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손 씻기 노하우

2016.03.15

손 씻기 노하우

손만 잘 씻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낸 손 씻기의 중요성, 손 잘 씻는 노하우, 그리고 다채로운 세정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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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사망자 발표로 온 국민을 떨게 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지만, 그 예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사내 게시판, 엘리베이터, 화장실 곳곳에 붙어 있는 메르스 예방의 첫걸음은 비누나 손 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을 것. 그리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절대 만지지 말 것. 한동안 잊고 지낸 손 씻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요즘 네티즌 사이에선 ‘세균 꽃’이 화제다. 미국 카브릴로 대학의 생물학 박사가 밖에서 놀다 들어온 여덟 살짜리 아들의 손바닥을 장난 삼아 실험용 유리 접시에 올려놓고 꾹 찍었는데, 이게 웬일! 이틀 후 샬레엔 손바닥 모양을 따라 노랗고 하얀 꽃들이 피어 올랐다. 멀리서 보면 꽃처럼 보이지만 눈치 챘다시피 이들의 정체는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 덩어리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불결한 세균들이 득실거리는 손바닥으로 그동안 턱을 괴고, 얼굴을 만지고, 과자를 집어먹었던 것이다.

우리만 몰랐던 내 손의 실체

“당장 손부터 씻어!” “너 손, 씻었니?” 손 씻기 전엔 부엌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던 엄마의 야속한 잔소리. 따져보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말은 하나 틀린 게 없다.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두 손엔 우리 몸을 통틀어 더러움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부위인 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세균이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라고, 손에 시커먼 얼룩이 묻었다면 모를까 단지 손만 씻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두 시간에 한 번씩 손을 씻었다간 유난스러운 성격에 결벽증 말기라는 핀잔이 뒤따른다. 하지만 눈에만 안 보일 뿐 두 손엔 건강을 위협하는 세균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세균과 공존합니다. 온몸 구석구석 셀 수 없이 많은 양이 분포돼 있죠. 그런데 다른 부위와 비교해 손에 최대 100배 이상 많은 양이 관찰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환경마다 차이가 있지만 관리에 따라 세균의 개체가 극과 극으로 차이 난다는 걸 명심하세요.” 고려대학교 안산 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손을 깨끗이 씻고, 안 씻고의 차이로 세균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소리다.

이쯤 되면 머릿속에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대체 손 세정이 건강을 지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길래?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오염된 무언가를 손으로 만진다면 그것으로 균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지름길을 얻게 됩니다. 지름길을 차단하기 위해선 무조건 손을 씻어야 하죠.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만 잘 씻어도 폐 질환이나 장염 같은 세균 바이러스성 질환들이 최대 50% 이상 감소된다고 해요.” 물론 세균이라고 해서 다 나쁜 세균은 아니다. 우리 몸이 건강하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좋은 세균이더라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늘 손을 청결하게 씻어 관리해야 한다.

손을 타고 넘어온 세균 침투를 막아라

주린 배를 부여잡고 도착한 식당에서 메뉴판을 넘길 때, 잠들기 직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순간에도 우리 손의 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금 인출기, 쇼핑카트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변기 레버, 리모컨,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 우리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세균이 득실거려요. 몸이 아픈 환자들이 드나드는 병원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죠.”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손을 씻어야 한다. 지하철 개찰구와 계단 손잡이, 만원 버스 손잡이와 잠시 몸을 기대 서 있던 길쭉한 막대 봉엔 이미 수백 명의 손때, 세균 덩어리들이 묻어 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세균이 득실거리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피부도 덧난다. “피부 상태가 좋을 때는 보호 능력이 있어서 괜찮은데 상처를 입었거나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등 피부 보호막이 깨져 있을 때는 손을 통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어요. 특히 더러운 손으로 여드름을 짜는 경우가 있는데 고름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이를 통해 2차 감염이 되는 사례들이 적잖이 발생하니 절대 건드려선 안 되죠.”

