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장인의 제품을 ‘프리 오더’로 만나는 법
우람한 럭셔리 부띠끄와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청담동 명품 거리를 벗어나 뜻밖의 곳에서 진정한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 성북동 19번지, 길상사의 고즈넉한 담벼락 사이를 걷다보면 빌라델꼬레아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장인들이 빚어낸 최고급 수트와 구두가 조용히 진열된 그곳, 피렌체의 장인 ‘히데타카 후카야(Hidetaka Fukaya)’의 가죽 제품들이 단 2주간 서울에 머뭅니다. 오는 22일(토)부터, 한국 소비자를 위한 ‘프리 오더’를 진행한다는 소식입니다.
’24시간이 모자라’는 패션계의 시곗바늘이 유독 느리게 돌아가는 곳. 장인들의 공방입니다. 무두질과 바느질에 한창인 장인들과 돌돌 말려있는 색색의 원단, 손때 묻은 소도구들.. 이 적막한 공방의 반대편에 선 우리는? 환상적인 쇼윈도 앞. 이제 막 데뷔한 제품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한 곳에 서 있죠. 장인의 손에서 쇼윈도로 완성품이 올라오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영화 <디올 앤 아이>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라프 시몬스가 중간 점검을 소집한 날,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꾸뛰리에들! 여성복 디렉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 VVIP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싶다고 말해서 비행기를 타고 갔어요. 아무도 거절할 수 없어요.” 재미있는 이야깁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VVIP들은 제품이 세상에 빛을 보기도 전에 먼저 입어보고, 원하는 색과 원단을 골라 주문합니다. 쇼가 열리기 며칠 전이라 할지라도요. 기성복 컬렉션도 마찬가집니다. 쇼가 끝나면 프리 오더’를 접수하죠. 구미에 맞게 주문하는 VVIP는 물론, 바이어들도 소비자들이 좋아할 법한 원단과 색을 함께 주문합니다.
‘프리 오더‘는 소수의 VVIP와 바이어들에게 익숙한 방식입니다. 제품을 가질 사람을 떠올리며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쇼윈도에서 고르기만하는 인스턴트 쇼핑과는 다른 소비 방식이죠. 조금 느리지만 내 손으로 완성한 제품을 맞이하는 순간의 희열은 두말할 것 없죠. 유려한 취향을 지닌 <보그> 오디언스라면 꼭 체험해봐야 할 ‘프리 오더’가 있습니다. 바이어와 VVIP처럼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체험이죠! 우람한 럭셔리 부띠끄로 가득한 청담동이나 화려한 조명이 번뜩이는 백화점을 벗어난 고즈넉한 동네, 성북동을 찾았습니다.
성북동 19번지, 담벼락이 높은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빌라델꼬레아’는 본래 남자를 위한 아티산 컨셉 매장입니다. 이곳엔 최고급 남성 수트와 슈즈, 액세서리가 모여있습니다. 얼마전 피렌체에서 손꼽히는 구두 장인 ‘히데타카 후카야’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습니다.
1974년생의 히데타카 후카야는 일본인입니다. 도쿄에서 ‘켄쇼 아베’에서 일했던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 공방을 찾아다녔죠. 가죽의 매력에 빠진 그는 현재 피렌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맞춤 구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구두를 신기 위해선 짧게는 5백시간, 길게는 약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한 켤레에 8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입니다.
하루종일 공방에서 무두질과 바느질을 하면서 가죽을 만졌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욕심도 대단합니다. 작업하는 손에 붙는 느낌이 곧 쇼퍼의 손에도 익숙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고급의 소재에 단단한 마감으로 완성된 가죽 제품은 오래 사용할수록 멋이 담기는 법이죠. 구두뿐만 아니라 가방과 지갑, 벨트 등 가죽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일 미치오(Il Micio)’ 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니아들에겐 벌써부터 빅뉴스로 들썩이고 있는 소식. ‘빌라델꼬레아’에서는 오는 토요일(8월 22일)부터 2주간, 히데타카 후카야의 일미치오 ‘프리 오더’ 이벤트를 진행 합니다. 준비 중인 쇼룸을 둘러 봤습니다. 담백한 색감의 가죽 에코백과 보스턴백, 메신저 백, 아이패드 케이스, 도큐먼트 케이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장식의 벨트와 지갑, 파우치 등 20여 종류의 다양한 컬렉션이 진열되고 있었습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샘플 보드 위에 놓인 8가지 색 가죽과 히데타카 후카야가 직접 그린 그래피티 패턴의 PVC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습니다. 파우치와 클러치는 지퍼 테투리와 파우치 몸통 색을 달리 조합하는 재미도 있더군요. 반 맞춤 ‘수미주라’ 수트처럼! 데님 토트백은 사진에 담기지 못할만큼 색감이 고왔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쇼퍼백! 클래식 구두와 가죽 제품을 만드는 히데타카 쿠타야와 그래피티 패턴은 뜻밖이군요. 빌라델꼬레아 박성준 이사는 피렌체에 위치한 히데타카 쿠타야 매장 외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작은 문 옆으로 난 창문에 가득한 그래피티! 매장 10주년을 기념해 아티스트 ‘Zero-T’와 함께 작업한 페인팅이었습니다.
최고의 장인에게 의뢰한 제품이지만, 가격대는 약 8만원부터 200만원대까지 합리적입니다. 주문한 제품은 히데타카 후카야의 공방으로 전해져 약 6개월 뒤에 완성되어 돌아올겁니다. 평소 맞춤복에 익숙하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경험이 없다면 오랜 시간일 겁니다. 하지만 호화로운 ‘물건’보다는 나를 위한 ‘가치’에 몰입하는 경험이 될겁니다. 특히 사고 싶은 순간 당장 손에 쥐어야만 직성이 풀렸던 쇼핑 습관을 가졌다면 한번 쯤 꼭 경험해보길 권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깜짝 선물로도 좋겠군요? 성북동 길상사 주변을 느리게 걸으며, 천천히 나를 위한 ‘느린 소비’를 체험해보길 바랍니다.
기간은 오는 8월 22일(토)부터, 9월 6일(일)까지 2주간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8시까지 문을 여는 성북동 19번지, ‘빌라델꼬레아’에서 가을 바람도 만끽해보시길.
문의| 빌라델꼬레아 (02-3676-9002)
www.villadelcorea.com 인스타그램(@villadelcorea), 페이스북(villadelcorea)
- 에디터
- 홍국화
- 포토
- Courtesy of Villa Del Corea, IG@ORIGINALZEROT, FB@HIDETAKA FUK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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