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친구들 3
마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 일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건 분명하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게 다르지만, 함께라서 더없이 즐거운 패션계 친구들!
HIP HOP PLAYERS
올봄 유튜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영상 중 하나는 뮤직비디오 ‘잊지마(It G Ma)’다. 700만 명이 보고 열광한 뮤비 주인공은 코홀트(Cohort, 포유류 중 최상위라는 뜻을 담은 것). 힙합과 패션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모여 편집 앨범(Orca Tape), 스트리트 브랜드(Orca Wear), 공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으로 만든 팀이 아니에요.” 크루의 창립자이자 디자인과 해외 영업을 맡고 있는 오스카가 설명했다. “친한 친구들끼리 마음 맞는 일을 함께 하는 게 취지였죠. 앞으로 또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진 알 수 없어요!”
오스카를 비롯, 랩을 하는 오케이션과 레디,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모델 박성진이 만나게 된 건 그야말로 SNS 세대답다. 펜실베이니아에서 같은 대학을 다니던 오스카와 오케이션은 서울에 레디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같이 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트위터로 무작정 연락했다. 또 오케이션과 성진은 서로를 팔로잉하는 인스타그램 친구였다. 성진이 모델로 맹활약할 당시, 뉴욕 거리에서 오케이션과 우연히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온라인 친구에서 오프라인 친구로 발전했다.
개성 넘치는 네 사람이지만 모이면 음악과 패션에 관한 수다뿐. “한번은 카페에서 4시간 동안 얘기한 뒤에 성진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또 4시간을 더 대화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젠가 모두 같은 건물에 모여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또 함께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세계 곳곳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네 남자의 끈끈한 우정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저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른 멤버들이 지닌 것 같아요.” 레디가 말했다. “솔직히 성진의 첫인상이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니에요. 오케이션은 치와와가 떠올랐죠. 하하! 하지만 다들 알면 알수록 좋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이 중요해요.” 멤버들 중에 가장 둥글둥글한 성격을 지녔다는 오스카는 이렇게 표현했다. “다들 100% 완벽하지 않지만 함께한다면 100%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STREET BOYS
“우리 여직원도 함께 촬영해도 되나요?” 압구정동 로데오에 위치한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 ‘휴먼트리’ 매장에 하나둘씩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베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 엄건식이 말했다. “우리 크루인데, 고양이들이에요!” 휴먼트리 마스코트인 고양이 만수르와 요다는 이곳에 모인 남자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듯 친근하게 다가가 아는 척했다.
‘누드본즈(Nude Bones)’ 디렉터 곽민석(‘민석룩’이라는 광고 카피로 화제가 된 인물!), 휴먼트리 대표 김종선과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는 선우와 세진, 그리고 국가대표 클라이머 ‘더자스 클라이밍’ 김자비까지.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이들은 어느새 취미도 함께 즐기는 사이가 됐다. “같은 취향을 지니고 관심사도 비슷하다 보니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요!” 건식이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명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각자 사무실이 가까이 있기에 일하는 틈틈이 서로의 사무실에 놀러 가곤 합니다.” 민석의 말에 종선이 덧붙였다. “다들 스트리트 문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함께 대화하다 보면 혼자선 생각지도 못한 새 아이디어가 나올 때가 많죠.” 주변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각자의 능력이 100% 발휘될 수 있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을 때는?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전거를 타거나 클라이밍을 즐깁니다.” 다들 야외 활동을 좋아하다 보니 시간만 맞으면 급작스럽게 훌쩍 떠날 때도 있다. 여섯 명이 열광하는 또 하나의 취미는? 바로 캠핑! 특히 캠핑그룹 보일러스(Boillers) 멤버인 종선이 앞장서 전국 각지로의 캠핑을 기획한다(보일러스는 패션, 음악, 파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임). 매사에 찰떡같이 마음이 잘 맞는 이들의 꿈은 뭘까? “스트리트 문화의 본고장을 찾아가 신나게 즐기고 싶어요!”
