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뉴욕 패션위크 로다테: 피처럼 흐르는 상상
신선한 피 같은 빨강은 당연히 누드 핑크와 매치되고, 버진 화이트 또는 블랙의 레이스 사이로는 살갗이 비춘다. 로다테에게 또 어떤 다른 색이 있을 수 있을까? 미녀를 갈취해가는 호러 무비와 고딕 고어에 매혹된 디자이너 듀오에게 말이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은, 비록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대부>를 썼다는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의 한 이탈리안 카페를 발견한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더라도, 로라와 케이트 뮬레비 스타일을 점잖고 우아하게 만들어낸 버전이었다.
뮬레비 자매는 2010년도에 자신들이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에 이어 영화를 만들고 있다. <우드쇼크(Woodshock)>는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았으며, 그리하여 그녀는 앞줄 한 가운데에 앉아 칼라 백합과 아네모네, 그리고 라넌큘러스로 장식된 프루스트 풍 무대 사이로 불처럼 타오르는 선명한 붉은색의 튜브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델들은 이 강렬한 꽃들을 머리에 꽂았고 온시디움과 호접란은 주얼리로 탈바꿈했다.
더 밴드(The Band)가 연주하는 <라스트 왈츠(The Last Waltz Suite)>의 무게감이 쇼장을 메우며 무거운 깃털과 무톤 재킷을 포함해 투박하면서도 예쁜 옷들을 뒷받침해줬다. 그러나 이러한 옷들은 그저 금세라도 찢어질 듯한 레이스를 거들 뿐이었다. 라벤더 빛깔의 구슬과 크림색 실크 니트웨어는 으스스한 여성스러움을 만들어내며 룩을 완성시켰다.
로라는 상징으로서 블랙, 화이트, 레드라는 색의 3부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는 동안 케이트는 자신의 넋을 완전히 빼놓았다며 꽃으로 된 머리장식, 특히 난에 대해 초점을 맞춰 말했다.
나는 로다테 쇼가 예전엔 서로 날 것인 채로 따로 놓여있던 것들을 섬세하게 이어 붙인 지금이 더 충격적인지 아니면 덜 충격적인지 결정할 수가 없다. 나는 머드 브라운과 더스키 핑크 사이를 성난 새 마냥 파고 들던, 불타오르는 듯한 색깔의 프린지가 달린 퍼 코트에 대해 계속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또한 튤 레이스의 러플 디테일은 마치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 미스 하비샴이 입고 있던 먼지 쌓인 웨딩 드레스로부터 가져온 편린처럼 보였다.
로다테는 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이 어여쁜 드레스들은 발 아래 묻힌 뭔가 나쁜 이야기의 시작이나 끝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발에는 러플이 달린 도마뱀 가죽이 신발에서부터 시작해 다리를 감싸고 있을 터였다. 이 드레스들은 선명한 붉은 조명 아래에서 그랬듯 레드카펫 위에서도 훌륭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로다테가 변덕스러운 특유의 정신을 잃지 않길 바란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INDIGITAL, 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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