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 데님은 가라! 이제 오리지널 핏이 도래할 시간이다. 오리지널 데님 혁명은 그저 과거의 룩이 일으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당신은 일생을 함께할 패션 친구를 갖게 될지 모른다. 복고풍 데님이 돌아왔다. 왼쪽 모델이 입은 청바지는 베트멍(@10 Corso Como), 조끼는 지방시(by Riccardo Tisci), 가죽 재킷은 생로랑, 벨트는 샤넬, 샌들과 목걸이는 루이 비통, 귀고리는 구찌. 오른쪽 모델의 청바지는 알렉산더 왕, 캐미솔 톱은 사카이, 화이트 가운은 지방시, 벨트와 초커, 스카프는 모두 샤넬, 목걸이와 귀고리는 구찌, 샌들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리바이스의 디자인 수장이자 진 전문가 조나단 청(Jonathan Cheung)은 베티 그레이블(Betty Grabel)이 입은 듯한 견고한 듀드랜치(Dude Ranch, 목장의 카우보이 스타일) 데님이나 오래 입어 낡은 듯한 리바이스가 ‘6개월의 통과의례’ 기간을 거쳐야 제 빛을 발하는 반면, 스키니 진은 성급한 친구라고 말한다. 우리는 스키니하기보다 섹시하게 보이길 원한다. 파란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의 클로에 세비니? 상상만 해도 멋지다.
뻣뻣한 청바지는 핏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먼, 거부할 수 없는 그 옛날의 안티핏(Anti-Fit, 스키니 핏의 반대개념)을 보장한다. 뻣뻣한 청바지는 정통성이라는 매력적 페로몬을 뿜어내고, 일단 그것에 다리를 끼워 넣으면 우리는 ‘홀드(Hold, 완벽하게 보이는 엉덩이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라는 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추종자를 보유한 리바이스 505 진이 ‘옷을 입었을 때 멋지게 드러나는 엉덩이의 외관으로 인해 빈티지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급비밀로 전해지는’ 이유다. 근래의 여자들은 뒤태가 넉넉하게 보이길 원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지나 데이비스를 떠올리면 된다.
지금 우리가 입어야 할 핏은 하이라이즈, 스트레이트 레그의 발목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스타일이다. 그것은 향수를 자아내는 동시에 테이퍼드 디자인처럼 과도하게 복고 느낌을 풍기지 않는다. 당신이 옷장에 보관해온 낡은 진이나 최근 중고 매장에서 구입한 것을 꺼내 솜씨 있는 수선집에 맡겨보시라. 혹은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청바지 레이블 ‘리던(ReDone)’을 찾아가보시길. 창립자 숀 배런(Sean Barron)과 제이미 머주어(Jamie Mazur)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뒤 빈티지 제품을 입기 쉬운 기성복으로 다시 가공해 온라인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하이라이즈 진의 인기가 너무 높아 재고가 거의 없을 정도예요.” 배런의 말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핵심을 찌르는 리던의 리스타일링 제품은 27개국에서 판매되고 스텔라 맥스웰, 릴리 앨드리지, 켄달 제너 같은 이들도 즐겨 입는다.
현재 일어나는 오리지널 데님 혁명은 단순히 과거의 룩이 일으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논스트레치 진이 주는 쿨하고 편안한 감성은 데님의 방대한 유산을 현명하게 재해석해내는 젊은 레이블에 있다. 지난 9월의 패션쇼 이후 패션 기자들은 베트멍이 선보인 비스듬히 툭 잘라낸 리바이스 진을 열광적으로 입고 다닌다. 물론 한 벌당 745파운드라는 가격대는 리바이스와 어울리지 않지만, 스트리트 스타일을 공략하기에 충분한 비대칭 형태의 독창적 DIY 솜씨가 가미됐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청바지에서는 로큰롤 기풍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흔히 봐온 몸에 딱 달라붙는 룩에 다들 싫증 난 거죠.” ‘락킨스(Rockins)’의 제스 모리스(Jess Morris)가 몸매를 드러내는 진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말했다. “저도 그렇거든요. 진짜 청바지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익숙하고 잘 맞는 느낌으로 돌아가야 해요.” 70년대의 셰어, 게이 애드버트, 조안 제트를 연상시키는 튼튼한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에다 신축성 제로인 락킨스 라인은 초여름부터 매장에 진열된다.
새로운 핏(엉덩이를 뻣뻣하고 타이트하게 잡아주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추를 채울 때 숨을 들이마셔야만 하는)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복고 제품의 관리 지침 또한 유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진을 밤새 냉장고에 넣어 해충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해 결코 세탁하지 말라는 것까지 다양하게 조언한다.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세탁은 청바지를 구입한 후 입기 직전에 일단 축축하게 적시는 것이다. 그러면 몸 위에서 자연 건조됨에 따라 몸의 형태에 딱 맞춰진다.
조나단 청은 다소 덜 엄격한 접근법을 들려준다. “가능한 한 많이, 오랫동안 입는 겁니다. 그런 뒤 앞뒤를 뒤집어 찬물에 세탁하면 되죠.” 이렇게 하면 진짜 멋진 진정한 청바지(고유의 해진 느낌과 패치 장식을 포함)가 당신과 일생을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