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발렌티노: 섬세함의 무도
발렌티노의 섬세한 무도가 그토록 아름다웠던 건 필립 글래스가 직접 연주하던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일까?
각 모델이 우아하게 앞으로 걸어나오며 등은 똑바로 펴고 뉴트럴 컬러의 심플한 드레스를 입은 몸으로 무희와 같은 자세를 취하자, 마치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분명 이들은 발레리나였다. 조명을 받아 빛나는 드레스들을 입은 채 침착하고 섬세하게 몸을 움직였다. 또는 반짝이는 드레스 아래에 커다란 리브 스웨터를 입고 무용극장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곧 함께 살아가고 싶었어요. 이는 그저 수단에 관해서가 아니에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말하자 그녀의 디자인 파트너인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덧붙였다. “만일에 패션이 문화라면, 이는 그저 옷이 문제가 아니죠. 우리는 드레스를 통해 감정을 전달해야만 해요.”
백스테이지에서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원 파트너인 지안카를로 지아메티는 이 듀오를 포옹하며 이태리어로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라고 외쳤다. 용이 수놓아진 요정 같은 드레스를 입은 다코타 패닝은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었던 점을 그대로 표현했다. “정말 감동했어요”
옷에 대한 그러한 깊은 감동이 5주 동안 진행된 국제적인 패션위크의 끝에서 두번째 날에 와서 정말로 생겨날 수 있었을까?
발렌티노 듀오의 기술은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있다. 이번에는 표현적인 모던 댄스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 정신을 옷으로 이끌어왔다. 너무나 섬세하지만 결코 코스튬의 느낌이 아니었다.
쇼는 검은 테일러링으로 시작되었다. 스마트한 코트나 심플한 드레스에는 포트레이트 네크라인이 들어가고 의도적으로 검은 부츠를 신었다. 우리의 댄서(또는 다른 현대여성)은 일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에게 직장인에서 발레리나로 변화하는 과정은 서서히 타오르는 분노와 같았다. 우선은 크리스털이 박힌 루즈컷의 스커트가 등장했다. 또는 크롭 재킷 밑으로 하얀색 셔츠가 느슨하게 떨어지고 심플한 스트레이트 스커트를 함께 걸쳤다
그리고는 음악이 필립 글래스에서 존 케이지로 변화하면서 드레스들은 짧은 블랙 투투 혹은 매끈한 가슴부위서부터 루즈한 헴 라인까지 떨어지는 뉴트럴 컬러로 변화했다. 발레슈즈의 리본이 달린 옅은 색 구두들이 등장하기 위한 신호였다.
강화된 현실을 향한 움직임은 너무나 매끄럽게 이어져서 마치 러시아 발레리나가 러시아 구성주의를 만난 듯 패턴을짠 옅은 빛 퍼코트가 등장했다. 그러더니 태양과 같은 노란색이 금색 벨벳 드레스에서 마치 마법처럼 빛났다.
그러나 쇼는 화려한 퍼레이드로 변하는 대신 그 뒤에 다시 코트 또는 두터운 스웨터로 덮인 스커트가 등장했다. 퍼포먼스는 끝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현실과 현실주의 사이의 이러한 우아한 움직임은 발렌티노의 독창적인 로마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옷들만큼이나 우아했다. 파스텔 색깔의 네모로 짜여진 퍼 케이프나 베이지색 깃털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드레스 – 이 둘은 모두 예술적인 마법으로 탄생한 수공예의 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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