PARTY ANIMALS
6월 8일,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사진가 백승우 개인전을 기념하는 특별 파티가 열렸다. 이날 디제잉을 맡은 인물은 요즘 패션 행사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민주(샤넬 크루즈 쇼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음악 감독 미셸 고베르도 그녀에게 반했다는 후문!). 민주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중 유난히 디제이 부스 가까이에서 떠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녀가 음악을 트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친구들이다. 패션 디자이너, 모델, 코디네이터,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다들 민주의 음악을 좋아하고 흥이 넘친다는 면에서는 서로 닮았다. “민주는 정말 열정이 넘쳐요! 함께 있으면 활력이 생기죠.” 민주가 입는 의상을 도맡아 협찬해주는 디자이너 전새미가 말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은 매력적일 수 밖에요. 민주처럼요!” 스타일리스트 조아라가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여섯 명은 각기 확실한 개성을 지녔다. “다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이죠. 특별히 학교와 사는 곳이 같거나, 하는 일이 같지 않아도 마음만 맞으면 얼마든 친해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들은 특별히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고 다 만나는 사실이 신기할 뿐. “서로 비슷한 취향을 지녀서 그게 가능해요. 제가 음악을 트는 곳에 찾아올 때도 있고, 또 다른 파티나 전시에서 만나곤 하죠.” 서로서로 든든한 지원군이기에 민주가 음악을 틀면 그곳으로 모이고, 우나와 선희가 전시하면 또 그곳으로, 혹은 새미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으로 모이는 식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반갑고 즐겁고 신나는 친구들이에요! 함께하면 늘 에너지가 넘치죠.” 그들의 소망은 언젠가 다 함께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 “각자 맡은 분야가 확실한 만큼 흥미로운 작업이 나올 거예요. 테트리스 조각이 딱딱 들어맞는 것처럼!”
SINCERE MATES
기자와 모델, 혹은 기자와 연예인은 가까운 듯 먼 사이다. 한없이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가도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얼루어> 패션 에디터 김민정을 중심으로 한 모델, 배우, 뮤지션의 관계는 좀 각별하다. 만난 시기, 친해진 사연은 전부 다르다. 가령 ‘티아라’ 효민은 3년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웃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고 급속히 친해졌다(두 사람의 집 거리가 200m도 안 된다). 모델 이승미는 5년 전 <쎄씨> ‘스타일링 게임’ 촬영을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호탕한 성격이 잘 맞았기 때문). <여자를 울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지일주는 업계에서 흔치 않은 동갑내기, 또 <연평해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천민희는 야구를 향한 애정 덕분에 친해졌다. 이렇듯 이유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서로 인간적으로 끌린다는 사실.
“좋은 사람이기에 자꾸 연락하고 만나고 그런 거죠. 특별히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사이가 아닌, 언제든 연락해서 술 한잔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거예요.” 일주의 말에 효민 역시 동의한다. “서로 좋은 소리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지적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예요.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비밀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사생활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물론 패션 에디터로서 민정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다. 스타일에 민감한 연예인과 모델에게 냉철한 조언을 해주는 것(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셀피’를 찍어 민정에게 보내 그날의 스타일링을 검사 받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어요. 예쁜 ‘신상’을 발견하면 맨 먼저 추천하고 쇼핑할 때 할인 팁을 전해주기도 하죠. 언니로서, 친구로서, 마냥 챙겨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패션 에디터와 잘나가는 모델, 그리고 스케줄 조절이 어려운 배우와 뮤지션이기에 다섯 명이 시간을 맞춰 모이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따라서 이들의 바람은 무척 소박하다. “시간 제약 없이 커피나 술 마시며 실컷 수다 떨고 싶어요. 서로의 고민도 나누고요. 다 같이 유니폼을 빼입고 야구장에 가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 에디터
- 임승은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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