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롤모델 ② – 레이양
지금은 새로운 시대다. 모두가 운동에 열광하고 새로운 스타 집단이 생겼다. 몸매 종결자, 스타 트레이너, 머슬녀, 스포테이너. 이들의 외모뿐 아니라 내면 또한 동시대 여자들의 롤모델이다.
The Challenger
우리 모두는 나름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고 몇 번의 전환점을 경험한다. 짜릿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레이양의 삶은 운동 전과 후로 나뉜다.
VOGUE(이하 V) 촬영 힘들었죠?
RAY YANG(이하 R) 여태까지 해본 것 중 제일 재미있었어요!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V 요즘 레이양에 대한 기사가 많던데, 원래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R 미스코리아에 출전하고 그 후에 요가 강사를 했죠. 그러다가 단순히 호기심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7개월을 했는데, 몸에 오는 변화가 요가 3년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죠. 체지방 감량에 집중하면서 근육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옷 사이즈가 달라지고요. 이렇게까지 몸의 큰 변화를 겪은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아요. 더 이상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게 된 것도 좋아요.
V 그래도 미스코리아 출신이잖아요!
R 사실 미스코리아 나갔을 때와 올해 머슬마니아대회 나갔을 때의 몸무게는 똑같아요. 그렇지만 탄력적인 부분의 차이는 굉장히 크죠. 8년 전 미스코리아에 출전하고 난 후 요가 강사를 하면서 몸무게가 10kg 정도 늘어난 상태였거든요. 하루에 5시간 레슨을 하고 나면 힘들어서 보상 심리로 마구 먹었죠. 운동을 하면서 과식을 하니 몸 전체에 골고루 살이 붙어서 누구한테 살쪘다고 푸념을 하기도 애매하고 몸무게는 계속 늘고.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V 요가 강사를 하면서도 몸무게가 늘 수 있다니 놀랍고도 슬픈 사실이네요.
R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어요. 중요한 건 살을 빼는 건 식이요법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운동은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자신이 원하는 몸매를 만들고 탄력적으로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이고요. 전 운동을 하면서 ‘인생은 살쪘을 때와 안 쪘을 때로 나뉜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답니다. 살 빠지기 전과 후, 운동 전과 후로 제 인생이 바뀌었으니까요. 생각하는 방식까지도요.
V 운동의 효과가 그렇게 큰가요?
R 우선 운동은 정신 건강에 좋아요. 요가에서 명상을 할 때 자기와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본다고 하죠. 웨이트 트레이닝도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과 승리에 대한 것입니다. 이걸 들 수 있을까?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오늘 운동을 갈까 말까, 부터 시작해서 1시간 목표를 세우면 그 1시간을 채울까 말까, 까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죠. 그 싸움에서 이기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서 살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까지 빠져나가는 걸 느꼈고, 자신과의 싸움이 이젠 습관이 됐어요. 원래 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이었거든요. 운동을 하면서 긍정적이고 밝은 캐릭터로 바뀐 경우죠.
V 워낙 밝아 보여서 전혀 몰랐어요.
R 부산에서 쭉 살다가 혼자 서울에 올라와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외로움이 컸죠. 어렸을 때는 방법을 몰라서 많이 울기도 했고,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 않으려 애쓰면서 나름 속앓이를 많이 했어요.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남자들이 운동하면서 막 소리 지르잖아요? 저도 처음엔 왜 저러지 했는데, 저도 언제부턴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꿈쩍도 안 하던 30, 40kg 바벨을 들면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고. 그런 것들이 심리적인 억압,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죠. 그리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신체의 변화는 마음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저는 살이 찌면서 나쁜 쪽으로도 느껴봤고, 빼면서 좋은 쪽으로도 느껴봤기 때문에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V 머슬마니아 대회 출전도 피트니스 센터에서 권유한 건가요?
R 전~혀요. 오히려 대회 두 달 전쯤 나가겠다고 했더니 만류하더군요. 제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절대 불가능할 거라며. 그렇지만 전 목표가 생기면 힘도 나고 의지가 솟는 스타일이라서 운동, 식이조절, 워킹 연습, 태닝, 대회 의상까지 전부 혼자서 준비했고 그 과정이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이거든요. 2014년 미스코리아 포켓볼 대회에서 큰 점수 차로 1등 했을 때도 제가 연습량이 가장 많았죠. 포켓볼 대회 때도, 머슬마니아 대회 때도 그랬듯이 끝나고 나면 허무함이 몰려온다는 게 문제지만요. 뭐든 열심히 매진하지만 끝나고 나면 대처를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에 요즘엔 일주일 주기로 목표를 잡고 있어요. 주위 사람들은 제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다고 답답해하지만, 예전엔 그걸 못해서 나 자신을 방치했잖아요?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V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자체를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죠.
R 개인적인 이유예요. 고등학교 때 무릎 부상으로 현대무용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좋아했고 이루고 싶은 꿈이었는데, 그게 사라지니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 걸 경험했죠. 비슷한 상황을 몇 번 겪으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게 훨씬 힘들어요. 열정을 쏟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요. 그전에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책으로만 보던 <보그>에 제가 직접 나오게 됐잖아요! 내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됐어요. 그렇게 두려웠던 스물아홉 살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서른 살이 더욱 기대됩니다.
V 레이양의 삶에서 운동이란 무엇인가요?
R 운동이 일상이고 일상이 운동이죠. 그리고 운동은 저에게 약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 친구들한테 밝아졌다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운동을 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중심도 생겼습니다.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모델
- 레이 양
- 스탭
- 헤어 / 오종오, 메이크업 / 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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