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힘
음식의 간을 맞춰주는 마법의 조미료이자 잇몸 질환 예방을 위한 민간요법으로 주방과 욕실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소금이 미용 성분으로 새롭게 등극했다. 클렌저부터 향수까지 여자들의 화장대를 장악한 소금의 힘!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라’는 화장품 광고 카피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가 피부를 위한 미용 성분으로 재조명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멜비타는 꿀, 꼬달리는 포도, 에스티 로더는 석류, 이니스프리는 녹차, 프레쉬는 설탕 등 이제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면 이들이 내세우는 식재료가 자동 연상된다. 이들 천연 재료가 전하는 피부 개선 효과 또한 뛰어나 브랜드에선 매년 뷰티 푸드라인의 몸집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화장품 성분으로 각광받는 식재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냉장고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과일과 채소, 즉 과채류라는 공통점이 있다.하지만 최근 1년 사이 S로 시작하는 알파벳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석류, 녹차, 포도, 꿀, 설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 사이에서 ‘솔트(Salt)’라는 블루오션이 떠오른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금은 입욕제로 사용되는 ‘배스 솔트’가 전부였지만, 이젠 비누, 샴푸, 향수로 확장되었고, 뷰티 월드는 요즘 소금 열풍이 한창이다.
대체 이 짜디짠 백색 결정체가 피부에 얼마나 좋길래? 우리만 몰랐던 소금의 효능은 알고 보면 꽤 솔깃하다. 예부터 소금은 맑고 투명한 피부를 위한 특효약으로 불리며 아름다움을 위한 민간요법으로 꾸준히 활용돼왔다. 특히 소금은 피부의 묵은 각질을 제거해주는 천연 스크럽제로 탁월한 효과를 인정받아왔는데, 세수할 때 마지막 헹구는 물에 적당량 떨어뜨리면 소금의 미네랄 성분이 얼굴에 남아 있는 각종 잔여물을 없애주고 피부의 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부엌 서랍장에 있는 소금을 그대로 쓸 순 없다. 식용 소금은 입자가 지나치게 곱거나 굵어서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데다 향 또한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그> 사무실에 도착한 이니스프리의 신제품은 이런 불편함을 없애주는 데일리 클렌저. 제주 용암 해수 소금을 미용 성분으로 활용한 ‘씨솔트 클렌저’ 라인 제품으로 새하얀 튜브 상단에 적힌 수치가 제품에 들어간 소금 함유량을 의미한다. 20%는 ‘젤리 클렌저,’ 30%는 ‘휘핑 클렌저,’ 40%는 ‘퍼펙트 클렌저’란 품명에서 눈치챘다시피 피부 고민에 맞춰 골라 쓰면 된다.
청담동 분더샵 내 뷰티 셀렉트숍 라 페르바에선 이스라엘산 소금 전문 뷰티 브랜드 알마 케이를 만날 수 있다. 배스솔트를 비롯해 핸드크림, 솝 바, 심지어 풋 크림에도 사해 소금이 듬뿍 들어가 있다. 온뜨레에서 판매하는 갸마르드 ‘유칼립투스 토닝 로션’도 소금이 들어간다. 칙칙한 안색의 주범인 각질과 노폐물을 매끄럽게 정돈해줄 갸마르드의 비책은 바로 시 솔트 추출물. 이 토너 하나면 굳이 세면대에 소금 한 스푼 넣고 손으로 휘휘 젓는 노력 없이도 얼굴이 매끈해질 수 있다. 식재료를 미용 성분으로 잘 활용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러쉬의 소금 제품은 기대 이상이다. ‘배스 솔트’라는 짐작은 금물! 소금이 들어간 샴푸라면 믿겠는가? “자연스러운 볼륨과 두피 딥 클렌징 효과까지. 이 모든건 바다에서 추출한 소금을 활용한 덕분이죠.” 요즘 부쩍 정수리 볼륨이 푹 꺼져 고민스럽다면 러쉬의 소금 샴푸 ‘빅’이 전하는 솔트 파워를 빌려보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입욕의 계절. 몰튼 브라운 ‘씨모스 스트레스-릴리빙 하이드로속’은 요르단 사해 소금을,록시땅 ‘아로마 릴랙싱 배쓰 솔트’는 프로방스산 카마르그 소금을 한 병 가득 넣어 소금 열풍에 동참했다. 일명 ‘귀족 소금’으로 불리는 카마르그 소금은 짠맛이 강하지 않아 남프랑스에서는 과자나 사탕 제조를 위한 재료로도 애용된다. 입욕의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욕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은은하게 퍼지는 아로마 향! 소금 성분이 들어갔다고 해서 향이 별로일 거란 편견은 버리자. 록시땅 ‘아로마 릴랙싱 배쓰 솔트’는 카마르그 소금에 라벤더, 스위트 오렌지, 베르가모트, 제라늄, 만다린 에센셜 오일을 한 겹 코팅해 물에 닿는 즉시 욕실 가득 기분 좋은 향기를 퍼뜨린다. 손목에 분사하는 순간 눈앞에 가상의 소금 사막이 펼쳐지는 솔트 퍼퓸도 있다. 짭조름한 바다와 소금 내음을 모티브로 만든 장 클로드 엘레나의 2013년 작 에르메스 ‘에삐스 마린 오 드 뚜왈렛’은 소금 향이 이토록 근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다. 여름내 피부에 쌓인 묵은 각질이 정리되지 않아 얼굴에 뭘 발라도 겉돈다면, 달콤한 꽃과 과일 향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면, 새하얀 소금의 담백한 매력에 빠져보시라!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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