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멍’은 단순한 팬덤이 아닌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집단의 우두머리 중 한 명인 뎀나 바잘리아가 말하는 베트멍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다.

VOGUE(이하 VK) 컬렉션 준비로 한창 바쁘겠군요.
DEMNA GVASALIA(이하 DG) 매우 바쁜 시기죠. 늘 그렇긴 하지만.
VK 혹시 오뜨 꾸뛰르 때 직접 본 쇼가 있나요?
DG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보통 그래요(다른 쇼를 볼 시간이 없다는 뜻). 볼만한 쇼가 있었나요?
VK 발렌티노도 좋았고. 
DG 아, 발렌티노가 괜찮았나요? 이번 주말에 봐야겠군요.

VK당신은 늘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할만한 옷을 만든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베트멍의 옷을 가지고 싶게 만든다고 생각하죠?
DG 난 우리 옷이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그리고 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그 특정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떤 면에서 매우 명백하죠. 하지만 우린 그걸 다른 방식으로 그들에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른 비율, 다른 태도로요. 레퍼런스가 어디서 왔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너무도 분명하고 어디서 왔는지 모두 이미 알고 있는.

VK 사람들이 베트멍을 ‘마르지엘라’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요.
DG 나도 그렇게 말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고 싶어요. 난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에서 디자이너로서 옷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유익한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마르지엘라는 개념적 디자인이고 그건 나에게 매우 큰 차이입니다. 난 제품 디자이너고 새로운 패션을 창조한다거나 개념적인 척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냥 실생활에 맞게 다양하게 입을 옷을 만들 뿐이죠. 마르지엘라와 아주아주 다른 게 그거예요.

VK 당신도 처음부터 상업적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죠.
DG 처음엔 그랬어요. 바이어한테는 우리 옷이 어려워 보일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쇼룸 계획도 없었고 주말에 우리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만들어주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동생이 비즈니스를 담당하기 위해 합류하면서 정식으로 옷을 선보였고, 사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VK 사람들이 실제로 베트멍 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놀랍지 않아요? 기다란 소매나 바닥에 끌리는 치맛단, 큼지막한 어깨의 외투를 일상에서 입기란 쉽지 않죠.
DG 그건 당신이 ‘왜 옷을 입느냐’에 달려 있어요. 만약 실용적 목적으로 옷을 입는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우리 옷을 입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얻기 위해 옷을 입는 거예요. 그리고 그들에게 실용성은 썩 중요하지 않은 거죠.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그 태도와 우리 옷이 맞기 때문에 베트멍을 입는 거라고 봐요.

VK 그 태도란 어떤 거죠?
DG 설명하기 어려워요. 태도란 옷을 입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거라고 보거든요. 가령 우리 봄버 재킷은 입으면 옷이 바닥을 향해 늘어지죠. 구부정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이고, 깔끔해 보이지 않아요. 그런 태도를 특정 단어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우리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거예요.

VK 사회학자 친구의 패션에 대한 조사 결과를 종종 참고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조사고 어떻게 작업에 영향을 미치나요?
DG 사람들이 옷을 입을 때는 다 이유가 있어요.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서나 어떤 태도를 갖기 위해 또는 실용성을 위해 등등. 옷 입는 방식의 근본적 이유는 작업에 많은 도움이 돼요. 우리는 옷을 만들 때 늘 스스로 질문을 하거든요. 이건 여기에 있어야 할까, 저기에 있어야 할까. 길어야 할까, 짧아야 할까. 왜 사람들이 옷을 입는지에 대해 이해하면 어떻게 옷을 만들어야 할지가 보이죠.

VK 어떤 사람들은 베트멍에서 꿈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DG 글쎄요,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 옷에서 꿈을 꿀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사실 꿈꿀 만한 옷은 아니잖아요? 아마 우리 옷을 입고 어딜 가거나 다른 누군가가 되는 상상은 할 수 있겠죠. 우리가 만드는 옷은 분명하게 제품으로서 타당한 이유를 갖고 제작됩니다. 우리의 상상 속 인물은 왜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을 입고 싶어 하는가. 예를 들어 빈티지 리바이스 진 두 벌을 재단해 만든 딱 맞는 베트멍 데님은 집에서 입기 위한 거죠.

VK 이제 베트멍 팀에 대해 얘기해보죠. 대부분의 독립 디자이너들도 사실상 팀으로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지만 베트멍처럼 굳이 팀이라는 걸 강조하지 않아요. 그들과 베트멍의 차이는 뭔가요?
DG 베트멍은 나 그리고 두 명의 여자 디자이너 이렇게 세 명으로 시작했어요. 우리는 취향, 흥미, 옷에 대해 좋아하는 점이 모두 일치했기에 그것을 서로 공유하며 함께 작업할 수 있었죠. 우리 팀은 인턴도 브레인스토밍과 디자인 과정에 똑같이 참여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합니다. 각자 자신의 것을 전부 모아놓고 다 함께 토론하죠. 그 결과물을 재배치하고 다시 토론해요. 각자 의견을 낸 다음 누구의 아이디어가 더 나은가를 민주적으로 결정합니다. 아마 다른 독립 디자이너 레이블에서는 이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하나의 방향이 제시되고 모두가 거기에 따르죠.

VK 사람들은 베트멍을 아웃사이더라고 여겨요.
DG 베트멍을 아웃사이더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특정 요소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게이 클럽이나 중국 레스토랑에서 쇼를 했다고 아웃사이더라니. 우리가 그곳에서 쇼를 한 건 장소 대여 비용이 저렴하고 쇼를 하기 쉬웠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어떤 종류의 ‘안티’도 되려고 한 적 없어요.

VK 그럼 마지막으로 다음 베트멍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DG 팀원들 모두에게 가장 개인적인 컬렉션이 될 거예요. 컬렉션에 참여한 모두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탓에 기운과 에너지가 다소 어두워요. 지난 시즌이 재미있는 요소를 사용한 꽤 역설적 컬렉션이었던 데 반해, 더 어둡고 더 깊게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