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파리에서 전해진 일본의 승전보
난 ‘일본 디자이너’들을 한꺼번에 리뷰한 적이 거의 없다. 이들은 모두 다양하고 차별적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에서 쇼를 펼친 22세에서 35세 사이의 다음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너무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언더커버: 모든 연령을 위한 릴렉스
언더커버의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나는 금색 머리장식들이 놓여있는 테이블을 발견했다. 월계관, 검은 벨벳 위에 박힌 금색 못들, 그리고 겨울 나무의 뾰족뾰족한 가지들.
일본어로 부른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가 배경음악으로 널리 퍼지는 가운데 이 자연에 부치는 시는 디자이너 준 타카하시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울의 텍스쳐 뿐 아니라 이 옷을 입었거나 혹은 입고 있는 여성들의 나이를 달콤한 평온함과 결합시켰다.
“모든 연령을 위한 편안함을 다뤘어요.” 지난 시즌 즐거운 25주년을 맞이했던 다카하시는 이제 참선의 시기에 접어든 듯 보였다.
자연을 참고한 건 붉은 색 핸드백 앞면에 그려진 징그럽고 으스스한 생명체 만이 다는 아니었다. 드레스에는 고양이가, 그리고 바이올린 모양 가방에는 다듬지 않은 나무가 프린트 되었다. 이번 쇼의 마지막은 건초로 만들어 금에 담가둔 듯한 금빛 드레스가 장식했다.
이번 쇼는 또한 나이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1990년대, 어쩌면 더 오래 전에 활약했던 모델들은 훌륭한 옷들을 입었다. V자 모양의 트위드 코트, 오버사이즈의 새틴 파자마, 면으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뒷면은 패딩 재킷인 캐시미어 코트와 같이. 물욕을 자극하는 이러한 코트들 중 다수는 고급스러운 외피를 가졌지만 화려하지는 않았다.
이 고요한 바다에 아주 약하게 파문을 일으킨 건 패브릭 위에 프린트 된 여자 얼굴들의 콜라주였다. 그러나 마법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원시림이 있던가? 그리고 이토록 상상력이 풍부하고 깊이 생각하는 디자이너에겐 언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언더커버, 즉 비밀리에 말이다.
준야 와타나베: 오리가미의 재림
주름, 접기,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3차원 사각형과 원. 이것이 바로 준야 와타나베가 만들어낸 오리가미 효과였다.
침묵이라 해도 될 정도로 과묵한 이 디자이너는 언제나 서구 세계에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면서도 그 영혼은 1990년대부터 꼼 데 가르송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도쿄에 남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오리가미 의식은 종교적인 엄숙함과 함께 이뤄졌다. 모델들이 짝지어 등장했다가 갈라져 서로 반대 방향으로 런웨이를 걸을 때 종교음악이 함께 연주되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의상만큼은 오리가미 예술에 대한 탐닉이라는 일관적인 방향을 향했다. 그러나 접힌 모양은 놀랍게도 웨어러블했고 검은 색 사이에 스칼렛과 쇼킹한 핑크라는 밝은 색조로 생기를 띠었다. 끝이 네모나게 마무리된 포인트 토의 납작한 슬리퍼는 룩을 완성시켰다.
곤란하게도, 나는 송나라 시대에 꽃피었던 오리가미보다는 1960년대 피에르 가르뎅을 더 많이 떠올렸다. 옷은 창의적인 공예로서 영원한 모더니티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세이 미야케: 기술에서 신체로
이번 달 도쿄에서는 45년 간의 디자이너 인생에 초점을 맞춘 ’이세이 미야케 전시’ 가 열림으로써 미래를 내다보는 의상을 만들어내는 방법론과 가능성을 선보인다.
한 벌의 옷과 신체 간의 관련성에 대한 미야케의 탐구는 전설적이다. 새로운 세대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도록 작업 기술과 방식을 전수하려 하지 않는 그의 욕망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미야케 브랜드는 미야마에 요시유키가 책임지고 있다. 미야마에 요시유키는 빛을 소리로 바꾸기 위해 감광성센서를 사용하는 뮤지션이자 예술가인에 이와다 및 하누카 요시다와 함께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할 방법을 찾았다.
희한할 정도로 매혹적인 음악과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드라이 아이스 바람은 디자이너가 표현하려고 노력한 대상에 언어적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불어넣었다. 그 대상은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과 소재를 탐구하려는 “그 너머(Beyond)”였다.
그래서 컬러가 등장했다. 생생하고 활기찼다. 골이진 텍스쳐에 라인은 기하학적으로만들어졌다. 옷자체는 스포티하고 젊었으며 에너제틱했다. 프로그램 노트에서는 테크닉이 설명되었다. 바로 ‘베이크드스트레치’였다. 풀먹인 옷감은 주름과 밝고 선명한 패턴, 그리고 동심원들로 구워 만들어진다. 다른 방법은 ‘3D 스팀 스트레치’였다. 이는 옷감을 줄여 패턴을 최대한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밀은 “어떻게?”도 아니고 심지어 “왜?”도 아니다. 이는 옷에 적용되는 하이퍼 모던한 기술이다. 가능한한 단순하게 보이면서도 무지개 같은 모든 컬러와 일부 티나지 않는 효과들이 옷감 한 장에 포함되어 있다.
요지 야마모토: 흑백의 바디 랭귀지
길고 호리호리한 검은 드레스 위에 “I will be back soon(곧 돌아올꺼야)” 라는 그래피티가 흰색으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요지의 드레스였다. 여느 때처럼 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패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고도 간결하게 드러내면서 날씬하고 단순하지만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은 옷들로 이뤄진 이번 컬렉션에서 옷 한 벌마다 자신의 정신이 풍겨져 나오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모델들의 얼굴이 놀라움을 선사했다. 검은 선이 입에서부터 그려져 시선을 사로잡는 희한한 효과를 주는 한편 덧붙여진 머리카락들은 양쪽에서 무섭도록 똑바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이번 쇼에서 가장 복잡한 효과였다. 그래피티로 메시지가 쓰인 옷을 입은 세 명의 여성이 만들어낸 피날레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훨씬 많은 드레이프와 매듭이 등장하고 요지의 크리놀린 프레임이 소개되었던 2016 S/S 컬렉션과 비교해 2016-17 F/W 컬렉션은 고요했다. 몇몇 붉은색 스티치가 잠시 등장했지만 이번 컬렉션은 완전히 흑과 백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스니커즈도 없이 오직 스마트하고 반짝이기까지 하는 검은 신발만 선보였다.
이 부드럽고 날씬한 모양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몸 위로 너울거리는 패브릭이나 등 부분이 펄럭이며 드러나는 살갗처럼 천천히 존재를 드러내는 섹슈얼리티였다. 요지는 검은색을 컬러로서 표현하는 장인이기 때문에 가슴 부위가 번들거리는 패치로 아른아른하게 빛이 나듯 텍스쳐의 변화가 만들어졌다.
이번 컬렉션은 아름답고도 본질적으로 요지의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키스하기 위해 반짝이고 검은 입술을 가진 젊은 여성들에 포커스를 맞추기엔 아주 약간 방해 요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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