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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롤모델 ③ – 이연

2016.03.15

by VOGUE

    여자들의 롤모델 ③ – 이연

    지금은 새로운 시대다. 모두가 운동에 열광하고 새로운 스타 집단이 생겼다. 몸매 종결자, 스타 트레이너, 머슬녀, 스포테이너. 이들의 외모뿐 아니라 내면 또한 동시대 여자들의 롤모델이다.

    Body Talk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얼굴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머슬 마니아 대회에서 수상도 했지만 광고 모델도 했으니까. 이연은 피트니스 모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시스루 크롭트 톱과 브라는 라펠라(La Perla), 비대칭 스커트는 베르사체(Versace), 운동화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Adidas by Stella McCartney).

    시스루 크롭트 톱과 브라는 라펠라(La Perla), 비대칭 스커트는 베르사체(Versace), 운동화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Adidas by Stella McCartney).

    VOGUE (이하 V) 언제부터 운동을 했나요?
    LEE YEON(이하 L)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지는 10년쯤 됐어요. 어렸을 때는 태권도를 꾸준히 수련했죠. 선수 생활까지 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끝까지 가지 못했어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괴로워한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른 형태의 운동으로 원하는 바를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V 흔히 생각하는 ‘운동하는 사람’의 이미지와 달라요. 근육이 발달했다기보다는 좀 말라 보이는 편이에요.
    L 처음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였거든요. 키가 크다 보니 조금만 살이 쪄도 덩치가 커 보이는 게 싫었어요. 피트니스 선수들도 늘씬하면서 근육을 선명하게 다듬는 데피니션과 근육을 우람하게 키우는 벌크업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죠. 전자의 경우 왜소해 보일 수 있지만 순발력이 좋고, 후자의 경우는 폭발적인 힘이 좋아요. 장거리 선수와 단거리 선수의 체형 차이와 비슷하죠.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취향이에요. 전 가볍고 날렵한 몸을 선호해서 순발력, 근력, 지구력을 고루 습득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하고 있고요. 가벼운 무게를 반복해서 드는 식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유산소인 서킷 트레이닝 순환 운동까지 겸하면 요가나 필라테스만큼 몸매가 예뻐질 수 있죠. 지방도 더 잘 타고요.

    V 어떻게 피트니스 모델을 하게 됐나요?
    L 활동적인 걸 좋아하고 성격도 외향적이라 요가, 킥복싱, 무아이타이 등 온갖 운동을 다 배웠는데 그중에서 헬스가 가장 재밌고 잘 맞았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트레이너까지 하게 됐고 그러던 중 모델 일을 접하게 됐죠.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점점 트레이너와 모델 일을 병행하기가 어려워져서 결국 트레이너직을 그만뒀고요. 자연스레 운동도 소홀히 하게 되고 먹는 것도 적어지니까 삶의 낙이 사라진달까, 좀 공허해진 기분이었어요. 작년에 머슬마니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게 운동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모델 일과 운동, 두 가지를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피트니스 모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익숙한 개념은 아니죠.

    V 피트니스 모델이 기존의 패션모델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뭔가요?
    L 운동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적절한 체형, 모델의 퍼프먼스적인 면을 고루 갖춰서 그와 관련된 촬영에 특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운동복이나 운동기구 광고 촬영을 생각하면 쉬워요. 해외에서는 피트니스 선수가 피트니스 모델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몸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 운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구분 없이 패션모델이나 광고 모델들이 모든 걸 다 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미국의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는 슈퍼모델도 서지만 복싱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필라테스로 11자 복근을 장착한 수영복 모델들도 많이 섭니다. 모델 분야에도 전문성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저 자신이 우리나라 피트니스 모델 1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플리츠 드레스는 제이 멘델 (J. Mendel),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짐볼과 MSD 밴드는 코어바디.

    플리츠 드레스는 제이 멘델 (J. Mendel),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짐볼과 MSD 밴드는 코어바디.

    V 머슬마니아 대회 타이틀로도 유명하죠.
    L 2014 머슬마니아 세계 대회 선발전에서 미즈비키니 그랑프리, 스포츠 모델 톨 부문 1위에 뽑혔어요. 미즈비키니는 여성적인 매력을 기준으로 하고, 스포츠 모델은 모델다운 워킹이나 신체 비율을 보죠. 모델 활동을 하다가 두 달 만에 몸을 만들어서 만족할 만큼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였어요(6~10시간씩 매일 운동을 하긴 했지만요). 게다가 첫 출전이라 뜻밖의 성과였죠. 사실 수상 직후인 작년 말에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대부분 저한테 섹슈얼한 이미지를 기대했고 확신이 서지 않더군요. 예전에는 남성지나 헬스 매거진에서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로 레이싱 모델을 많이들 썼잖아요? 전 각자의 영역이 다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레이싱 모델이 피트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적은 것처럼 제가 모터쇼에 서는 건 맞지 않습니다. 소신 있게 모델 활동을 하면서 피트니스 모델로서 저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V 지나치게 마른 패션모델들의 건강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L 운동을 하는 사람과 모델의 공통점은 자기애인 것 같아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요. 그래서 모델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극단적으로 작용한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패션모델들도 건강하게 몸을 가꾸는 추세입니다. 운동도 자주 하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죠. 비슷한 패턴으로 닭 가슴살만 먹고 근육은 우람해야 한다는 피트니스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적당한 크기로 탄탄하게 단련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죠. 크지 않아도 수행 능력이 있는 근육을 키우는 게 건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전 두 극단이 융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옷을 예쁘게 입기 위해서 몸을 가꾸는 이들이 많아진 것처럼요.

    V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운동 방법에 대해 궁금해할 거예요.
    L 제 주변 사람들이 자극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늘 물어보죠. 그렇지만 다들 잘 알고 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도 “좀 참아 봐, 술 먹지 말고 식단 지키고”가 전부예요. 일단 살을 빼면 그다음엔 좀 먹어도 돼요. 그렇게 쉽게 찌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몸매를 지키고 싶으니 많이 먹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 중요한 건 ‘끈을 놓지 말라’는 겁니다. 오늘 하루 폭식을 했다고 해서 ‘역시 난 안 돼’라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반성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분으로, 어차피 먹었으니 ‘내일 다시 시작하는 거야’라고 마음을 다잡는 거죠. 전 일주일에 6일 운동을 하면 일요일은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해요. 그리고 월요일에 리셋을 하는 거죠. 바쁜 직장인은 3일을 주기로 하는 게 좋겠죠. 결국 생활 습관이에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굉장히 힘들여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수하듯, 양치하듯, 밥 먹듯이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V 우리나라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L 일단 자책하고 자학하는 것부터 그만둬야 해요. 자신을 예뻐하고 사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그러기 위해선 운동을 해서 생활의 활기를 되찾아야겠죠. 먹었다고 괴로워하는 건 그만둬요, 마음을 다잡고 새로 시작하면 되니까요. 저런 몸매도, 저런 생활도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할 수 있고 내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엔 롤모델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운동을 했지만 이젠 제가 다른 사람들의 롤모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많은 여자들이 나를 보면서 건강해지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죠. 여러분, 전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이연
      스탭
      헤어 / 오종오, 메이크업 / 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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