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여인 박나래
비호감에서 어느덧 만인의 연인이 된 마성의 여인. 데뷔 10년이 지난 지금, 박나래는 그야말로 마음껏 나래를 펼치고 있다. 148cm의 키로 알프스보다 높은 금기의 산을 넘는 박나래의 달콤한 인생!
“나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 미국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부터 탕웨이, 마동석, 외계 악당 미니언즈까지, 성별과 나이, 국적은 물론 우주를 넘나드는 인간 복사기. 거침없는 입담과 활력 댄스로 19금 개그의 벽을 깬 방송계의 잔 다르크. 밤이 되면 거실 네온사인 ‘Narae Bar’의 불을 밝히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휘황찬란한 불 쇼를 펼치며 묵은지 김치찜에 술상을 차려내는 영등포 밤의 여왕. 폴 댄스, 요리, 음주가무, 디제잉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 비호감 못난이에서 어느덧 만인의 연인이 된 마성의 여인!
대체 박나래가 아니면 누가 이 전설의 디바들을 흉내나 낼 수 있을까? 프랑스의 국민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부터 70~80년대를 풍미한 다이애나 로스, 팝의 여전사 마돈나, 패션 뮤즈 리한나 등 변신을 거듭할 때마다 박나래는 각 캐릭터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특유의 손짓과 눈빛, 심지어 숨소리까지 말이다. 스튜디오에선 촬영 내내 이들의 히트곡이 흘러나왔고, 박나래는 소리 없이 온몸으로 그 노래를 열창했다. 한 곡이 끝날때마다 “브라보”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데뷔 10년이 지난 지금, 박나래는 그야말로 마음껏 개그의 나래를 펼치는 중이다.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김구라로부터 ‘이 시대의 탕아’로 인정받으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무한도전>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 특집에선 뇌순녀 5호로 등장해 무대를 평정했다. 장도연과 함께 출연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아직까지도 역대급 생방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코미디빅리그>의 한 코너 ‘중고앤나라’는 박나래의 파격 분장 덕분에 매주 화제다. 여세를 몰아 CF도 여러 편 찍었다. 대세는 확실히 박나래다. 피로로 눈이 충혈되고 성대 폴립 수술의 여파로 목이 쉰 상태임에도 박나래는 에너지가 넘쳤다. 나폴레옹보다 작은 148cm의 키로 알프스보다 높은 금기의 산을 넘는 박나래의 달콤한 인생!
여성 스타 패러디는 처음이죠?
일부러 안 해요. 예쁜 연예인들 따라 해본 적이 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영 안 비슷해. 제 얼굴이 남상인가 봐요. 하하. 이게 얼마짜리 얼굴인데. 근데 남자는 차승원이든 마동석이든 분장해놓으면 다 닮았어요. 너무 신기해.
분장한 얼굴이 본인도 신기해요?
그럼요, 처음엔 <코미디빅리그〉 스태프들도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의아해해요. 녹화 때 딱 보면 “이야, 되는구나!” 무릎을 치는 거죠. 이제는 저나 분장 선생님이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지난주의 나를 넘어서야 한다는! 하하.
송해 선생부터 통아저씨, 마동석, 차승원, 혁오, 미니언즈까지. 그야말로 천의 얼굴로 지구인과 외계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도 있겠죠?
무궁무진하죠.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 가능하고요. 오히려 외국인은 특징이 있어 쉬울 것 같아요. 국내엔 김윤석 씨, 황정민 씨, 더 나아가서는 김수현 씨. 아, 김수현 분장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에 유아인 분장했다가 망했거든요. 역시 잘생긴 건 따라 하기 힘들어요.
분장 개그는 누구 아이디어예요?
‘중고앤나라’에서 원래 제 캐릭터는 이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별로 웃기지가 않더라고요. 캐릭터를 바꿔볼까 고민하던 차에 마이클 조던 얘기가 나왔어요. ‘중고나라’ 카페 같은 데서 실제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조던 운동화거든요. 조던 마니아라면 당연히 조던 복장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마이클 조던처럼 분장을 했죠. 감독님도 재미있겠다고 한번 해보자 하시고. 그게 빵 터진 거죠.
계보를 따져보자면 박나래는 독한 여성 캐릭터로는 ‘순악질 여사’ 김미화, 분장 개그로는 ‘골룸’ 조혜련을 잇는 셈인가요?
못난이 계보도 잇고 있죠. 김숙 선배로부터 시작해 권진영, 신봉선, 박지선, 오나미로 내려가는. 사실 분장 개그는 애로 사항이 많아요. 캐릭터 짤 때 선배들도 분장 심한 거 하지 말라고들 해요. 왜냐면 첫째는 분장을 지우면 누군지 못 알아보니까. 그리고 어디 행사 갈 때 또 분장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전 어디 갈 때마다 분장하느라 엄청 힘이 듭니다.
