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뉴욕 패션위크 마크 제이콥스: 레이디 가가, 그리고 패션
열린 공간, 반짝이는 플로어,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 쇼의 모델들이 이 광활한 빈 공간을 걸어 나올 때 오직 ‘쨍’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모델’ 중 하나가 레이디 가가였고 그녀는 1930년대 풍 웨이브 머리를 하고는 초록색 퍼 소매가 달린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그리고 뉴욕 패션 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번 쇼는 전혀 남달랐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파리나 뉴욕을 막론하고 마크 제이콥스가 이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웠던 그 어떤 쇼보다도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은 슬픔을 자아냈다. 커다란 케이프 실루엣, 바닥이 끌릴 정도로 길거나 짧은 블랙 드레스, 매혹적인 패브릭의 풀 코트, 그리고 반짝이거나 멍울 진 소재는 각 의상을 또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꾸뛰르 급의 재단과 치열한 디테일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장엄함이 있었다.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과 그 파리 아뜰리에에서 시작했음을 상기시켰다. 마크 제이콥스는 쇼에 앞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하이노 케이지, 그리고 멈춤이나 공간을 의미하는 일본의 미학적 개념인 ‘간(間, Ma)’에 관한 글을 썼고 이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개념을 정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은 마치 비어있는 그릇과 같이 시작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위태롭게 높은 플랫폼 슈즈는 게이샤 문화에서 왔을지 모르지만 알렉산더 맥퀸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메이크업은 존 갈리아노를, 그리고 “쨍”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컬러로서 블랙을 다룬 점은 꼼 데 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 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마크 제이콥스은 자신만의 패션 히스토리 가운데에서 예전의 예술적인 아이디어 일부를 다시 끄집어낸 듯 했다. 그 중엔 2009년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 비통의 콜라보레이션을 연상시키는 폴카 도트도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가 이러한 의상들을 한꺼번에 모아 높은 천장을 지닌 공간에서 보여준 방식은 위엄 있었고 무대인사를 하는 동안 박수갈채가 쏟아질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뉴욕에서 펼쳐진 대부분의 동료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기품 있고 독특한 위치에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브랜드로서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라인의 중단을 포함해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웅장한 쇼가 그의 마지막 노래가 아니었기를 바래본다. 그러나 만일 그렇다 할지라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쇼였다.
- 글
-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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