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다 ① –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당대 패션, 예술, 건축, 문화 등의 다각도&입체적 협업으로 건설된 3대 박물관이 유럽에 개관했다. 그 빅 3는?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vs. 폰다치오네 프라다 vs. 아르마니/사일로.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더 명예로울 수 없는 데뷔를 가졌다. 프랑스 대통령이 개관 선언을 했으니까. 작년 10월 첫날, 패션쇼 참석자들에게만 미리 공개된 후 10월 20일,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 대통령부터 전 세계 유명 인사들과 박물관 디렉터들이 파리 변두리 블로뉴숲으로 모였다. “지성, 창조성, 상상력, 기술의 조합입니다”라고 올랑드 대통령이 정의한 이곳에선 재단 미술관 소장품과 아르노 회장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컬렉션 상설전, 그리고 1년에 두 번 열리는 기획전, 재단 미술관 내 강당에서 콘서트 등이 개최된다. 음악이야말로 다른 패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기획이다. 랑랑이 개관 기념 공연을 발표한 뒤 일레트로닉 밴드 크라프트베르크의 공연도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모듈형으로 설계된 오디토리움에는 엘스워스 켈리의 캔버스가 함께 전시돼 보석상자 체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유리 빙산 같은 건물을 통해 예술과 럭셔리의 궁극적 연합을 성취한 아르노 회장의 자부심 넘치는 얘기다.
이곳의 짧은 역사를 잠시 돌이켜 보면 패션 하우스가 하나의 역사적 건축물을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다. 미술관 건축을 위해 2001년 아르노 회장은 프랭크 게리(1997년 극적이고 현대적인 구겐하임 박물관으로 스페인 빌바오에 활력을 부여한 인물)와 의기투합했다. 그런 뒤 2006년 루이 비통 재단을 본격적으로 설립한 그 해 12월 파리 시와 공공부지 임대 계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약 10,000m² 부지를 55년 간 빌리기로 했다. 이듬해 여름엔 기획안 허가를 거쳐 2008년 3월 착공에 돌입했다. 1년 후엔 토목 공사를 시작했고, 다시 1년 뒤 건물 모형도를 제작해 퐁피두 메츠 센터 개관전에서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의 모형을 세상에 공개했다. 201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건물 뼈대, 철 프레임과 유리 천장 등을 설치해 비로소 2013년 12월 완공을 마쳤다. 그러고 나서 건물 허가를 취득하고 주변 조경 공사까지 꼼꼼히 손질한 뒤 올랑드 대통령의 개관 선언이 이어진 것.
덕분에 작년 10월 27일부터 전 세계에서 파리로 몰려드는 여행객들은 은색 표면과 잔물결을 지나 빛의 대성당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여름 휴가 일정에 늘 유럽 일주가 포함되고, 또 거기서 파리가 항상 빠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시기에 재개관한 피카소 미술관과 함께 이곳도 꼭 들러보시라!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불시착한 유리 난파선을 보는 듯 초현실적 체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느 노련한 패션 평론가 역시 이곳에서 자연과 건축과 예술과 패션의 하모니를 경험한 뒤 이렇게 묘사했다. “루이 비통의 가죽 가방, 디올의 드레스, 펜디의 모피, 셀린의 테일러드 코트, 그리고 말할 필요조차 없는 보석과 시계, 빈 샴페인 병들의 산더미!” 예술은 물론, 패션에 일가견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얘기인지 첫눈에 감이 올 것이다.
- 에디터
- 신광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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