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Vogue St – 에어비앤비 1
앙드레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그 주제를 쉽게 내 방식대로 이해하자면 ‘내 마음 가는 데로 여행하느냐 아님 타인의 방식이나 여건에 맞추어 하느냐’다. 기술적 메니징에 따라 소중한 여행의 질이 좌우된다.
여행의 필수 요건 ‘숙식’. 사실 내겐 어느 도시, 어느 나라를 가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 인자다. 어디다 머리를 대고 자고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맞이하며, 맘에 드는 인테리어와 꽃이 꽂혀 있는 창가.
‘욕실과 부엌에 창문이 있어야 해. 책을 읽을 데이 베드도 있고 근처에 손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먹거리 시장도 있어야 되고. 오후엔 장바구니 들고 기웃거리며 산책 겸 저녁 거리도 살 수 있게.’너무 많이 기대하나? 그러나 이젠 기대가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사실 ‘에어비앤비(airbnb.co.kr) 전에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닿는 현지 친구나 지인의 집을 빌려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에 새삼 감사하다. 요즘 들어 화제인 ‘에어 비 앤비’나 그와 비슷한 단기 렌탈 임대 주택 APT’ 싸이트를 이용함으로써 그 가능성의 폭과 수준, 선택의 자유가 다양해 졌다는 점!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이전에 해 온 여행의 방식과 스타일에서 궁극적인 목적에 까지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파리지엥처럼 머물 수 있는 게 가능해진 시대! 지금까진 아마 많은 이들이 비행기를 탈지 기차를 탈 지를 결정하고,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여행사가 추천하는 호텔에 짐을 풀고 정해놓은 일정대로 휘둘리며 셔터 누르다 그저 그런 식당에서 카페테리아 수준의 식사로 끼니를 때우다가 황황히 돌아오는 식의 여행을 택했으리라.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비교적 경제적이고 단기에 많은 관광 명소를 찍고 언어적 지리적 불편함에 대한 불안감 없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관광 명소 앞에서 찍은 똑같은 사진이 주인만 바뀌어 저장된다. 하지만 보그의 독자라면 좀더 패셔너블하게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 해보길 권유한다.
홈 스테이의 경우, 잘만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비용 면에서 호텔보다 저렴하고 더욱 넓고 자유로운 공간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메트로(시내 지하철이 커버되는 지역 내라면 굳이 관광 중심지가 아니더라도 교통에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셋째, 독채를 빌릴 수도 있지만 방을 빌려 쓰면 주인(현지인)과의 교류로 보다 폭 넓은 경험과 정보를 쌓을 수 있다.
넷째, 집에서 하는 모든 생활적 공간이 시스템과 함께 구비되어 있어 식 음료가 절약 된다. 다섯 째, 무엇보다 아침을 먹으로 일어나자 쫓기듯 얼굴 좀 만지고, 옷 입고 나갔다가 피곤에 지쳐 돌아와 넓은 호텔 로비의 소음을 들어가며 엘레베이터 안에서의 어색한 타인과의 접촉 등, 불필요한 피곤함과 형식을 피해 자유로울 수 있다. 완벽한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며 느긋이 걷고 걷다가 보려 멈추고 들어도 가보고 벤치에 앉자 지나가는 모습들을 바라도 보고. 그런 여행 말이다.
여기 소개된 아파트는 파리 3구(75003, 파리는 75001에서 75020구까지 이십구로 되어 있으니, 지도를 검색 후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지역을 물색한다)에 있다. 북쪽 마레라 일컫는 요즘 한창 뜬 메르시(Merci) 매장까지 걸어서 십 분이 채 안 되는 곳에 있다. 에어비앤비는 비지니스 이전에 교류라고 볼 수 있다.
