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스니커즈 5대 천왕
지난 1년간 클래식 스니커즈 열풍은 대단했다. 스탠스미스부터 슈퍼스타, 에어맥스와 에어포스까지. 그 뒤를 이을스니커즈 제왕은 누굴까?〈보그〉가 꼽은 스니커즈 신 5대 천왕.
ROSHE
나이키의 로쉬는 ‘젠 마스터’를 가리키는 단어 로시(Roshi)에서 이름을 따왔다. ‘젠’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있겠지만, 동양적 미학인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를 따라 최대한 심플한 스니커즈를 만든 것이다. 2011년 디자이너 딜런 라시(Dylan Raasch, 나이키의 스포츠웨어 라인 디자인 디렉터)가 디자인한 스니커즈는 그 단순한 디자인으로 금세 인기를 얻었다. 카일리 제너와 드레이크 등 셀러브리티가 팬을 자처한 건 물론, 애플의 팀 쿡도 프레젠테이션에 로쉬를 신고 무대에 올랐다. 나이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협업 제품도 인기. 지난해 선보인 프래그먼트, 리버티 등과 함께한 디자인이 그것이다(나이키 코리아는 한국에서도 점점 더 인기를 얻는 중이라고 전했다). 과연 에어맥스, 에어포스와 견줄 만한 스니커즈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SUEDE
리한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고 있다면, 한 달 전 올라온 사진 속 스니커즈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분명 위는 푸마의 클래식 모델인 ‘스웨이드’를 닮았지만, 클리퍼 구두의 굽처럼 두꺼운 밑창의 독특한 형태였으니까. 리한나가 푸마를 위해 디자인한 스웨이드 클리퍼 디자인이다. 9월 25일 발매될 이 스니커즈는 보나 마나 전 세계적으로 금세 품절을 기록할 것이다. 푸마 홍보대사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리한나가 손을 대기 전부터 스웨이드는 전설의 스니커즈 중 하나였다. 68년 탄생 이후 같은 해 올림픽 200m 육상 경기에서 우승한 토미 스미스(Tommie Smith, 시상식에서 한 손을 높이 들며 흑인 인권 운동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가 스웨이드를 신고 세계 신기록을 세울 때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다. 70년대에는 전설적인 농구 선수 월트 프레이저(Walt Frazier)가 신었고 80년대에는 뉴욕 비보이들의 스니커즈였다. 그리고 이제 인스타그램 세대에게는 ‘리한나 신발’로 알려질 게 뻔하다. 47년을 이어온 스니커즈가 세월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SLIP-ON
2012년 봄, 셀린의 피비 파일로가 처음으로 뱀피와 네온 컬러를 사용한 슬립온을 소개할 때만 해도 슬립온의 인기가 이렇게 오래갈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물론 낌새는 있었다. 여성들(일부 발이 작은 남성들도 함께)은 셀린 슬립온을 훈장처럼 신었고, 이어서 지방시, 지미 추, 랑방 등이 자신들만의 슬립온을 선보였다. 이 풍경을 보며 미소 지은 건 ‘반스’였을 것이다. 77년 ‘Style #98’이라는 이름으로 맨 먼저 슬립온 스타일을 세상에 선보였으니까(82년 <리치몬드 연애 소동> 속에서 어린 숀 펜이 체스판 무늬의 슬립온을 신고 나오면서 서퍼와 스케이드 보더, BMX 라이더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반스 팬이라면, 어센틱, 에라, 올드스쿨 등 다양한 모델을 모두 아끼겠지만, 지금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단연 슬립온이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봄여름 컬렉션 판매량 가운데 약 45%가 슬립온이었습니다.” 반스는 슬립온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렇게 설명했다. 패션 블로그 맨리펠러 역시 반스의 신발을 칭송했다. “편안하고, 저렴하고, 튼튼하고. 어디에 매치해도 어울립니다.”
INSTA PUMP FURY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남학생이라면, NBA농구 스타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조던과 피펜의 팬이었을 테고, 누군가는 샤킬과 아이버슨의 팬이었을 것이다. 어느 농구 스타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신고 입는 브랜드도 달라졌다. 만약 후자였다면 단연 리복 팬.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인스타 펌프 퓨리가 돌아왔다. 지난해 탄생 20주년을 자축한 인스타 펌프 퓨리는 지금 봐도 과감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리복 디자이너였던 스티븐 스미스(Steven Smith)가 그린 엄지손가락만 한 스케치에서 시작된 퓨리는 당시에도 파격적 컬러와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신발 끈 대신 펌프를 눌러주면 공기가 채워져 발등을 꽉 조이는 느낌은 신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만약 심플한 멋을 좋아한다면 프랑스 브랜드 산드로와 협업한 디자인에 애착을 보였을 것이다. 최근엔 펌프 대신 끈을 사용한 다양한 디자인도 등장했으니 펌프가 낯선 이들에게도 환영받을 만하다.
TUBULAR
지난 6월 파리 남성복 컬렉션 기간 동안 새로운 스니커즈가 공개됐다. 지난해 말 처음 그 이름을 알린 아디다스의 튜블라가 주인공이다. 거장 쇼 프로듀서인 에티엔 루소가 프로덕션을 맡고, 샤넬과 디올의 음악을 담당하는 미셸 고베르가 음악을 담당한 이벤트. 신발 하나에 이렇게 큰 힘을 쏟은 이유는? 튜블라가 스탠스미스와 슈퍼스타를 이을 아디다스의 새로운 별이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모두 클래식한 스니커즈를 좋아합니다.” 디자인을 담당한 닉 골웨이(Nic Galway)가 말했다.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에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디다스의 도전 정신이 담긴 스니커즈입니다.” 미래적인 디자인이지만 여백이 많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 튜블라의 매력이다. 칸예 웨스트가 디자인한 이지 부스트를 손에 넣지 못했다면 대안으로 충분하다.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GETTYIMAGES / 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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