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Vogue St – 윤성보의 Baron Y***
브르타뉴가(Rue de Bretagne)를 지나서 북쪽 마레를 향해 곧장 걷다 보면 오른쪽 담벼락에 부엉이 로고가 그려진 야릇한 분위기의 쇼 윈도우가 시선을 끈다. 이 부티크의 주인인 디자이너 윤성보씨를 알기 전에는 그 곳을 지나치며, 아마도 금발에 가죽 바지와 목 깃 높이 세운 르네상스 식 재킷을 입은 영국 계열의 프랑스 사람이 주인장이려니 했다.
섬세한 액세서리들과 중세적이고 클래식한 느낌의 테일러링, 고급스런 소재, 예민한 디테일이 고집스런 주인장의 컨셉트다. 신고전주의와 신록큰롤(Neo classic and Neo Rocken Roll)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윈도우에 끌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주인장은 편안한 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예의 부드러운 미소와 튀지 않는 매너로 맞이했다. 그는 한국인이었다.
윤성보씨는 한국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뒤, 1991년 파리 유학길에 올라 제 8대학에서 17세기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옷에 대한 열정으로 에스모드 파리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는 인생의 급 전환을 맞았다.
에스모드 졸업 후, 찰스 주르당(Charles Jourdan), 마틴 싯봉(Martine Sitbon), 로프트(Loft)에서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그리고 교수를 거쳐 2007년 오랜 숙원의 과실인 자신만의 부티크 ‘Baron Y ***를 오픈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티크 성격상 업 타운의 주소지가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빛이 나며 부드러운 감촉의 소재 선택, 정교하면서도 아련한 디테일이 보여주는 고급스런 주인장의 취향이 화려한 사교와 밤 문화, 레드 카펫와 제트 족의 라이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도 너무 만족스러워하는 3D입체 팬츠의 고객이 조르지오 아르마니, 하이디 아커만, 피에르 하르디라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리라. 그 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비롯한 각 분야의 디자이너, 아티스트, 뮤지션, 파리에서 멋쟁이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을 단골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엔 파리에 머물고 있는 영화 배우 류승범씨도 이곳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숍 이름인 ‘바론(Baron)’은 옛 귀족의 이름이다. 그에겐 상류의 냄새를 풍기는 유전자가 있는 게다. 동시에 숍 부재인 ‘슈에트(choette)’는 올빼미란 뜻이나 시크하다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숍에는 비늘같은 디테일의 양 가죽, 스위스 산 레이스, 금 장식의 앤티크 브로우치, 테슬이 가득하다. 캐주얼한 팬츠 위에 걸치면 바로 ‘코스트’바에서 춤을 출 수 있을 팬시한 재킷이나 톱들도 보인다. 느낌이 살갗 같이 보드라운 가벼운 소재의 실크 저지 드레스, 티셔츠는 분명 목적이 있는 모임을 위한 아이템들이다.
또 다른 ‘베스트 셀러’는 사방을 양 가죽으로 두른 캐시미어 오버 싸이즈 스카프를 두르고 그가 손수 장식한 앤틱 모자를 쓰고 레이스로 끝 단을 마무리한 블라우스를 입고 마레를 걷는 고집쟁이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변하기를 거부하는 파리지앵적인 삶을, 프랑스인들의 장인 정신을, 유럽사람들처럼 느림보의 길을 걷는 그의 모습이 외롭고 고되 보인다.
부티크 문을 열고 고객을 직접 맞이하며, 책상에 앉아 업무 처리를 하고 스튜디오에서 크리에이션을 위해 옷감과 앤틱 단추들과 씨름을 하다가 장를 봐서 집으로 돌아간다. “요즘엔 퇴근 후, 샴페인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예요.”하고 소박하게 웃는다.
수행 아닌 수행의 길!
몇 안 남은 오너 부티크 디자이너는 외골수의 하루 하루를 그렇게 지낸다. 자신의 옷을 사랑하고 자신의 세계를 나누는 마니아들에게 소소한 아이템들을 안겨주는 그 찰나의 행복을 위해 말이다.
옷을 들추며 “이것 좀 봐요 지원씨! 이 캐시미어 안은 실크로 안감을 배접했죠!” 이런 애기를 할 때면 약한 흥분에 얼굴에 상기된 그를 본다. 그런 그를 보면 ‘이 사람 천상 옷쟁이야.’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파리에서 산 삶이 고국에서 보다 더 길어져 가는 파리지앵이 되가는 윤성보씨, 부드럽고 어려 보이지만 자기 고집대로 살아가는 강한 남자다. 그가 많이 알려져서 좀 더 큰 시장에서 활기차게 자신만의 ‘록큰롤’을 연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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