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새로운 발렌시아가: 존경하면서도 무모하게
나는 내 길고 긴 커리어 동안 다양한 패션 계승식을 목격해왔다. 1983년 칼 라거펠트의 첫 샤넬 컬렉션과 1996년 존 갈리아노의 첫 디올 데뷔 컬렉션을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또한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의 무대 앞뒤에서 보낸 15년을 알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패션계의 흐름을 참고해 판단하건대, 발렌시아가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에게 나는 10점 만점에 7.5점을 주고 싶다.
베트멍 라벨 뒤편에 있는 조지아 출신의 서른 네 살 디자이너에 대해 놀라웠던 점은 그의 지성이었다. 뎀나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로부터 부분적으로 영감을 찾아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1950년대에 여성이 서고 걷는 방식을 재창조해냈다. 골반은 앞으로 흔들고 그레이하운드처럼 발을 내 딛으며 머리는 높게 새우고 옷은 몸을 감싸는 건축물처럼 재단 되어야 했다.
21세기에 모든 건 당연하게도 꽤 달라졌고 여성을 위한 탈해방시기가 왔다. 폐방된 프랑스 TV 방송국의 중립지대에서 열린 발렌시아가 쇼는 일하러 가는 듯한 발걸음을 내딛는 모델을 처음으로 내보냈다. 이 모델은 매니쉬하게 재단되어 굴곡이 진 수트 재킷을 입었고 하이힐을 신고 성큼성큼 걸을 때마다 스커트가 벌어졌다.
쇼가 끝나고 뎀나에게 무엇이 가장 ‘발렌시아가’ 같았고 무엇이 좀더 ‘베트멍’스러웠냐고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발렌시아가로서는 거의 의상의 건축학이라는 생각을 했고 제 자신은 만들어진 의상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의상 자체에 애티튜드를 내재시키려는 시도를 했어요. 저에게 애티튜드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를 의상에 집어넣는 것이죠. 애티튜드를 가지지 않은 사람조차 코트를 걸침으로써 자세와 라인과 실루엣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굴곡진 재킷의 트위드 수트에서부터 약간 의심스러운 고리 바지, 어깨를 감싼 스포츠웨어와 생기 넘치는 꽃무늬 퍼레이드에 이르는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트멍을 이해해야만 한다.
무명으로 시작해 패션 피플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브랜드가 된 이 공동체는 좀더 평범한, 즉 좀더 접근가능하고 덜 럭셔리하며 거친 현대 세계에 좀더 적합한 옷들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됐다. 그리하여 그 이름은 프랑스어로 ‘옷’을 의미하는 베트멍이 되었다. 이 브랜드는 또한 풍요로운 1980년대 이후 안티 패션 운동을 시작한 벨기에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에서 뎀나가 일한 시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뎀나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방법론이라고 묘사한 카드로 시작했다.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고 그래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맞춰 의상을 창조합니다. 바로 몸과 옷 간의 관계죠.”
이 현명한 말에는 크리스토벌이 오직 오뜨 꾸뛰르를 위해서만 작업했다는 사실이 더해져야 한다. 아버지의 고기잡이 배에서 도망쳐 귀족과 왕족을 위해 옷을 만든 이 스페인 디자이너는 레디투웨어를 만든다는 바로 그 생각을 혐오할 수 밖에 없었다.
뎀나의 컨셉트는 다양한 꾸뛰르적 ‘애티튜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오목한 배 모양이 만들어지고, 어깨부분을 세우도록 만들어진 스포츠웨어는 거짓된 ‘위엄’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양한 버전의 잠금 장치가 여성 내면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이러한 다양한 선언들 가운데 나는 평범한 집업이지만 머리와 목 부분이 서있도록 재단된 파카에 사로잡혔다. 필요한 건 그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왕관뿐이었다. 실제로는 반짝이 스웨터와 짧게 자른 머리 아래로 흔들리는 한 쌍의 크리스탈 귀걸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 컬렉션은 모던하고 실용적이면서 여성을 존경하는 것으로 보였다. 워터프루프 파카와 좁은 팬츠, 그리고 크리스탈로 잘 장식된 하이힐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발로 이뤄진 컬렉션 전체가 그러했다. 완전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작은 스탠딩 칼라로 된 네크라인을 가진 데님 재킷보다는 더 크리스토발의 유산에 가까웠다. 잘 조각된 풀 스커트와 스웨터, 그리고 과감한 코트는 ‘그냥 괜찮은’ 카테고리로 함께 들어갔다. 그러나 마르지엘라/맥퀸 플랫폼 부츠처럼 익숙해 보인 풋웨어는 그렇지 못했다.
쇼가 보여준 가장 큰 놀라움은 컬러풀한 꽃무늬였다. 베트멍 쇼에서 보았듯 신선하고 앞치마 같은 모양이 여성스러웠지만 여기에는 박물관 밖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귀여운 측면이 현명하게 축약된 듯 했다. 원 디자이너라면 스타킹에 새겨진 크리스마스 사탕 같은 줄무늬를 허락했을까? 그 누가 신경쓰랴?
이번 컬렉션은 존경과 무모함을 모두 겨냥했다. 그래,무리하게 보이는 올라간 어깨나 고리바지처럼 느닷없는 공격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시도였다.
프랑소아 앙리 피노 회장이 마치 크림을 핥은 고양이처럼 미소를 지은 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떠나고 알렉산더 왕이 그저 그런 노력을 보인 후, 적어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대해, 그리고 그가 지난 세기와 지금 현재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에 관해 생각해보는 누군가를 찾아냈으니 말이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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