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노트북
거의 다 죽은 기계 장르라 생각했던 노트북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태블릿 PC, 스마트폰의 싸움 속에서 노트북은 어떻게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나.
노트북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애플의 맥북 12인치는 세상의 그 어느 노트북보다 얇고 가벼워졌다. 2008년 맥북 에어를 처음 발표하며 스티브 잡스는 서류 봉투 안에서 제품을 꺼내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 맥북 12인치는 그 에어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의 가벼움을 자랑한다. 맥북 12인치는 일단 C롬, DVD롬 장치를 없애 얇은 두께를 확보했다. 그리고 하드디스크를 SSD로 대체하면서 부피도 줄였다. 본체엔 USB 단자 하나 없다. 이렇게나 외양이 심플한 기계는 아마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맥북 12인치는 대체 그 많은 컴퓨터의 기능을 어떻게 소화할까. USB를 비롯, 없어진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해결할까. 단지 예뻐지기 위해 기능을 포기한 걸까? 애플은 이에 대한 답을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 바로 와이어리스(Wireless)를 통해서다. 애플의 거대 프로젝트인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를 중심으로 애플은 대부분의 인터페이스인 키보드, 마우스, 공유기, 그리고 백업용 디스크를 모두 무선으로 바꿔버렸다. LTE급 무선 인터넷 시대에 맞춰 수많은 전선과 케이블, 그러니까 큰 덩치가 해오던 기능을 무선으로 전환시켜버린 것이다. 최소 세 개 이상의 케이블, 전선을 필요로 하는 기존 노트북의 모양새를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다.
물론 모바일에나 들어가는 프로세스를 탑재한 애플 노트북의 제반 성능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그래도 컴퓨터인데 어느 정도 이상의 무게감이 필요한 게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애플의 노트북은 덩치 큰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시간 싸움이다. 고성능 CPU의 소형화나 메모리의 고집적화를 통해 얼마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애플이 노트북의 작동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거다. 지금 노트북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했다. 태블릿 PC 이후 노트북은 시시해졌다. 유일한 휴대용 PC로 각광받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은 이제 태블릿 PC, 혹은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을 대신한다. 그리고 그 태블릿 전성시대를 열어준 게 애플의 아이패드다. 자연스레 노트북의 자리는 협소해졌고, 굳이 노트북이 있어야 하나 의심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최근에 출시되는 제품은 노트북과 태블릿 PC사이의 형태를 취한 것이 많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서피스3(Surface 3)는 노트북의 단점을 태블릿 PC의 장점으로 상쇄한 제품이다. 서피스 3는 최소한의 외부 인터페이스만 남긴 뒤 키보드를 탈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키보드 장착 후 외양은 노트북에 가깝지만 서피스 3는 화면을 터치할 수 있고, 펜 툴을 이용해 입력할 수도 있다. 가격도 태블릿 PC 수준이라 노트북 PC 시장에선 꽤 위협적인 제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곧 공개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0은 모바일과 기존 운영체제의 장점을 조합한 시스템이다. PC와 모바일, 그리고 태블릿 PC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거다. 엠피지오(MPGIO)의 아테나 듀얼(Athena Dual) 역시 노트북과 모바일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윈도우를 함께 내장하고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운영체제의 직관적이고 빠른 애플리케이션과 MS 윈도우를 통한 업무적 기능의 활용이 이제 한 제품 안에서 모두 가능하다.
소니가 내놓은 엑스페리아 Z4 태블릿 PC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소니는 한때 가전업계에서 1위를 달리는 회사였다. 애플과 유사하게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인터페이스를 고집했고, 고가의 외장 액세서리를 내놨다. 하지만 소니는 애플과 달리 자체 운영체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애플의 디자인만큼 혁신적인 이슈도 없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소니가 오랜 시간 재정비하고 만들어 내놓은 태블릿 PC 엑스페리아 Z4는 꽤 좋은 제품이다. 2K 해상도의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방수 기능, 그리고 터치감 좋은 키보드까지 갖춘 팔방미인 태블릿 PC이기 때문이다. 워크맨, 오디오 사업으로 다져온 사운드 기능 역시 적절하게 활용했고, 이는 엑스페리아 Z4를 다른 태블릿 PC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LDAC란 코덱이 내장되어 HRA급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태블릿 PC는 SBC라는 블루투스 기본 코덱을 사용해 음량, 음질 모두 썩 좋지 않은데, 엑스페리아 Z4는 LDAC를 통해 무선장치의 한계점을 넘는 새로운 사운드의 기준을 제시했다.
노트북의 발명은 PC의 혁명이었다. 무거운 본체를 버리고 휴대용 장치로 변신한 노트북은 개인용 PC 사용의 스펙트럼을 새롭게 짰다. 그리고 좀더 가볍고 간결한 장치가 끊임없이 나오는 지금, 노트북은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어울리며 또 다른 유형의 PC 라이프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 수년 뒤, 노트북, 태블릿 PC, 그리고 스마트폰의 구분은 아마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노트북은 지금 이렇게 개인 PC의 지형도를 새로 쓰고 있다.
- 글
- 김재욱(자유기고가)
- 에디터
- 정재혁
- 사진가
-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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