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신 아이돌들이 활약하는 케이팝의 미래
케이팝 시장에 만국기를 걸 기세다.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 해외 출신 아이돌 멤버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요즘, 케이팝은 어디로 향하나.
지난 12월 5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신인 걸 그룹 트와이스의 외국인 멤버들이 전부 출연했다. 일본 출신의 사나와 미나, 모모, 그리고 대만 출신의 쯔위였다. 총 아홉 명인 트와이스 멤버들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네 명이다. 2015년 추석 시즌 방송된 MBC <아이돌스타 육상·씨름·농구·풋살·양궁 선수권대회>에서는 ‘월드팀’이 신설됐다. GOT7의 잭슨과 마크, CLC의 손(Sorn), 세븐틴의 버논 등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들만 모아놓은 것이다. TV에 얼굴을 비치는 해외 출신 아이돌 중에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도 끼어 있다. 에스엠루키즈의 유타는 일본 대표로 매주 월요일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이다. 지금 아이돌 시장에는 걸 그룹, 보이 그룹, 혹은 연습생을 가릴 것 없이 외국인 멤버들이 넘쳐난다. 물론 이전에도 2PM의 닉쿤, 카라의 니콜 등이 있었지만, 이는 전체적인 흐름이라기보다 산업의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본 몇몇 기획사의 특별 케이스였다. 그러나 해외파 멤버는 이제 아이돌 그룹의 기본 옵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시장으로의 수월한 진출을 위해서다. 케이팝이 인기 있는 국가, 특히 아시아권 출신의 멤버는 해당 국가 진출에 있어 몇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치트키다. 꼼꼼한 기획도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 케이팝 관련 영상이 유튜브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유통되는 현재, 외국인 멤버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반응은 보장된다. 비스트와 포미닛의 소속사이자 태국 출신의 손이 속한 걸 그룹 CLC를 담당하는 큐브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차희진 대리는 말한다. “손 덕분에 태국 시장은 데뷔 때부터 문제가 없었어요. 손에 대한 태국 팬들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데뷔곡 ‘Pepe’ 활동 당시 손의 ‘직캠’ 영상 조회 수가 나머지 멤버들의 네 배 정도 나오더라고요.” 트와이스의 쯔위도 유사한 경우다. 쯔위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식스틴>에 출연했고, 대만 TVBS의 한 프로그램에서 그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유튜브에 게재된 트와이스의 멤버별 티저 영상 조회 수를 따져보면 해외파 멤버들이 50만 명대, 국내파 멤버들이 30만 명대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해외 팬들의 관심이 반영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기획사 역시 해외파 아이돌들의 국적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아니,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에스엠루키즈의 유타와 텐(태국)은 팬들에게 자국어 영상 편지를 남긴 바 있으며, 태국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 을 론칭한 GOT7은 “멤버 뱀뱀의 나라 태국에서, 태국 팬들과 함께하는 재미있고 행복한 프로그램을 저희 이름으로 방송하게 되어 굉장히 뜻깊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방콕 테러 당시 닉쿤이 자신의 트위터에 태국어로 “다들 무사하길 바라요”라는 글을 남기거나, EXO-M의 중국인 멤버 레이가 시상식 때마다 중국어로 인사를 전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차희진 대리의 말처럼 “한국 출신 멤버들도 해외에서 인기가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세심한 언어와 정서로 각국 대중의 호감을 사는 일은 현지 멤버들이 가장 잘할 수밖에 없다.” 케이팝 한류 덕분에 국내에서도 외국 출신 아이돌의 역할은 커졌다. 슈퍼주니어-M의 조미와 미쓰에이의 지아, 페이는 MBC MUSIC <우상본색>을 진행했고, 에프엑스의 엠버는 KBS <글로벌 리퀘스트 쇼 어송포유>의 MC를 맡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해외 케이팝 팬들을 타깃으로 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막대한 수익이 보장된다. 국내 음악 시장은 작고,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은 한계에 다다랐다. 해외 사업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의 비중은 이미 국내 수익을 한참 넘어섰다. 아이돌 그룹이 앞다투어 월드 투어 콘서트, 또는 팬 미팅을 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령 샤이니는 국내에서 제법 높은 인지도와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팀이지만, 지난해 작은 회관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돌았다. 이익의 극대화를 감안하면 의아할 것 없는 선택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수요뿐 아니라 공급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사 관계자 A는 이야기한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인재는 거의 바닥난 상태예요. 데뷔할 애들은 다 한 것 같다는 뜻이죠. 아주 어린 친구들 중에서 찾아보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나마도 미쓰에이의 수지나 아이유급으로 대박을 노릴 만한 친구들을 뽑으려면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런데 해외에는 채 발굴되지 않은 친구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러다 보니 기획사에서도 자연스레 해외 곳곳에서 캐스팅을 시도하는 거죠.” 요컨대 해외 멤버 영입은 기획사에게 손해 볼 것 없는 베팅이다. 데뷔와 동시에, 혹은 데뷔도 하기 전에 해외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뿐더러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용도도 높다. 이것만큼 확실한 장사가 또 있을까? 그러니 아마도 외국 출신 아이돌 지망생들을 향한 기획사의 러브콜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 출신의 몇몇 EXO 멤버들과 테이스티의 이탈 사건 등을 겪는 동안 리스크 또한 작지 않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말이다. “내년에 데뷔하려고 준비 중인 저희 회사의 보이 그룹도 다국적 팀이 될 거예요.” A가 말했다.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한국인과 중국인 멤버를 포함한 12인조 걸 그룹 우주소녀를 내년 초 데뷔시킬 예정이다. 어쩌면 해외 무대에서의 케이팝 전쟁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른다. 누가 이기느냐는 다음 문제, 일단은 뛰어들고 볼 일이다.
- 글
- 황효진(대중문화 웹진 기자
- 에디터
- 정재혁
- 포토그래퍼
-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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