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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이 뭐길래?

2017.07.13

프릴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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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프릴이 뭐라고 이 야단들일까? 유명 여배우와 신예 디자이너 사이에 터진 카피 스캔들이 정말이지 ‘네버엔딩’이다. 심지어 서로 사과를 하네 마네 등 감정적 충돌로 이어지는 분위기. 모르긴 몰라도 디자이너의 마음은 타들어갈 테고, 톱스타의 행동은 누구도 쉽게 판단하기 애매하다.

대관절 두 사람의 속을 누가 알까? 물의를 일으킨 흰색 코트의 ‘결정적’이고 ‘문제적’ 장식은 아시다시피 프릴이다.이런 상황에도 한 사람은 서울에서 2016 S/S 패션 위크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중국에 머물며 방송 일에 충실했다. 물론 ‘그놈의 프릴 사건’은 명쾌하게 끝나지 않은 채. 사실 패션에서 제일 예민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게다가 이렇다 할 조치나 해석이 없는 사안이 카피다. 그렇다고 즐겁고 유쾌한 ‘스노우캣 칼럼’을 <시사매거진 2580>이나 <추적 60분>처럼 카피 문제로 채우려는 게 아니다. 이번 스캔들 덕분에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 그러니까 ‘프릴의 재발견’이랄까? 아닌 게 아니라 때마침 올 가을과 겨울 여자들 옷은 유난스러울 만큼 프릴 천지. <보그> 컬렉션북에서 눈에 띄는 대로 나열하자면 지방시, 로에베, 생로랑, 하이더 아커만, 샤넬,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구찌 등등. 그건 누가 봐도 여성스럽고 귀엽고 예쁘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성성에 도취된 채 특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강조하고 싶을 때 쉽게 접근하는 세부 장식이 프릴이다.

여기서 잠깐. 뜻이나 의미는 일단 두 번째로 치고, 발음이나 어감이 형태와 몹시 흡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말인데, 옷에 달린 ‘프릴’을 보면 그 자체에서 “프릴, 프릴!”이라고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 않나?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프릴이 옷 어딘가에 장식된 옷을 보면 누구라도 한 번쯤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다시 프릴 장식의 옷으로 돌아가보자. 맨드라미처럼 곱상하고 우아하게 프릴을 표현하고 싶은가? 옷감과 드레이핑 방식에 따라 전부 다른 이미지가 완성된다. 도톰한 저지를 쓰면 낭창낭창한 듯 야들야들해 보이고, 투명한 시폰은 나른하고 야릇하며, 빳빳한 튤은 도발적인 듯 힘이 쫙쫙 뻗친다.

패션을 공부한 사람들은 물론, 스스로 옷 좀 만들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프릴은 옷감을 길고 가느다랗게 자른 뒤 한쪽 가장자리에 자잘하게 주름을 잡아 몸판에 이어 붙이면 끝난다. 또 모기향 모양으로 잘라 한쪽을 박음질하면 잔물결이 더 심하게 요동친다. 프릴과 사촌쯤 되는 장식이 있으니, 플라운스와 러플이다. 플라운스와 러플은 쉽게 말해 프릴보다 훨씬 물결이 굵고 육감적이며 성숙한 느낌이다. 그러니 여성성을 표현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이런 여성적이고 귀여운 인상 덕분에 프릴이 더 어울릴 계절을 굳이 꼽으라면 가을보다는 봄이다. 물론 올 가을과 겨울엔 위에서 언급한 여러 디자이너들이 프릴을 옷에 달았지만, 다가올 봄에 프릴이 더 유효하다. 특히 젊은 디자이너치고 손맛 하나는 가히 일품인 사라 버튼은 알렉산더 맥퀸의 내년 봄 컬렉션을 위해 여자의 몸을 크리스마트트리 꾸미듯 프릴로 장식했다. 심지어 니트는 물론 가장자리의 실오라기를 푼 시폰 소재로! 그러니 당신이 올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여자여자’한 이미지를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면, 무조건 프릴 장식의 옷을 고르시길. 그러는 동안 ‘프릴 카피 공방전’은 조용히 잊힐지 모르겠다. 다들 잊는 덴 선수니까.

    에디터
    신광호
    일러스트레이션
    SNOW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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