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이집트, 만개하다 (지방시)
사이키델릭한 동그라미 패턴과 사막 모래 같은 색조를 바탕으로 지방시 컬렉션은 생명력을 내뿜었다. 이집트의 삶.그리하여 우리 관람객들은, 내가 역사 수업에 대해 올바르게 기억하고 있는 거라면 마치 고대 피라미드 내부에서 본듯한 모래 색깔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 안에 앉아있게 된 것이다.
내 머리는 리카르도 티시 컬렉션을 보다가 갑자기 “오, 이런!” 하고 속삭였다. 어쨌든, 이러한 클레오파트라 시리즈를 이전에 여러 번 보지 않았던가? 알렉산더 맥퀸은 지방시에서 눈요기의 파라오 자리를 두고 존 갈리아노와 다투지 않았던가? 나는 맥퀸의 남자 모델이 에콜 데 보자르(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의 휴게실에서 의상을 입은 채 걸터앉아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2004년도에 스테판 존스가 만든 환상적인 자칼 머리장식과 투탕카멘 마스크가 등장했던 갈리아노의 개선 행진도 생각났다.
그러나 그건 그때 뿐이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완전히 정교하고 과장된 길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리카르도는 아이코노그라피를 가져와 이를 긴 소매를 가진 실크드레스의 흐릿한 모래색 위에 프린트했다. 종종 등장하는 이집트 풍의 눈은 허벅지에서 우리를 응시하거나 가슴 부위에서 유일한 심볼로 사용되었다. 이는 클레오파트라의 아류와 같았다.
“저는 강하고 파워풀한 여성과 클럽의 장면, 그리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다뤘어요.그리고 저는 언제나 이집트에 매료돼 있었죠.” 백스테이지에서 리카르도가 말했다. 컬렉션에 등장한 클레오파트라의 영향에 대해 칭송하던 카니에 웨스트와 크리스 제너, 시애라 등 대표적인 힙 피플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와중이었다.
사이키델릭/이집트 풍 패턴들은 디지털적인 방식에 의해 신체 굴곡에 맞춰졌고 훌륭해 보였다. 특히 검은색 테일러 코트나 드레스 밑에 받쳐입은 실버 톱을 보았을 때, 무대 의상처럼 보이기보단 평범했다. 사이키델릭한 소용돌이 무늬가 박힌 스커트나 레오파드 프린트가 폭발적으로 들어간 코트처럼 미미한 시각적 광기도 있었다.그러나 대부분 이집트는 시즌이 갈수록 더욱 날렵하고 효율적이 되어가는 티시 특유의 재단에 장식적으로 덧붙여졌다.
그리고 나는 역사와 예술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패션의 개선 행진에 대해 아쉽게도 다시 생각해봐야만 했다. 갈리아노와 맥퀸 간의 무승부는 그토록 뛰어난 번뜩이는 기억을 안겨주었다. 리카르도의 쇼는 그저 괜찮을 뿐이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보트를 타고 나일강을 따라 내려가며 이집트의 사막과 고대 유적을 탐험할 시간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프리 컬렉션이건, 크루즈 컬렉션이건 뭐건 간에 패션은 이제 훌륭하고 활기 넘치며 창의적인, 팔릴만한 컬렉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방시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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