분장 개그뿐 아니라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에서도 전성기 시절의 조혜련을 연상시켜요.
가끔 그런 얘길 듣긴 해요. 감사하죠. 조혜련 선배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뭐든 처음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골룸이 개그우먼의 분장 개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니까. 이후 강유미, 안영미 선배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이 여성 분장 개그의 장을 넓혔고요. 전 개그적인 요소를 떠나 분장 자체의 퀄리티를 높였다고 봐요. 특수 분장까지 할 때도 있으니까.
보통 분장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길면 1시간, 간단한 건 30분 정도요. 제가 보기와 다르게 또 엄청 꼼꼼한 편이거든요. 완벽주의적인 성향도 있고요.
오늘 메이크업을 담당한 박태윤 실장과는 구면이죠?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경쟁 상대로 출연한 걸 봤어요. 여긴 손앤박(손대식&박태윤), 장도연과 전 장앤박으로 쌍벽을 이뤘죠. 이렇게 메이크업을 받아본 건 처음인데, 그전에 만난 적은 있어요. ‘패션 넘버 파이브’ 할 때. 우리 멤버들이 있거든요. 개그맨은 저랑 장도연이랑 허안나. 가끔 여기에 김지민 언니 끼고. 그렇게 ‘패피’들이랑 같이 모여 술도 한잔했죠. 그게 벌써 언제야? 우리 한 번 다시 뭉쳐야죠!
그 유명한 휴식과 향락의 ‘나래 바’는 여전히 성업 중인가요?
그럼요, 어제도 지인들이 집에 놀러 왔어요. 스케줄이 취소되어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거든요. 전 일찍 잤어요. 단골들은 이제 알아서 자기들끼리 잘 챙겨 먹고 놀다가 싹 치우고 가니까. 우리 집은 항상 셀프 시스템이거든요.
소문난 주당답게 얼마 전엔 숙취 해소 음료 광고도 찍었더군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바빠서 술 마실 틈도 없겠어요.
고정 프로그램이 그리 많은 건 아닌데, 뭔가 하여튼 정신이 없긴해요. 그래도 틈틈이 먹고 있습니다. 숙취 해소 음료 광고 모델로서 아주 열심히! 일단 음료부터 깔고 시작하죠. 영업 사원처럼 효능 설명도 해주고.
본인만의 숙취 해소법이 있어요?
술 마신 다음 날엔 토마토랑 꿀을 얼음과 같이 갈아서 마셔요. 그럼 숙취가 바로 풀리죠. 토마토랑 꿀이 알코올 해독에 좋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이건 <위기탈출 넘버원>에 출연하는 김지민 언니한테 들은 얘긴데,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은 덜 취하나 해독은 더 느리대요. 알코올뿐 아니라 위에 남은 음식물까지 분해해야 하니까 그런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해장국으로는 순댓국이 좋고요. 이게 은근히 칼로리가 낮대요. 어차피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하는 거니까.
요즘도 다이어트 계속해요?
망했어요, 폭망. 헬스 트레이너랑 <8주간의 기적>이란 프로그램을 하면서 10kg을 뺐는데 웬걸, 그 뒤에 술 마셨더니 바로 돌아왔어요. 제가 살면서 술을 끊어본 게 쌍꺼풀 수술 했을 때랑 턱 돌려 깎기 했을 때, 사랑니 뽑았을 때, 그리고 <8주간의 기적> 할 때였거든요. 참, 얼마 전에 성대 물혹 수술 했을 때도 2주 동안 술을 안 마셨더니 바로 3kg이 빠지긴 했네요. 물론 다시 쪘지만.
고무줄 몸무게네요.
맞아요, 쉽게 빠지고 금세 쪄요. EMS 트레이닝도 끊어는 놨는데 몇 달째 못 갔어요. 전기 자극을 줘서 20분만 해도 6시간 운동한 효과가 난다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술 마신 다음 날은 이 운동을 할 수가 없다는 거. 최악이에요, 지금.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 꽤 있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나 봐요. 방송에서 대머리 가발을 쓸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노출때문은 아니고요. 저 약간 노출증 있거든요. 평소에 막 배꼽티 입고 다니고, 시스루 같은거 입고 다니는데, 남자 모델들을 너무 의식했나 봐요. 매력 발산을 제대로 못한 거 같아 아쉬워요. 잘생긴 사람들하고 있으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여자가 되더라고요.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원래 이상형은 순진한 남자인데, 어휴. 키 큰 남자 둘은 못 당하겠어요. 제가 또 저런 ‘상남자’ 스타일에 약해요. 한 분은 비보이 출신이라면서요? 제가 또 댄서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본인도 춤을 꽤 추죠? 폴 댄스도 하고.
