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장교 코트로 트렌드에 품위를 더해요

2017.07.13

장교 코트로 트렌드에 품위를 더해요

이제 밀리터리 트렌드에 품위를 더할 시간이 왔다. 블레이저와 피코트를 기본으로 한 장교 코트야말로 우리 여자들의 새로운 미션.

왼쪽 모델의 차이나 칼라 블레이저, 붉은색 라인 팬츠는 랑방(Lanvin), 레이스업 슈즈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오른쪽 모델의 골드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장교 코트와 팬츠는 구찌(Gucci), 페이턴트 부츠는 발렌티노(Valentino).

왼쪽 모델의 차이나 칼라 블레이저, 붉은색 라인 팬츠는 랑방(Lanvin), 레이스업 슈즈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오른쪽 모델의 골드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장교 코트와 팬츠는 구찌(Gucci), 페이턴트 부츠는 발렌티노(Valentino).

이 얘기는 만화책 속 테리우스와 안소니, 오스칼을 흠모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얀 러플 커프스 블라우스로 살갗을 언뜻 비치며, 긴 칼을 차고 견장 장식과 브라스 버튼의 장교 코트를 걸친 소년과 청년들을 기억하시는지. 백마 탄 왕자님처럼 긴 머리를 휘날리던 주인공들은 우리 소녀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볼 땐 오마 샤리프는 둘째 치고, 주인공 라라가 입었던 모피 장식 칼라와 견장, 금속 단추가 달린 롱 코트에 홀딱 반했다. 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마찬가지. 가슴 부분에 훈장이 한두 개쯤 달려 있고, 소매에 금색 테이핑을 두른 외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복식사를 공부할 수 있었다.

이름하여 ‘오피서 코트’! 일명 장교 코트로 불리는 역사적 아이템이 지금 대인기다. 영국 육군 장교 제복에서 건너온 트렌치 코트나 공군 조종사들의 항공 점퍼 MA-1, 마린 룩의 상징인 스트라이프 티셔츠, 또 요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키색 야상과 함께 밀리터리 트렌드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관능미나 섹시함과 거리가 먼 데다, 남성적이다 못해 투박하고 거칠지만 매너와 품위를 두루두루 갖춘 이 코트가 예민한 여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은 뭘까?

역사와 전통은 물론 패셔너블한 감각으로 무장한 장교 코트가 멸종된 공룡처럼 감쪽같이 사라진 뒤 다시 출현한 건 아니다. 장교 코트는 클래식하지만 블레이저나 피코트보다 좀더 연극적 매력을 지녔다. 그래서 밀리터리 트렌드 가운데 ‘잇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런웨이가 아닌 패션 화보 촬영장에서도 수많은 장교 코트가 눈에 띈다. 볼륨과 실루엣이 ‘상남자’처럼 투박하면서도 거친 장교 코트를 여자 모델이 입었다고 상상해보라! 어깨를 짓누르는 코트의 엄청난 무게만큼 제복이 주는 위풍당당함에 화들짝 놀라 감히 말 걸기가 두려울지 모른다. 물론 튀어 보이기 위해 안달 난 여자들이라면 거리낌 없이 군침부터 삼키겠지만.

장교 코트가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통해 재구성됐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데뷔 컬렉션에서는 소매 끝에 모피를 장식한 큼지막한 카키색 장교 코트가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 넘쳤다. 이런 코트 안에는 요즘 유행하는 레이스 슬립 드레스나 꽃무늬 시폰 드레스, 혹은 평범한 티셔츠와 팬츠만 입어야 더 근사하다. 디스퀘어드2의 나폴레옹풍 태슬 장식 재킷이나 큼직한 골드 버튼의 남색 장교 코트는 빈티지 진이나 카고 팬츠와 입는 게 좋다. 바닥을 질질 끌 만큼 길고 날씬한 디자인에 금장 버튼 하나로 완벽하게 변신한 끌로에 장교 코트는 히피 드레스나 간결한 화이트 셔츠, 팬츠와 매치하면 프렌치 시크를 완성할 수 있다. 또 패딩과 니트로 변형된 사카이 장교 코트, 빈티지 느낌의 요지야마모토 금장 버튼 코트, 세련된 워킹 우먼을 위한 마이클 코어스 네이비 코트라면 어떤 여성이든 세련된 실루엣 구현이 가능하다.

장교 코트의 대대적 유행을 눈으로 확인했다면, 이제 스타일링에 토핑을 더하는 일이 남았다. 구찌 소녀들처럼 베레, 혹은 폼폼이 달린 비니와 함께 스타일링하면 동시대적으로 보일 수 있다. 섹 시해 보이고 싶나? 싸이하이 부츠를 신으면 된다. 좀더 젊고 스 트리트적으로 보이길 원하나? 아디다스 슈퍼스타 같은 스니커즈 를 더하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교 코트 안에 어떤 것을 입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세련된 제스처다. 그야말로 2015년의 코트로 등극할 장교 코트 유행을 이끈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렇게 조언했으니까. “섹시함 대신 관능미가 내재된 길고 투박한 장교 코트가 원피스처럼 모든 걸 해결해줄 겁니다.”

    에디터
    이지아
    포토그래퍼
    YOO YOUNG KYU
    모델
    최아라, 김상우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박혜령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