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뉴욕 패션위크 – 알투자라와 알렉산더 왕
우아함 對 천박함: 알투자라와 알렉산더 왕
배드 걸과 굿 걸 간의 전투에서 굿 걸이 이기는 법은 거의 없다. 적어도 패션계에서는 말이다. 반세기 동안 섹스, 록, 그리고 저항이 주를 이뤘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와 똑 떨어지지만 관능적인 재킷을 입은 스마트한 젊은 여성들은 보통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셉 알투자라는 알렉산더 왕의 거친 아이들에게 독보적인 컬렉션으로 세련되게 도전해 승리했다. 자잘한 꽃송이 패턴의 재킷이나 부츠 같은 강렬한 장식은 풍부한 참고자료를 토대로 하면서도 우아함이 넘쳐흘렀다.
백스테이지에서는 알투자라가 케이트 보스워스와 같은 프론트로 관객들로부터 칭송 받으며 런웨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던 하얀색 격자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또 다른 영감을 향해 문을 여는 거죠. 겨울 정원은 참 시적이면서도 정말 구조적이기도 해요.” 알투자라가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말들이 고급스러운 알투자라 컬렉션의 핵심이었다. 페이즐리 무늬의 드레스와 부츠에 매치된 꽃무늬 파카는 영국 식민지 시대의 인도를 떠올리게 했다. 맵시 나는 옷들은 이런 다양한 영감들이 깔끔하게 망라된 결과였다.
쇼 노트에는 짐 자무시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가 인용되어 있었고 알투자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내 호기심을 자유로이 좇으면서 이 컬렉션을 위해 다양한 참고자료와 이야기들을 테피스트리처럼 엮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알투자라는 중요한 문장을 덧붙였다.
“나는 또한 내가 아는 여성들과 그 여성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말을 걸고 싶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이번 컬렉션의 힘과 독보적인 우아함을 아우른다.
나는 내 길고 긴 패션 커리어를 통해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수많은 옷들을 봐왔지만 알투자라의 컬렉션은 그저 문화적인 단면을 그대로 따온 것이 아닌 해석에 가까웠다.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인도의 네이비 블루’라 표현한 걸로 유명한 핫 핑크는 슬림 스커트에 쓰여서 자잘한 꽃무늬로 가득하면서도 똑 떨어지게 피트 되는 재킷과 함께 매치됐다. 또 다른 재킷은 희미하게 승마바지를 떠올리는 재단의 슬림 팬츠와 함께 등장했다. 격자무늬 소매로 시작된 톱 디자인은 프린지로 마무리 되었다. 드레스는 몸매를 드러내면서도 허리 아래로는 길고 부드럽게 떨어졌다.
민속적인 느낌은 인도를 넘어 실크로드를 따라 베니스와 모로코, 터키까지 확장됐다.
알투자라는 완벽한 통제 하에서 그토록 호화로운 풍요를 선사하며 훌륭한 패션 모멘트를 창조해냈다.
ALEXANDER WANG
“팝 컬쳐란 바로 내가 느끼는 것이자 내가 하는 것이에요. 바로 이 알렉산더 왕의 영역이죠!” 뉴욕에서 정기적으로 예배가 열리는 곳, 즉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성 바르톨로뮤 성당의 높은 돔 아래에서 쇼를 연 알렉산더 왕이 말했다.
딱 달라붙는 얇은 톱과 허벅지에 새겨진 ‘STRICT(엄하게)’ 혹은 ‘TENDER(부드럽게)’와 같은 단어, 그리고 관객들이 키득거리며 잡초라고 수근거린 나뭇잎 패턴이 알렉산더 왕의 악동 같은 애티튜드를 구성하고 있었다. 폴 댄서의 패턴이 들어간 남녀공용 오버사이즈 스웨터는 대담하기 보단 발랄했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명료했다. 알렉산더 왕이 발렌시아가 꾸뛰르에서 보낸 날들을 뒤에 남겨두고 아마도 또 다른 영감을 찾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나는 알렉산더 왕이 실밥 처리를 하지 않은 옷들을 통해 베트멍에 공감을 표한 건지 궁금했다. 베트멍이라면 안티패션적인 태도로 유러피안 스타일을 휩쓸고 그 수석 디자이너인 뎀나 즈바살리아가 왕의 뒤를 이어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된 그 브랜드이니까 말이다.
알렉산더 왕 쇼 뒤에 숨겨진 복잡한, 아니면 그 반대의 것들이 무엇이건 간에 반항적인 청소년의 태도는 패션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이번 컬렉션에는 몇몇 반복적인 아이템이 강렬하게 등장했다. 트위드 재킷,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롱 드레스, 날렵한 1960년대 스타일의 미니스커트와 볼드한 액세서리, 그리고 특히나 무거운 메탈 장식이 달린 가죽부츠까지. 또한 알렉산더 왕은 잘 만들어진 남성 의류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시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비추는 메시지를 담은 옷들이었다. 그렇다면, 완전히 반항적이지도 않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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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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