폴 댄스는 <드립걸즈> 공연 때문에 배웠어요. 방송 댄스랑 스포츠 댄스는 취미 삼아 시작한 거고, 재즈 댄스는 안양예고 시절 특기가 필요해 배웠던 거고요.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을지 궁금해요.
나서는 거 좋아했죠. 반장, 부반장 못하면 오락부장이라도 하고. 예고이다 보니 방송국에서 끼 있는 학생 캐스팅하러 종종 왔거든요.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 같은 거.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송국 다녔어요. 유재석 선배님이 진행하던 <진실게임>에 출연한 적도 있고요.
실제 인물들 틈에 연기자를 섞어놓고 마지막에 “진실의 종아, 울려라!” 하는 거요? 어떤 역할을 맡았는데요?
유달산 동자요. 그게 ‘가짜 무당을 찾아라’ 편이었거든요. 으하하.
사람들이 가짜 무당이란 걸 금방 맞히던가요?
아뇨, 세 번쯤 틀리고 나서야 제가 가짜라는 게 밝혀졌어요.
여고생이 대단하네요.
당시 일반인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다 나가본 거 같아요. 팔도모창대회에 나간 적도 있어요. 지금도 모창은 진짜 못하는데, 그때 박경림 성대모사를 했거든요.
개그맨 시험도 일찍 합격한 편이에요. 2006년이니까 스물두 살 때죠?
운이 좋았죠. 개그맨이 되겠단 생각은 없었거든요. 대학 때 개그 동아리에 들어간 것도 거기 남자 선배들이 잘생겼기 때문이니까. 의외로 잘생긴 애들이 웃기려고 되게 노력하거든요. 별로 안 웃긴데도. 그래서 개그 동아리엔 극단적으로 못생긴 사람과 잘생긴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하고 술이라도 한잔해볼 수 있을까 싶어 들어갔던 거죠.
그러다 <개그 사냥>이라는 KBS의 아마추어 개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거고요?
우리 동아리에서 저를 포함해 다섯 명이 <개그 사냥>에 출연했는데, 천안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전부 성적이 엉망이었어요. 한 명 두 명 빠지다 보니 결국 저만 남더라고요. 다음 해에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봐서 붙었죠. 김지민 언니랑 김기열, 안일권, 송병철, 쌍둥이 개그맨들(이상호·이상민)이 제 동기예요.
‘디제이 나래’로도 활동 중이에요. 디제잉은 또 언제 배운 거예요?
데뷔가 늦었을 뿐, 배우기 시작한 건 2~3년 됐어요. 전에 사귀던 외국인 남자 친구 때문에 EDM을 일찍 접했거든요. 처음엔 음악에 끌려서 레슨을 받으러 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마치 술에 취한 기분이었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첫 데뷔 무대는 어디였어요?
강남의 클럽 Mass에서 지난 9월에 데뷔했어요. 그리고 10월에 원주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명수 선배님이 있는 홍대 클럽에서도 음악을 틀었어요. 이벤트성 디제잉이 아니라 좀 제대로 하고 싶어요.
참 흥이 넘치는 스타일이에요.
네, 저 움직이는 거 되게 좋아해요.
가족 중 누구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저희 부모님도 그래요. 넌 대체 누굴 닮은 거냐고. 남동생도 얌전한 타입이거든요. 남동생은 영업직인데 그래도 일할 때 보면 말을 잘하긴 해요.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할아버지가 약간 그런 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젊으셨을 때 지역 방송국에서 리포터를 하셨거든요. 흑백 TV 시절에요. 놀랍죠?
어떤 분장했을 때 가족들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그 어떤 분장도 재미있어하지 않아요. 엄마는 그냥 예쁘게 나오는 걸 제일 좋아해요. 제가 맨날 분장하고 나오잖아요. 그걸 보고 “얘, 너 살쪘지?” 그런 얘길 하시니까 전 좀 웃겨요. 대체 그 분장을 해가지고 얼굴이 작아 보이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닌가 봐요.
분장을 지운 박나래의 경쟁력은 뭘까요?
많은 금기를 깼죠. 연예인이, 특히 여자가 본인 입으로 ‘나 쓰레기’라고 하기 쉽지 않거든요. 술 마신 얘기라든지 ‘섹드립’ 이런 거. 독하죠. 예전에도 전 이런 개그를 해왔어요. 다만 요즘은 그걸 받아들이는 걸 보면 사회 분위기가 많이 개방된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제 기사에다 이런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여성 해방의 아이콘이라고. 하하.
