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의 기막힌 앨범 홍보일까요, 사실일까요? 이지 컬렉션을 발표한 자리에서 신곡을 공개하며 테일러 스위프트를 디스. 며칠 뒤, 개인 채무 640억을 밝히며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에게 빚 탕감을 부탁합니다. 월드 와이드 뮤지션에게 갑자기 무슨 이변이?
성공적인 쇼였습니다. 2월 11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발표한 이지(YEEZY) 컬렉션 시즌 3. 이날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자신의 새 앨범 ‘The Life of Pablo’도 공개했습니다.
신곡 ‘Famous’를 발표하자, 객석의 킴 카다시안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 춤을 췄습니다. 하지만 가사 내용이 심상찮았죠. 돌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디스하기 시작했거든요. 문제의 가사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I feel like me and Taylor might still have sex. Why? I made that bitch famous (God damn). I made that bitch famous.” 테일러가 자신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속어를 쏟아내며 성적인 뉘앙스로 비아냥대다니요!
칸예와 테일러의 ‘불화’는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사진은 2009년 MTV VMA(비디오 뮤직 어워드). ‘You Belong with Me’ 로 최우수 여자 비디오상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뺐습니다. “테일러, 이 상은 비욘세가 받았어야 해.” 당황한 테일러의 표정 좀 보세요!
당시 ‘수상 무대 난입 사건’ 이후, 테일러는 ‘US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칸예를 언급합니다. “제가 수상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무대에 올라갔는데, 칸예가 무대로 올라와 흥분하더군요. 그때부턴 더 이상 흥분은 사그라들었죠. 그날밤, 많은 친구들이 응원 문자를 보내줬어요. 확실히 재밌는 밤이었죠.”
그러자 칸예도 지지 않고 대응합니다. ‘MTV’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차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테일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웃캐스트(Outkast)가 저를 제치고 상을 탔을때도 그냥 놔뒀었는데 말이죠. “라고 비꼬았습니다. 비난이 거세지자 2차 사과문에서 “영화 ‘미트 페어런츠’의 벤 스틸러(장인 어른에게 골탕먹는 예비 사위 역)가 된 기분이군요! 테일러의 시간을 제가 빼앗을 권리는 없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동료 연예인들마저 비난을 쏟아내는 와중, 영화배우 헤일리 더프가 던진 한마디. “어쨌든 성공이네. 모두가 칸예 이야기만 하잖아.”
긴 앙숙의 시간을 보냈던 6년 후인 2015년, 57회 그래미 어워드(The 57th Annual GRAMMY Awards) 에서 둘은 뜻밖의 화해를 합니다.
테일러와 친하게 지내는 (비욘세의 남편) 제이지도 함께한 화해의 순간. 평화로워보이죠? 칸예의 측근들에 의한 ‘카더라’로는 칸예가 평소 제이지(Jay-Z)와 비욘세(Beyonce)가 테일러와 친하게 지내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합니다.
화해한지 몇달만에 다시 테일러를 향한 디스? 비난이 쏟아지자 칸예는 트위터에 ‘테일러 스위프트를 디스한 적이 없고, 이 가사는 테일러 본인과 통화로 이미 허락을 받은 내용’ 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테일러측 변호인은 ‘사전에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죠. 게다가 테일러의 남동생은 이지 부스트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며칠 후, 칸예는 또 하나의 사고(?)를 칩니다. 2월 14일, 충격적인 사실을 ‘트위터’로 발표했죠. “저는 640여억원의 빚을 가졌습니다.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진심입니다.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오늘 당신의 생일인 걸 알고 있지만, 내일 제게 전화 줄 수 있나요? 당신이 내 앨범을 듣고 있을 때, 난 간신히 살아가고 있어요. 트위터, 페이스타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어떤 것이든 마크에게 날 도와달라고 전해줘요. 마크 주커버그! 나에게 1조원을 투자하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입니다.”
(참고로 마크 주커버그의 생일은 5월 14일) 지난 해 12월, 마크는 딸이 태어나자 ‘다음 세대를 위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칸예도 빚 탕감을 호소하며 다음 세대를 거론한 얘기를 하긴 했습니다. “우리는 100년 후면 이 세상에서 없어질 것이므로, 여기에 있는 한 무언가 해야만 한다.” 그 ‘무언가’가 매우 다른 두 남자로군요!
쇼와 앨범 공개가 이루어진 뉴욕 매디스 스퀘어 가든의 객석은 ‘티켓 판매’였습니다. 물론 전석 매진! 한 켤레당 $500에 달하는 이지 부스트 운동화는 출시마다 매진. 그는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로, 약 7천여장의 싱글과 2천만장에 달하는 앨범을 팔아치운 뮤지션이죠. 그뿐인가요? ‘포브스(Forbes)’가 2015년 힙합 뮤지션의 수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해만 약 300억원을 벌어들여 ‘수입 왕’ 7위에 올랐죠. 약 1천 5백여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힙합 뮤지션 사이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그가 ‘빚’이라뇨?
칸예의 충격 발표가 있던 다음날, ‘제58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뮤직비디오까지 3관왕!) 테일러 스위프트! 그녀의 수상 소감에 이번 사건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을 두번 수상한 최초의 여자인 제가 모든 여자들에게 전합니다. 당신의 성공을 깎아내리고, 가로채려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마세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곧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테니까요.”
빚 탕감을 하소연하고 있는 칸예와 달리 테일러는 곧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자’가 될 예정입니다. 작년 한해만 약 3천 8백억을 벌어들였거든요. 올해로 스물 일곱. 지금과 같다면 아마도 서른 이전에 약 1조원(10억달러)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진심을 알아주세요. 이것은 신의 계시입니다.” 혹자는 ‘우주의 쓰레기’라며 쏟아내는 140자 안팎의 트윗이 얼마나 깊은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전 세계를 왈칵 뒤집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공인이라면, 발언은 신중했어야 합니다. 하필 앨범을 공개한 시점에 왜 굳이 화제성 인물들과 엮이려고 하는 걸까요? 헤일리 더프의 말대로 모두가 칸예만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