홈 스테이는 주인과의 시작이 중요하다. 집 주인 버나드의 따뜻하고 신속한 답변의 메일 내용이 나의 맘을 편하게 한다. 키를 건네 받는 첫 만남에서도 역시! 글 속에 보인 예의 따스함이 눈빛에서 전해지는 멋쟁이 신사였다. 그는 솔트 앤 페퍼컬러의 숱 많은 머리에 검정 린넨 셔츠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 주인은 친절하게 열쇠 사용법, 집의 코드 등을 가르쳐주고 그 외 집의 구조 부엌 사용법 등의 설명을 듣는다. 질문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묻는다(여기서 우리가 집을 구할 때 최초로 주고 받는 이 메일을 통해 영어 실력과 성격, 서비스 태도 등을 알음할 수 있으니 찬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리빙룸 테이블 위엔 샴페인이 부엌에는 커피, 티, 스낵류와 간간하게 요기 할 시리얼, 과자, 빵, 버터, 마멀레이드 등이 웰컴 푸드로 준비되어 있었다. 대게는 아파트 주인이 먹던 이런 자잘한 식료품이나 양념 등은 조금 사용하는 건 괜찮다. 그렇지만 미리 확인 하는 게 좋다. 좀 과하게 비웠다 싶으면 장를 봐두거나 애교있게 팁을 두고 떠나는 것도 방법.
내부 장식은 파리지엥의 센스가 공기에 마저 베인 듯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공간들로 이루어졌다. 이미 사진으로 대충은 익혔지만, 실제가 더 황홀했다. 청소 상태도 흠 잡을 때가 없었다. 파리는 냉방기가 거의 없다. 한 여름 더워도 습기가 없어 빛을 차단하고 창문을 닫아두면 대부분 석조 건물이라 지낼 만한 온도가 유지된다. 만약 더위를 유난히 탄다면 선풍기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겨울엔 습기 덕에 체감 온도가 낮고 라디에이터식 난방이니, 엑스트라 침구를 미리 부탁하고 온도 조절 방법 등을 미리 주인에게 물어둔다.
조리를 좋아하는 내게 오픈 키친(여기선 아메리칸 키친 이라고 표기한다)은 덤으로 주는 선물과도 같다. 테이블 위엔 지역 레스토랑 가이드 등이 놓는 센스까지. 불편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전화로 주저 말고 물어 달라고 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이불 시트와 타월 등은 새것이다. 호텔처럼 매일 바꿔주진 않는다. 주로 일주일 단위로 청소와 베딩 서비스가 가능하며 비용은 계산시 포함된다. 샴푸나 비누 등은 구비가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조리 시 필요한 모든 기구나 간단한 양념 등은 어디나 사용이 가능해 간간한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 샴페인 한 잔을 정교한 컷팅의 크리스털 잔에 따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조율해 본다. 파리적 리듬, 안단테!
근처에 있는 마켓으로 장을 보러 간다. 웬만한 쌀은 종류별로 슈퍼에서 작은 사이즈로 판다. 그 외 간장 참기름, 스파이시 소스, 인스턴트 누들은 대부분의 체인 슈퍼의 아시안 푸드 코너나 아랍인들이 하는 편의점에 구비되어 있다. 일인용 커리, 닭과 고기 생선 요리 등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 먹을 만한 프렌치 요리도 다양해 값싼 방법으로 프렌치 맛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요령껏 이것 저것 사도 보고 먹어도 보는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피곤한 여행에 필수! 흥겨운 맘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장을 대충보고 국내에선 상상도 못할 가격의 명품 레벨의 와인을 오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에 로컬 와인 숍에서 한 병 고른 후(주인이 영어를 하면 가격대와 취향을 말하며 권유를 받아보자), 치즈 가게에서 눈에 익은 치즈도 한 피스 사서 집으로 향한다.
걷다가 잠시 사람이 부글대는 카페 테라스가 유혹 한다. 잠시 앉자, 식전 아페리티브 한 잔을 기울이며 파리지엥처럼 여유롭게 앞으로 펼쳐질 여행을 상상해 본다. 아! 좋다, 이 자유가 이 여유가. 파리지엥처럼 걷는다. 체크 아웃은 보통 호텔보단 여유 있다. 주인과의 관계에 따라 짐을 맞겨 놓고 일정을 마칠 수도 있고, 말만 잘하면 레이트 체크 아웃을 얻어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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