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개인적인 비전의 중요성(로샤스, 비오네, 아가노비치)
너무나 많은 역사적인 브랜드들이 부활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흔히 몇 년의 투쟁을 거쳐 이를 쟁취하는 것을 보는 건 고무적이다. 나는 마침내 이를 이뤄낸 로샤스와 비오네를 눈 여겨 보고 있다. 그리고 또한 니치 브랜드인 아가노비치(Aganovich)는 패션의 과거에 많은 빚을 졌지만 이를 컨템포러리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로샤스: 기운 북돋기
납작한 핑크 꽃으로 뒤덮인 카펫은 로샤스에서 런웨이 이상의 것을 의미했다. 이는 가벼움과 밝음이 전부라는 알레산드로 델라쿠아의 메시지였다.
초록 벨벳 드레스, 머스터드옐로의 팬츠와 꽃무늬 셔츠, 그리고 이 모든 컬러들은 마치 꽃처럼 피어나 라임색과 진저색으로 이어졌다. 이는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측면을 드러냈고 옷들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번 시즌 데이웨어는 이브닝 의상이 시작되기 전의 체면치레라기 보단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로로 떨어지는 실크 러플이 달린 파인 그린의 톱과 골든 옐로 팬츠는 화려하고 우아한 데이웨어였다.
그리고 테일러드 코트나 퍼 코트는 겨울이 오기를 반겼다. 이번 시즌에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계절을 초월한 컬렉션을 만들고 있다.
낮에서 밤으로 접어들 때 인상적인 밝은 양말과 플랫폼 슈즈를 택한 건 실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마도 이는 델라쿠아가 호화로운 드레스를 포기하고 대신 종아리 부근에서 넓게 퍼지는 더 가벼운 드레스를 선택했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비로 말끔히 씻긴 하늘로부터 햇빛이 들어오도록 창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은 델라쿠아가 좀더 열린 세상을 포옹했다는 느낌을 더했다.
비오네: 드레이프를 위한 쉐이프
현대세계에서 고귀한 이름이 다시 한번 불리우는 데에 성공하는 순간은 언제나 기쁘다. 보통 이를 위해서는 꽤 시간이 걸리고 비오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고전적인 브랜드를 스포티하고 그렇지 않으면 애매한 그리스–로마 방식으로 바꿔 놓음으로써 2016년도 겨울 의상들은 그저 ‘존재감 없는 매력’으로 보일 뿐이었다.
파리 교회라는 배경은 고요함의 느낌을 서서히 불어넣었다. 반면에 무대 위로는 마치 고전적인 쉐이프와드레이프의 현대화라는 전투에서 승리한 듯 보였다. 시작은 짙은 오렌지색의 원 숄더 드레스였고 이 첫번째 룩은 몸에 달라붙으면서도 드레이프에 밀리지 않고 톤을 정해줬다.
패브릭의 우아함을 다루는 또다른 방식은 앞섶에서 부드러운 V라인을 만들어내는 크로스오버 드레이프였다.
드레이프앤드쉐이프 테크닉은 편안해 보여야만 한다.밝은 컬러의 리본이 실로 단단히 고정되었을 때조차 그 효과는 어색하지 않아야만 한다. 나는 이 분명히 단순한(그러나 사실 예외적인)효과를 만들어낸 데에 대해 비오네의 팀리더로서 후세인 샬라얀을 믿는다. 그리고 이 세련된 룩이 레드 카펫 위의 끈 없는, 혹은 깊은 V라인의 보디스를 대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 같다.
이 하우스의 데이웨어는 또 다른 이야기다. 나는 오너인 고가 아슈케나지가 고상한 비오네매장에서 고객에게 완전히 갖춰진 의류 라인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비스듬히 잠긴 8개의 버튼이 달린 벨벳 칼라 재킷이 어찌 이 브랜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제는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위해 옷을 맞추기 보다는 드레스를 선택하는 시대다.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재기를 보라. 데이웨어용 드레이핑을 되살리는 건 분명 비오네가 해가 저물기 전에적절히 자리하기 위해 가야할 길이다.
아가노비치: 뉴밀레니엄 시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시대의 여성
아가노비치에겐 매력적이고 신중한 무언가가 있다. 나나 아가노비치와 브룩 테일러라는 이 디자이너 듀오가 자기들만의 패션 세계에 빠져있는 듯 보이는 방식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적합한 때에 더 넓은 세계의 영향력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우아하게 흑백으로 그려진 남성과 여성을 묘사하는 건 지극히 평범하게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작업의 깊이다. 하얀색 블라우스 앞섶에서 쏟아져 내리는 러플, 또는 모델이 뒤돌아 설 때 검은 가죽 팬츠에 꿰인 길고 하얀 신발끈처럼 말이다. 이는 익숙한 남성적/여성적인 것들을 로맨틱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검은 스니커즈 위에 하얀 색으로 들어간 동일한 실들은 엄숙하고 거진 빅토리아 시대의 것 같은 드레스를 현대 세계로 가져왔다.
이 디자이너들은 오직 검은 색과 흰 색으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텍스쳐는 이들패션의 생명선이라 하겠다. 이는 석탄처럼 검고 어슴푸레 윤이 나는 드레스에서 러플처럼 떨어지는 실크 소매에 빛을 더해준다.
이 듀오는 한 발을 에드워드 7세 시대의 과거에 담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들의 스킬은 운동화를 신고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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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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