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라고 다 같은 털이 아니다. 여자에게 속눈썹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무기다. 60년대 슈퍼모델 진 쉬림톤처럼 풍성하고, 가상 세계 여주인공처럼 매혹적인 봄날의 속눈썹.
일본 게임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14> 여주인공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한 루이 비통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아 있는 바비 인형처럼 꾸민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한 모스키노까지.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 요소가 패션계에 산들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인형처럼 어여쁜 그들의 뷰티 시크릿은? 예상했듯 속눈썹. 그것도 ‘망가’에서 나올 법한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속눈썹이 올봄 유행할 전망이다.
속눈썹 하나로 눈이 얼마나 커지고 또렷해지는지 경험한 여자들에겐 마스카라 없인 외출도 없다. 뷰티 아티스트들도 마스카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들에게 마스카라를 하지 않은 여자는? 남자와 다름없다. 사실 옛날 옛적부터 속눈썹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무기였다. 눈 속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거름망 역할부터 눈 화장 공간과 부피를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그렇다면 속눈썹을 강조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뷰티 구루들은 한결같이 ‘입체감’을 언급한다. “속눈썹은 정면이 아닌 옆모습을 봤을 때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풍성하게 말아 올린 속눈썹은 아이라이너를 한 듯 눈이 커 보이고 콧대가 높아 보이며 얼굴선까지 한결 부드러워 보이죠.”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속눈썹 트렌드는 뭘까. ‘볼드 아이즈’다. “한층 강렬해졌어요.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올리는 느낌이 아닌, 제멋대로 퍼진 속눈썹을 하나로 뭉쳐 크고 두꺼워진 청키 래시를 만들었죠.” 닥스, 엠포리오 아르마니, 마크 제이콥스, 소니아 리키엘, 베르사체 쇼가 볼드 아이즈의 좋은 예다.
제레미 스캇 쇼의 메이크업 총책임자 폴리 오스몬드는 마스카라 대신 회화용 물감을 사용했다. “지극히 만화적이죠. 속눈썹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텐실 물감으로 그려 넣었는데 섹시하지 않나요?” 마리 카트란주와 루이비통 쇼는 전체가 아닌 부분을 공략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죠. 속눈썹 중간만 강조했어요. 위아래로 딱 눈동자 사이즈면 충분하죠. 그리고 마스카라를 아주 많이 덧칠하면 끝!” 루치아 피에로니의 비법이다.
인조 속눈썹은 장식 요소로도 적극 활용됐다. 인조 속눈썹을 위아래로 붙여 60년대풍 아이 메이크업을 연출한 마르니, 끝으로 갈수록 길어지는 인조 속눈썹을 통해 대범하고 화려한 눈매를 완성한 시블링은 두고두고 회자될 베스트 아이래시 쇼!
마스카라 고수라면 이미 잘 알겠지만 눈 밑이 번지는 너구리 현상은 대부분 피부에서 나오는 유분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눈 주위의 파우더 처리와 뷰러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마스카라를 바르기 전, 페이스 파우더로 눈가 피부를 눌러준 뒤 뷰러로 속눈썹 뿌리의 각도를 최대한 위쪽으로 올리면 눈 밑 번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에 마스카라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두세 번 정도 덧발랐다면, 이번 시즌에는 마스카라액을 최소화하여 여러 번 레이어링하세요. 아침, 점심 후, 퇴근 전, 이렇게 나눠 발라도 좋아요. 한 번에 덧바른 아침의 느낌보다 훨씬 볼륨 넘치는 속눈썹이 완성될 겁니다. 임소연(나스 교육팀)
“하나로 뭉친 듯 크고 두꺼워진 청키 래시의 비법은 지그재그에 있습니다. 뷰러를 사용해 눈썹의 형태를 곡선으로 말아 올린 뒤 눈썹 뿌리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칠해보세요. 마지막으로 눈동자 중앙을 기점으로 위아래 속눈썹에 한 번 더 바르면 서클 렌즈를 낀 듯 동공이 커지는 마법 아닌 마법이 펼쳐집니다.” 이나윤(시슬리 코리아 프로모션팀)
“마스카라를 이용해 ‘떡지듯’ 뭉치게 연출하세요. 그런 뒤 그 위에 매트한 제형의 아이 섀도를 덧바르면 컬러 마스카라 없이도 개성 만점 눈매를 연출할 수 있어요.” 한현종(로라 메르시에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베이스를 사용하면 파운데이션의 밀착력과 지속력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속눈썹에 얹은 컬러 섀도와 컬링, 볼륨을 배가시키려면 베이스 마스카라의 힘을 빌려보세요.” 손민기(디올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