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SHINJEO

2016.03.16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SHINJEO

“나는 모자가 안 어울려서”라는 말은 이제 그만! 누구나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모자가 여기 있다.
〈보그〉가 만난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4인 ▷ ③ SHINJ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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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KOREA(이하 VK) 모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ARK SHIN JEO(이하 PSJ)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했고, 럭셔리 마케팅 사업도 해봤고, 그래픽 디자인 회사도 운영해봤어요. 치열하게 살던 어느 날, 아이와 좀더 친밀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모든 걸 내려놓고 2년쯤 쉬었습니다. 다시 뭔가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왜 모자 디자인을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여러 차례 들었어요. 학창 시절, 100만원짜리 유럽 여행을 가서 그중 40만원을 모자 구입에 쓸 정도로 모자 마니아였으니까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라는 생각에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열정적으로 빠져들었어요. 지난 1월 귀국해 2015 S/S 컬렉션으로 데뷔했죠.

VK ‘신저’는 어떤 의미인가요?
PSJ 제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쓰는 건 절친의 제안이었어요.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VK 모자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뭔가요?
PSJ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작고 귀여운 피규어를 좋아할 수 있어요. 같은 사람도 다양한 취향을 지닐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 여러 취향을 조금씩 믹스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모던한 동시에 아방가르드한 모자를 만들고 싶어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실루엣입니다. 페도라 하나를 만들더라도 좌우 길이를 다르게 재단해 자연스럽게 비대칭 실루엣을 완성하는 식이죠. 몰드 제작부터 새롭게 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VK 처음으로 만든 모자를 기억하나요?
PSJ 상하좌우 모든 면이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드레이핑 모자였어요. 뉴욕에서 보낸 첫 여름, 펠트 한 장으로 모자를 완성하는 수업이었죠. 땀을 뻘뻘 흘리며 펠트를 다림질해 형태를 잡아나가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여전히 이 모자를 보면 당시 힘들던 시간이 떠올라 초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VK 어떤 사람들이 ‘신저’의 모자를 쓰길 바라나요?
PSJ 어린 시절, 어른들은 저를 보시면 사기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할 정도로 유약한 이미지였어요. 그래서 모자를 써서 저의 약함을 가리고 싶었죠. 모자를 쓰는 순간 왠지 어깨가 쭉 펴지고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제 모자를 통해 그런 에너지를 얻길 바랍니다.

VK 액세서리로서 모 자는 어떤 역할을 하 나요?
PSJ 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일 모자를 써야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모자가 꼭 필요한 순간이 있죠. 한국엔 “나는 모자가 안 어울려”라고 말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요. 그런 생각을 무마시킬 만한 모자를 만드는 게 모자 디자이너의 역할이겠죠. “모자가 나한테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왜 몰랐지?”라고 할 수 있도록.

VK 대중화되긴 했지만, 모자는 여전히 스타일링이 쉽지 않아요.
PSJ 쇼룸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전하는 말은 “여기부터 저 끝까지 전부 다 써보세요!”입니다. 모자는 직접 써보지 않고선 절대 고를 수 없어요. 평소 와인색 옷이 잘 받는 편이라고 해도 와인색 모자는 잘 안 어울릴 수 있거든요. 무조건 많이 써보는 게 해답입
니다. 단, 옷과 모자의 소재를 맞추는 건 피하세요. 모피 코트에 어울릴 모피 모자를 찾는 사람도 있는데, 그땐 무조건 말려야 합니다.

VK 어떤 모자를 가장 좋아하나요?
PSJ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장면에서 영감을 얻은 드레이핑 모자가 있어요. 뉴욕에서는 가장 즐겨 썼죠. 최근에 가장 자주 쓰는 건 페도라예요. 적절히 남성적인 실루엣이 매력적이죠.

VK 모자를 끝내주게 쓰는 인물은 누군가요?
PSJ 지드래곤! 거대한 모피 모자를 써도 그토록 완벽하게 소화하는 인물은 지드래곤뿐일 거예요.

VK 존경하는 모자 디자이너가 있나요?
PSJ 해외 모자 전시에서 스티븐 존스를 만난 적 있어요. 아주 재미있고 열정적인 인물이었죠. 특정 원단은 어디서 사는 게 좋은지부터 세세한 정보까지 친절하게 공유해줬어요. 흔히 필립 트레이시와 스티븐 존스를 자주 비교하는데, 트레이시의 모자가 완벽 그 자체라면, 존스의 모자는 좀더 위트 있고 여유로운 것 같아요.

VK 모자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PSJ 첫 해외여행으로 호주에 갔는데 정말 비현실적으로 멋지고 비싼 모자를 발견했어요. 여행에서의 모두 재미를 포기한 채 결국 그 모자를 구입했어요. 그것을 안고 귀국하는 길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임신 기간 동안, 예쁜 모자를 쓰지 못할 땐 너무 아쉬운 나머지, 출산하자마자 몸을 추스르기도 전, 병원 옆에 있는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구입한 적도 있어요.

VK 올겨울, 꼭 준비해야 할 모자를 추천해주세요.
PSJ 챙이 짧은 페도라. 겨울에는 외투가 워낙 크기에 챙까지 커지면 전체 실루엣이 거대해 보일 수 있어요.

VK ‘신저’가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PSJ 모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모자가 되고 싶어요. ‘신저’를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모자를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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