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Vogue St – 위대한 유산
랑방의 창업자 ‘잔느 랑방(1867-1946)의 회고전’에 세 번이나 다녀왔다. 첫 번째 전시는 팔레 드 도쿄에 갔다가 바로 그 앞이라 우연히, 두 번째는 이 취재를 위해 사진을 찍으러, 세 번째는 서울서 오신 디자이너 김행자 모친과 함께. 세 번의 다른 감동과 함께 세 번의 다른 교훈을 얻은 값진 전시였다.
블랙과 크림 컬러, 누드 핑크와 로열 블루를 유난히 잘 쓰는 잔느의 믿을 수 없는 드레스들이 미로같이 연결된 방안 곳곳, 검은 철재 프레임 안에 전시되었다. 방은 은은한 조명 속에 거울과 각 드레스들에서 반사되는 반짝임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디자이너의 트레이드 마크인 ‘드레스’들이 연대와 컬러, 스타일 별로 그야말로 아티스틱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아름다움의 극치’인 컬렉션을 골라 입고자 성 안을 방방이 누비는 ‘신데렐라’가 된 기분을 느낀 것이 첫날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디테일에 집중했다. 정교한 크리스탈 비딩, 현란한 자수 기법, 패딩, 벨렛 리본과 장미 코사지, 쉬폰, 타프타, 벨벳의 유연한 실크, 환상적인 드레이핑, 기하학적 컷팅의 테일 드레스, 어깨와 소매의 컷팅들에 정신이 팔린, 그야말로 패션의 기술적 유산을 답시하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완벽한 고품격의 교과서’, 바로 그 현장이었다.
잔느 랑방과 그녀의 딸 마게리트와의 각별한 관계는 하우스의 상징인 향수 아르페지의 금장 문양에서 완성된다. 하우스의 30년을 기념해 딸에게 헌정된 향수의 로고, 바로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 발췌된 이미지를 폴 리베가 디자인했다. 딸이 태어난 후 잔느의 옷에 대한 열정은 그녀를 입히기 위한 모성에서부터 출발한다. 풀 스커트에 여러 문양을 수 놓은 1920년대 하우스의 상징인 돌 드레스부터 로우 웨이스트의 비딩 드레스, 웨딩 드레스, 아동복에 이르기까지 머리 속에 그어진 선 하나, 몸을 감싸는 패턴과 실크의 선택까지 거의 모든 컬렉션의 뮤즈가 바로 그녀의 딸 마게리트였다.
이 일화를 일일이 되새기며, 디자이너인 엄마와 함께 본 마지막 전시는 남다른 감회에 젖게 했다.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영광에 대해서, 지난 세기 패션의 화려한 전성기에 대해서, 수 천명이 테이블에 앉아 수백 개의 드레스를 제작했던 쿠튀르의 힘에 대해, 말 그대로 ‘위대한 유산’이다.
1980년대 어느 날 이 파리지엥 디자이너의 먼지와 어둠에 쌓인 아카이브가 사후 삼십여 년의 방치의 시간을 지나 발견됐다. 연대와 관련 자료가 없는 수 많은 드레스들과 삼백여 개의 앨범, 그녀가 스튜디오 작업 시 아티스트에게 의뢰했던 수 많은 스케치와 채색 스타일화가 그것이다. 이 엄청난 아카이브가 올 해 상반기 ‘팔레 갈리에라’에 전시되기까지 수 많은 아티스트와 패션 관계자, 디스플레이어가 참여한 숙고의 전시였다.
랑방의 아트 디렉터 알버 엘바즈는 말했다. “우리는 그저 아름다운 패션의 위대한 유산을 꿈꾸다 나오는 그런 전시를 만들 뿐이었다.” 그저 그렇게, 잔느가 번호나 연대 대신 시적으로 드레스를 네이밍 하듯이. 예쁜 새가 허밍하는 우수에 젖은 비밀의 정원으로 초대! 이 전시를 가능케 한 스와로브스키, 프렌치 보그, 그 외 수 많은 관계자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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