얼굴은 이중, 삼중으로 열심히 씻지만 손은 어떤가. 웬만큼 더러워지지 않은 이상 딱히 물을 묻힐 생각도 없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할 때, 화장실에 다녀와서, 주전부리를 집어먹느라 끈적해진 손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를 제외하곤 단지 손을 씻기 위해 엉덩이를 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손을 씻는 데 필요한 시간도 5초면 충분했다. 화장실에 비치된 비누통을 두어 번 누르는 데 2초, 양손을 비벼 거품을 퍼뜨리는 데 1초, 물로 헹구는 데 2초. 그런데 이런 식으로 대충 씻은 손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엄지손가락,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주변의 세균은 씻기 전과 별반 다름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을씻을 때 많이들 잊는 부분이 바로 이곳들입니다. 손바닥의 세균은 없어지더라도 이곳엔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손은 어떻게 씻어야 잘 씻는 걸까?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칠을 한 다음 손을 맞대고 문질러서 거품을 충분히 내세요. 앞서 말했듯 손등과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까지 신경 써서 닦아야 해요.” 비누칠 한 상태로 최소 20초 이상 손을 닦아낸 다음 흐르는 물에 헹구면 끝. 아무리 오래 걸려도 1분이면 충분하다.

물 없이 세균을 없애는 마법의 세정제, 그 효과는?

손 씻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물 없이 세균을 없애는 알코올 베이스의 살균제들이 뷰티 시장의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다. 알코올이 주성분으로 맨손에 쭉 짜서 비벼주면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되며, 무엇보다 물이 필요 없어 미국에선 동네 슈퍼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산 보디케어 전문 브랜드 배스 앤 바디 웍스에선 손바닥만한 미니 사이즈로 달콤한 과일 향부터 상쾌한 비누 향까지 수십 가지 제품들이 골라 쓰는 재미를 더한다. 작고 귀여운 데다 향까지 좋은 휴대용 살균제,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물론 손을 아예 안 씻을 때보다는 세균이 줄어드는 건 맞아요. 하지만 알코올 베이스의 살균제는 비누로 손을 씻고 추가로 사용해야지 비누를 대신해주진 못하죠.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이런 알코올 성분 살균제가 노로 바이러스 같은 특정 바이러스 예방에는 효과가 없는 걸로 밝혀졌어요.”

그러니 손을 제대로 씻으려면 거품이 나는 비누를 하나쯤 포함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떤 제품으로 손을 씻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어느 세정제든 좋습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세요.” 향이나 제형 등 취향이 고려되어야 손을 자주 씻게 된다는 것. 분명 일리 있는 이야기다. 내 경우 향이 끝내주는 사봉의 ‘샤워 오일’을 사무실에 가져다 둔 뒤로는 손 씻는 데 이보다 더 열심일 수 없다. 제품명에서 눈치 챘듯 샤워용 제품인데, 꿀처럼 끈적한 텍스처로 이뤄져 물을 조금 묻히면 거품이 뭉게뭉게 일어난다. 일반 손 세정제에 비해선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이 비싼 걸 후다닥 물에 씻겨내려 보낼 수는 없다는 마음에 평소보다 오래 손을 비비게 되니 잔향이 훨씬 오래 남았다. 손을 깨끗이 씻었다면 보습에도 신경 쓰자. AnG 클리닉 안지현 원장은 손 세정만큼이나 보습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손을 자주 씻는 만큼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습제 함량을 높인 세정제도 속속 출시되고 있으니 적극 애용할 것.

손의 발달은 지능의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관심 있는 대상이 나타나면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부위가 바로 손이다. 이런 손을 지저분하게 내버려두면 되겠는가? 의사들이 손만 잘 씻어도 무병장수할 수 있다 말하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깨끗한 손은 온갖 바이러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니 반갑다고 두 손을 마주 잡기 전 이렇게 묻고 싶다. “실례지만 손 씻으셨나요?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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