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THE WIZARD OF VANS

2015.07.21

by 홍국화

    THE WIZARD OF VANS

    반스가 새 옷을 입었다. 이번엔 우리 눈에 익숙한 스트라이프, 도트, 캐릭터 프린트가 아니다. 화려한 엘리 키시모토(Eley Kishimoto) 프린트를 입은 ‘LIVING ART’ 컬렉션! 이번 협업은 패턴의 마법사로 불리는 ‘마크 엘리’와 ‘와카코 키시모토’의 작품.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화려한 패턴의 향연이 대중 앞에 공개되기 전,  ‘#VansXEK 월드’로 탈바꿈한 반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디자이너 듀오와 만났다.


    VOGUE.COM(이하 V) 반가워요! 지난 2008년 서울패션위크 때 마크를 봤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Mark Eley(이하M) 쇼에 초대 받긴 했지만, 한국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 왔었죠. 서울은 5, 6번째 방문이랍니다.
    Wakako Kishimoto(이하 W) 그땐 마크만 왔었죠. 한국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많아서 자주 들렀어요.
    M, W 서울에 오면 젊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인터뷰 전 근처 숍을 구경하고 왔어요. 신기하게도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아 보이더군요. 쇼핑할 때 여자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인상 깊어요.

    V엘리 키시모토’가 생긴지 24년이나 흘렀군요. 어떻게 이 브랜드를 시작했나요?
    M,W 무엇이든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엔 친구들을 위해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 일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질 샌더,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와 일을 하게 됐고요. 디자이너 브랜드와 일하게 되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웠죠.

    V 패턴은 옵 아트로부터 영향을 받았나요? 당신들의 패턴을 보면 사이키델릭한 록도 떠오르고, 일렉트로닉도 떠오르죠. 리듬이 느껴지거든요. 혹시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작업에 영향을 주나요?
    M,W 옵 아트? 글쎄요,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음악과 옵 아트와의 관계는 이해가 되지만  패턴을 만들면서 직접 소리를 이용해본 적은 없어요.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기보단, 언제나 우린 현재의 소리를 듣죠.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바로 이거에요(반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비트가 강한 힙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런던 반스 파티에서 나왔던 노래들이거든요. 평소엔 우리의 생활 자체에서 영감을 얻어 패턴을 만들곤 해요.
    M 그런데, 음악과 패턴에 대한 질문이 재밌는데요? 다음 프로젝트로 연구해봐야겠어요! 다음 시즌, 그러니까 6개월 뒤 엘리 키시모토의 뮤직 패턴을 보게 된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 낸 아이디어에요!

    V 영광이군요! 반스와 협업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만날 수 없었겠죠? 어떻게 협업을 하게 됐나요?
    M,W 엘리 키시모토와 반스는 아주 다른 브랜드지만 또 닮았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죠. 반스도 익숙한 생활의 일부였거든요. 우리도 신고, 우리 아이들도 신고. 그리고 마놀로 블라닉과  협업을 하는 것보단 더 어울리잖아요?
    W 우리 옷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아주 자연스럽죠. 평범하게!
    (인터뷰가 끝난 뒤, 브랜드 매니저에 의하면 당시 엘리 키시모토 측엔 스트리트 브랜드 2,3 군데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고민하던 중, 뒤늦게 협업을 제안한 반스와 곧바로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V 그만큼 재밌게 작업했겠군요?
    M 물론이죠. (인터뷰 사진을 찍었던 큼직한 패턴 풍선이 놓인 곳으로 뛰어가서) 이 파란색 ‘에라 실루엣’은 반스 스니커즈 와플 모양 밑창(Waffle Sole)을 보고 만들었어요. 긴 줄무늬 패턴인 ‘범피 로드(Bumpy Road)’는 어센틱의 오른쪽 옆선에서 영감 받았죠. 작은 사각형이 쏟아지는 ‘드럼 프린트(Drum Print)’는 반스 시그너처 패턴인 검, 흰 체커보드 패턴을 재해석했죠.

    V 설치미술, 인테리어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패턴 하나로 이 많은 분야를 넘나드는 에너지는 뭘까요?
    M 저와 와카코의 ‘의무’죠. 당신이 <보그>에 인생을 바치는 것과 같아요. 전 패턴에 인생을 바쳤죠.
    W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에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숫자들과 싸우는 수학적인 과정도 있죠.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패턴이 성공적으로 완성될 지 해답을 찾아요. 패턴을 만드는 과정 중 마지막 단계인데, 이 때 답을 찾으면 패턴이 완성되거든요. 이 때의 희열, ‘중독’이에요.

