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캘빈 걸, 켄달 제너
당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걸’들이 존재한다. 피렐리 걸, 본드 걸, 게스 걸, 그리고 캘빈 걸! 브룩 쉴즈, 케이트 모스, 크리스티 털링턴, 라라 스톤을 잇는 새로운 캘빈 걸이 탄생했다. 바로 켄달 제너다.
1990년대 초 · 중 · 고 시절을 보낸 X세대라면 <무한도전>의 ‘토토가’ 가요가 더없이 친근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90년대라면 동네 레코드 가게나 거리의 카세트테이프 가판대에서 흘러나오던 트와일라잇 존의 ‘투 언리미티드’와 함께 어김없이 마크 월버그의 캘빈 클라인 광고가 떠오른다. 선명한 브랜드 로고의 브리프 밴드가 보이게 입은 청바지 차림에 삐딱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반항아, 마키 마크(당시 마크 월버그의 가수 활동 시 이름). 그가 출연한 광고 사진은 방에 붙여놓을 만큼 인기 최고였다. 캘빈 클라인 광고는 리처드 아베돈이나 허브 리츠, 스티븐 마이젤 같은 특급 사진가의 농밀한 색감과 간결한 듯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사진으로 당대 패션계와 광고계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그 중심엔 그야말로 몇 분 후 슈퍼스타가 될 모델과 배우가 존재했다.
1968년 코트 매장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한 캘빈 클라인은 10년 후 데님 라인을 론칭했다. 그 후 리처드 아베돈과 카피라이터 둔 아버스가 의기투합한 진 광고는 기존의 청바지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나와 캘빈 청바지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당시 열다섯 살 소녀였던 브룩 쉴즈는 전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대답한다. “아무것도 없어요!” 소녀의 당돌한 광고 문구 때문에 몇몇 방송국엔 방송 제재 조치가 취해졌고, TV 토크쇼의 뜨거운 논쟁 주제로 떠올랐다(브룩 쉴즈는 광고 촬영 전 출연한 영화 <Pretty Baby>에서 사창가에서 성장하는 창녀 딸로 출연했다. 그런데 이 카피가 캘빈 클라인 진과 그녀의 외설적 관계를 연상시켰기 때문). 하지만 마케팅의 귀재 캘빈 클라인은 노이즈 마케팅을 사업에 이용했고 광고 역시 진화를 거듭하게 됐다.
그리고 1992년 래퍼로 활동하던 마크 월버그와 케이트 모스가 동반 출연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는다. 지나치게 분방한 나머지 대관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 뮤지션은 허브 리츠가 찍은 언더웨어 광고와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진 광고를 통해 새로운 팝 아이콘이 됐다. 더불어 혜성처럼 등장한 케이트 모스는 이 광고를 통해 슈퍼모델로 대접받았다(그녀와 캘빈 클라인 진의 인연은 2006년까지 이어진다). 관능적인 80년대 슈퍼모델들을 대신해 작고 깡마른 케이트 모스는 평범한 듯 개성 넘치는 이웃집 소녀 이미지로 당시 X세대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런 케이트 모스와 함께 CK 컬렉션은 대히트를 쳤고, 다음 해에 발표한 향수 ’CK One’ 역시 대성공을 기록했다. 보시다시피 캘빈 클라인은 새 얼굴을 발굴하는 데 천재였다. 애쉬튼 커처가 CK 진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1998년 당시 막 모델계에 입문한 그를 맨 먼저 알아본 인물이 캘빈 클라인이었다. 또 러시아에서 과일을 팔던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를 하이패션으로 캐스팅한 것도 클라인. 브룩 쉴즈와 닮은(특히 짙은 일자 눈썹!) 모습이 클라인의 눈에 띈 것. 그 후로도 케이트 보스워스부터 에바 멘데스, 라라 스톤(그녀는 무려 4년 넘게 캘빈 클라인 진 모델이었다)에 이르기까지 하우스는 늘 새로운 얼굴을 발굴했고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클래식한 아메리칸 뷰티(패티 한센, 브룩 쉴즈, 제리 홀), 쿨 걸(케이트 모스, 미니 안덴), 인형 같은 금발 아가씨(케이트 보스워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다이앤 크루거), 글래머 걸(라라 스톤, 스칼렛 요한슨, 에바 멘데스) 등등. “캘빈 클라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합니다.” CK 진 하우스는 지금 가장 ‘핫’한 누군가보다 캘빈 클라인을 통해 더욱 ‘핫’해질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컬렉션이 음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실제 뮤지션을 캐스팅하기도 해요. 바로 저스틴 비버가 대표적인 예죠.”
인터넷과 SNS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스마트족이 등장한 2015년, 그 대망의 주인공은? 바로 켄달 제너! 캘빈 클라인 진의 아이코닉한 광고를 보며 브랜드의 옷을 입으며 자랐고, 패션에 도가 튼 자매들과 함께 패션계 안팎에서 놀던 바로 그 아가씨 말이다. 게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자그마치 1,600만 명)를 거느린 소셜 미디어 슈퍼모델!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2010년 이후부터 모델의 SNS 파급력이 패션 마케팅에서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저스틴 비버나 켄달 제너는 디지털 ·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반영한 캐스팅이죠” 그녀는 캡슐 라인 #mycalvins 시리즈뿐 아니라 언더웨어 캠페인 모델로도 발탁됐다. 캘빈 클라인 마케팅 담당자는 켄달이 캘빈 클라인에 젊은 에너지를 가져올 거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그녀는 영향력 있는 팬들을 거느리고 있어요. 켄달을 향한 세계적인 관심이 캘빈 클라인 청바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죠.” 과연 그녀가 90년대의 케이트 모스처럼 캘빈 클라인과 함께 우리 시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
- 에디터
- 손은영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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