19금 개그의 잔 다르크! 멋지네요. 근데 솔직히 쉽지 않죠?
여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여전히 존재하니까. ‘여자가 저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나, 비호감이다’ 그런 말들이오? 전 신경 안 써요. 제 장점이 단순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금방 잊어버려요. 전 제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하고 살면 되니까.
굉장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제가 처음부터 잘된 케이스가 아니잖아요. 데뷔 10년 차니까. 반면 김준현, 김원효, 박지선, 허경환 등 제 밑의 기수들은 다 잘됐어요. 처음엔 저도 기대주 같은 느낌이었는데, 좌절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저 스스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언젠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틴 거죠. 남들이 뭐라 하건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상처 난 곳을 계속 건드리면 성이 났다가 나중엔 그 위에 굳은살이 박이잖아요. 그것과 비슷해요.
스스로를 희화화하고 아픈 현실조차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는 게 보통 내공으론 힘들죠.
사람들이 저보고 못생겼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은 게, 전 못생긴 역할을 하는 거지 못생긴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분장할 거면 뭐하러 성형수술 했냐고 하는데, 저 방송에서 예뻐보이려고 수술한 거 아닙니다. 평소에 연애 좀 해보려고 고친 거지.
연애와 결혼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이기도 하죠. 시어머니랑 남편, 그리고 자식 없는 여성 방송인들은 도무지 설 자리가 없어 보여요.
지금 방송 트렌드는 가족이니까요. 예전엔 ‘골드 미스’가 대세인 적도 있었어요. <골드미스 다이어리>나 <여걸식스>, <무한걸스〉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이 많은 싱글 여성은 ‘기 센 여자’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선배들이 저한테 그러죠. 빨리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갈 생각이나 하라고. 그래야 방송 계속할 수 있다고.
씁쓸한 현실이네요. 고민이 많이 되겠어요.
어쩌겠어요, 방송 흐름이란 게 그렇다는데.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장도연이랑 이국주, 정주리가 저랑 동갑인데 주리가 2015년에 결혼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결혼할 때만 해도 남 일 같았는데, 친구가 결혼하고 애까지 낳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전 결혼 적령기라는 말 싫어요. 그런 게 어딨어요? 좋은 사람 만났을 때가 결혼하기 적당한 때지, 어떻게 결혼을 신체 리듬에 맞춰서 해요? 전 결혼 늦게 하고 싶어요.
육아나 가족 예능 같은 방송 트렌드와는 별개로, 직접 기획을 한다면 어떤 프로그램 해보고 싶어요?
여자들끼리 여행 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오. 15세 이상 말고, 19세 이상 시청 가능한 방송으로. 보통 음주나 야한 얘기가 안 되잖아요. 여자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은 맨날 화장, 옷, 요리 얘기뿐이고. 세상에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워. 말도 안 돼요. 전 가감 없는 방송해보고 싶어요.
19금 버전의 <꽃보다 청춘> 같은 방송? 재미있겠는데요!
아, 진짜 괜찮을 것 같죠? 물론 방송이니까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은 해야겠지만, 직업군도 다양하게 해서 암스테르담이든 태국이든 떠나는 거예요. 사실 개그우먼들끼리 방송을 하나 만들자고 한 적 있는데 잘 안 됐거든요.
2016년의 목표가 궁금해요. 신년이잖아요.
아, 생각만 해도 너무 기분 좋네요. 나래 바 확장 이전으로 할까요? 곧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든요. 기왕 이사 가는 거 좀 더 넓은 집이면 좋잖아요.
나래 바를 아예 집 밖으로 끌어내면 어때요? 가게를 차리는 거죠.
안 그래도 나래 바 체인점을 내자는 분이 있었어요. 근데 그건 싫더라고요.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부르는 편이 좋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저희 집이 맞벌이라 집이 비는 날이 많았거든요. 애들 불러서 같이 놀고 음식 해서 먹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좋아하는 건 엄마 닮았어요. 아, 2016년엔 우리 엄마 차도 바꿔주고 싶네요.
정말 그게 다예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 연예대상 같은 거 욕심나지 않아요?
에이, 그런 걸 설정해두면 오히려 그게 안 됐을 때 실망감이 크죠. 다 이룬다 해도 허무할 것 같고요. 전 지금처럼 평생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건 아마 10년 뒤에도 똑같을 거예요.
기품이 넘치는군요.
저 생각보다 되게 단단하거든요.
- 에디터
- 이미혜
- 포토그래퍼
- ZOO YONG 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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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진, 민준기
-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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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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