    V 마크와 와카코의 패션 스타일이 서로 굉장히 달라요.
    M 전 독특한 걸 좋아해요. 남들과 다른 스타일이 좋죠. 일본에서 찾은 브랜드가 있었는데 런던엔 없다던가. 주위 사람들이 모르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W TABS, ROAD RUNNER 를 계속 입었어요. 못 입을 지경이 된 후에야 버리죠.
    W 전 스타일이 변했어요. 지금은 편안한 걸 좋아해요.
    M 오, 믿을 수 없어요. 그녀의 옷장은 말도 못할만큼 어마어마 하거든요!
    W (웃음) 전에는 하이힐을 신고 멋 부리는 게 좋았어요. 이젠 활동적인 옷이 좋아요.

    V 한국 패션이 쿨하고 영하지만 화려한 패턴엔 겁 내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스트라이프와 도트무늬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당신들의 조언이 필요해요.
    M Just try! 시도하세요. 우린 엘리 키시모토를 알리려 애쓰지 않아요. ‘꼭 이렇게 입어라.’, ‘이런 패턴을 사용해라.’ 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조용하죠. ‘우리가 이런 패턴을 만들었어, 맘에 들면 마음대로 입어봐!’가 우리 스타일이에요.
    W 사람들이 패턴의 세계에 ‘자유 의지’로 첫 걸음을 내딛을 거란 걸 믿고 지켜보는 편이죠.
    M 진심은 전달된다고 믿어요. ‘엘리 키시모토의 패턴은 예술적이고, 입었을 때 스타일리시하다’는 확신은 반드시 전달되거든요. 우리 패턴을 입기로 결정했다면 그 진심을 믿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요.

    V 며칠 간 서울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스타일을 많이 지켜봤죠?
    M 당신 말대로, 한국의 젊은이들은 보수적이라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어도 누군가 먼저 시도를 해야 따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더군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입는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자칫 과한 스타일이더라도 다른사람이 입으니까 본인이 입어도 엉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잡지에 실린 옷을 찾는 것도 그런 안정감 때문이겠죠. 2NE1이 인케이스 플래시 패턴 스마트폰 케이스를 소장하니까 대중들도 열광했듯이! 다양한 인플루엔서를 통해 스타일의 공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W 반면에 프린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 보여요. 나이와 자신이 속한 조직에 상관 없이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는 사람들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패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시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패턴을 사랑하지 않을까요?

    V 남은 일정이 많지 않을텐데,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M 야시장! 야시장을 가고 싶어요.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새로운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돌아가고 싶어요. 아, 그리고 한국 음식은 정말 훌륭해요. 어딜 가든 멋진 음식이 있더군요.

    V 어떤 음식이 가장 마음에 들던가요?
    M 국이 있는 한정식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치킨…

    V 당신도 치맥의 매력에 빠졌네요.
    W 치맥이 뭔가요?

    V 치킨과 맥주. 한국에선 이 조합을 ‘치맥’이라고 불러요.
    M,W ‘치맥’, 정말 훌륭해요!

    V 서울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M ‘서울 밖’을 가보고 싶어요. 부산, 제주도, 그리고 서울 밖의 작은 소도시들이요. 서울 외곽에서 마주하는 장면들,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의 장면들이 간혹 70년대를 떠오르게 해요. 남아있는 옛 것들이 우리 작업에 영감을 주죠.

    V 머잖아 ‘KOREA’ 패턴을 기대해볼 수 있는 건가요?
    M,W 그럴 수 있죠! 우리 작업 방식은 최근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관심 분야가 건축으로 옮겨가고 있거든요. 이제는 하나의 ‘장소’를 위한 패턴을 만들 것 같아요. 우리 도시를 위한 패턴을 만들 거에요. 서울시에서 패턴을 만들자고 하면 만들 거에요. 문화적인 또는 사회적인 동기가 담긴 작업이 어떤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를 위한 작업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나’ 하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니까요.

    V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 제작됐던 ‘런던 최대 거실(London’s Largest Living Room)’ 같은 프로젝트인가요?
    W 비슷해요. 더 큰 작업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초록색 옥상들이 보이더라구요. 그 모양을 보니 퍼즐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건축물을 통해 새로운 패턴이 마구 떠오른답니다.

    V 마지막으로 <보그 코리아> 오디언스들이 SNS를 통해 당신들에게 궁금한 질문을 보내왔어요. ‘반스 제품 중 어떤 제품을 가장 좋아하나요?’ 라고 묻는군요.
    M 전 플래시 패턴의 양말이 너무 좋아요. 전 양말이 진짜 많아요. 너무 많이 사서 죽을 때까지 양말을 다시 안사도 될 정도에요.
    W 지금 신고 있는 슬립온이 좋아요. 반스 그 자체죠.

    V 이번 협업을 딱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M,W ‘#VansXEK’ 이번 협업 해시태그를 염두하면서 작업했거든요. 이보다 더 임팩트 있는 단어는 없을걸요?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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