처럼 배치된 하얀 롱 드레스를 만들어냈고, 재킷과 자수 패턴이 들어간 케이프 등 세련된 매스큘린 룩도 등장했다.
그러나 마치 검은 색이 배제된 듯 보이면서도, 가벼운 모자부터 기나긴 헴 라인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색으로 이뤄진 컬렉션은 미래의 패션계에는 여전히 어두운 색감들을 위한 자리가 남겨져 있다는 걸 증명했다.
패션명문 이스티투토 마랑고니(Istituto Marangoni)는 개교 8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피렌체에 패션스쿨을 열기로 한 결정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남성복 패션쇼를 가졌다. ‘남성복 워리어 쇼(Menswear Warrior Show)>로 이름 붙여진 이번 쇼는 코르시니 궁에서 열렸다. 대부분이 아시아계인 16명의 졸업생들은 클래식 테일러 수트와는 거리가 먼 남성복 스타일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냈다. 왕 스이가 ‘최고의 80년대식 남성복 컬렉션’상을 수상했다.
English Ver.
Has black died a fashion death?
Colour hits me wherever I look: Blue, yellow, mauve, turquoise, scarlet, pistachio or gold.
Those shades might appear together in one single, patterned dress. Or a few choice colours are targeted by the peacock male.
My phone, my camera and my Instagram have been awash with vivid hues from shocking pink to Minion-yellow. This was seen as often on Florence streets during the Pitti Uomo men’s fair as it is likely to be in 10 days for Paris haute couture.
So I have to ask this question: is it finally all over for the little black dress? Can the look that Coco Chanel established nearly a century ago – and which was taken up en masse by chic French women – really be on the way out?
It is, of course, summer in Europe and America, a time when only a city office will coax women to wear boardroom black suits. I have no doubt that, come winter, black will be back in some chic shape or form.
But I am also ready to bet that colour will not altogether retreat but live to see another vivid day.
Lip Power
When Giambattista Valli decided to celebrate 10 years of his brand, he wanted to tell his story in lipstick.
In collaboration with Mac, Valli has produced five lipsticks, from Amal Clooney scarlet to Rihanna ripe cherry, all on sale from July 9. High gloss, lush blooms and a ‘Flower Obsession’ ball in Paris will offer ‘Giambo’ clients a make-up heaven.
Jewel of a Brand
We all enjoy the sparkle of fine – and semi-precious – stones. But British jeweller Tateossian went one step further by injecting colour into everything from beaded bracelets and necklaces to animals, birds and flowers at the end of a decorative pin.
I caught up with Robert Tateossian at the Pitti fair where he showed me some special wrist pieces in a limited edition to celebrate the company’s 25 years.
The stand was hyper-colourful with its tiny gunmetal or gold-plated creatures such as butterflies, turtles and scorpions.
And for those who find colourful pieces hard to swallow, a collaboration between Tateossian and the Elton John Foundation with his partner David Furnish, brought colourful ‘pill-shaped’ pieces (shades of Damien Hirst in the Nineties) where 30 per cent of the retail price goes to the Aids charity.
Memphis revisited
The striking modernist furniture placed like beacons on the long stone runway at the Arthur Arbesser show in Florence took me back to the 1980s and the work of Ettore Sottsass at Memphis.
But the back-to-the Eighties influence ended with the interior designs – except for the bold colours.
The Viennese Arbesser, who has just been appointed creative director at Italian house Iceberg, and who was a finalist in this year’s LVMH prize, sent out an intriguing male/female show. Using geometric patterns and strong colours, he told a story that was a fresh take on Eighties androgyny.
Still Life
Thomas Tait was the 2014 winner of the Louis Vuitton award, and he is moving slowly but purposefully ahead.
Instead of the full-scale show with an artist in residence, he used Florence’s centuries old Limonaia in Pitti Palace’s Boboli Gardens to create a modernist structure with a few choice pieces.
The boldest were animal-print thigh-high boots, made new by the use of silicon prints; and a similar effect with patent leather spots on purple stretch material.
Throughout the still-life display, Tait named the manufacturer of each piece. The most striking was a ‘ghost stripe’ knitted sweater which was a mix of cashmere and transparent celluloid rib knit.
Other pieces included a leather biker jacket, double-faced and bonded with patent leather – and Tait’s own outfit: Italian work overalls bought for a song.
Foot Steps
Louis Leeman not only featured sports shoes in colourful stitched suede and bright leather alongside espadrilles where the string soles met precious animal-skin uppers. The shoes were also shown in a Florentine palazzo where frescoes competed with splashes of colour on the shoes.
Transparency
The pastel colours of the jackets dangling among Renaissance statues were as ethereal as the stone sculptures were powerful.
‘It’s all about transparency,’ said creative director Carlo Brandelli of Kilgour. The British sartorial company constructed an illusion of pastel-coloured Perspex screens, where one single model stood with his dark suit in silhouette.
Mighty stone statues and semi-transparent summer jackets in pale macaroon colours made for a striking contrast.
Designs of Tomorrow
At Polimoda, colour, texture and intense decoration were key words for the end of the student year at the Florentine fashion college. Vibrant effects included splashy painterly shades for men’s designs, the use of colourful marking tape and rich ethnic effects. Painterly patches of mustard, flesh pink and almond green appeared on a long white dress by Alice Saltarelli, while other sophisticated masculine looks came as jackets and capes with embroidered patterns.
But just as black seemed to have been banished, a collection in that dark hue from swooshing hats to long hemlines proved that the future still holds a place for fashion on the dark side.
To celebrate its 80th anniversary – and a decision to open a fashion school in Florence – Istituto Marangoni offered an all-male show. Staged in the Palazzo Corsini, the title was ‘The Menswear Warrior Show’. The 16 graduating students, many of Asian origin, took a dramatic view of male style far away from the classic tailored suit. Wang Shiyi won ‘The Best 80th Mens Collection’.
- 에디터
-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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