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패션의 완성, 신상 액세서리
새로운 가방과 구두에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 그러나 신상 가방과 구두가 전부는 아니다. 좀더 다채롭고 기발한 패션 액세서리가 여러분을 유혹한다.
잇 백이 대세이던 시절을 기억하시나? 1997년 펜디에서 출시한 ‘바게트’라는 이름의 가방이 시작이었다. FF 로고 잠금쇠가 연출된 직사각형의 조그만 가죽 핸드백에서 비롯된 하나의 패션 현상 말이다. 뒤이어 재빨리 다른 럭셔리 하우스에서도 비슷한 것을 선보이며, 마찬가지로 길고 긴 대기 목록을(그리고 그 대기 목록에 오르기 위한 또 다른 대기 목록을) 양산해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 백이 바로 그 것, ‘It’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힘입어 슈즈도 추격을 시작했다. 슈즈는 꼭 아름다워야 한다거나(때론 못생긴 게 더 나을 때도 있었다) 딱히 실용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만 있다면 이것들 중 어떤 것도 썩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놈코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후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고, 소박한 옷을 선호했으며, 액세서리는 갑자기 지나친 과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이번 봄 컬렉션은 눈부실 정도로 멋진 백, 슈즈, 보석의 향연이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심장을 뛰게 만들었으니까. 액세서리가 스타일의 최종 길잡이라는 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당신이 뭘 입든 이슈는 바로 ‘그’ 브로그, ‘그’ 귀고리, ‘그’ 토트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낙관적으로 만들었고, 심지어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키가 커 보이고 싶을 때 말이다. 당장 마크 제이콥스와 미우미우만 봐도 그렇다. 메탈릭 뱀가죽을 패치워크로 연출한 디스코 플랫폼이 당신을 족히 15cm는 더 높이 띄워줄 것이다.
그러나 액세서리가 주인공으로 빛을 발한 곳은 다름 아닌 구찌였다. 모델들은 뱀 모양 잠금쇠와 초록, 빨강의 띠를 더한 하우스의 시그니처 GG 캔버스 백을 들고 나왔다. 아니면 어깨까지 내려오는 귀고리, 금박을 입힌 손가락 없는 장갑, 복고풍의 독서 안경, 베레모, 또는 각각의 손가락에 구찌의 수장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연상시키는 반지를 연출했다.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에서는 무심한 표정의 모델들이 이 하우스에 엄청난 돈을 안겨주는 대히트작(가방)에서 도피한 반면, 코트니 러브 스타일의 머리 장식(반짝거리는 티아라 모양의 쾌활한 장식)의 매력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티아라가 흰 티셔츠와 청바지, 가죽 재킷과 같은 기본 룩을 장식했을 때, 그 찬란한 표현 방식은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티아라 외에도 당신이 결코 당신에게 필요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새로운 부속물도 많이 존재했다.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우리 자리를 넘보지 마”라고 말하는 듯 주먹을 휘감은 밴드 장식 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공사장에서나 찾아볼 법한 플라스틱 그물망으로 제작한 듯 보이는 프라다의 초커는 어떤가? 베르사체는 셔츠 칼라에 보안관을 연상시키는 별모양 배지를 더해 우리를 서부로 데리고 갔다.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카우보이 부츠는 최근 루이 비통과 셀린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재탄생했다. 그것도 흰색으로. 제발 이 신발을 신고 먼지 자욱한 싸구려 술집은 가지 말기를. 당신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매력을 발산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부츠에 흠집이라도 난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이것들은 정결한 상태로 보관해야만 한다. 하지만 테일러링 의상부터 데님, 발랄한 봄 드레스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옷에 완벽히 어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들을 두고 지켜만 보는 건 당신에게 어려운 도전일 것이다.
발랄한 봄 드레스 얘기가 나온 김에, 바이어스컷 슬립부터 가운까지 모든 드레스에 알렉산더 맥퀸과 캘빈 클라인에서 선보인 보디 체인을 연출해보는 건 어떨까? 말로 듣는 것보다 실제로 시도했을 때 훨씬 더 멋지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이 다음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이 아이디어를 무시해도 좋다. a) 멋진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b) A컵 이상의 축복을 받았다.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발찌를 다시 가져왔다. 인정해야 한다. 당신도 그것을 그리워하지 않았나? 당신은 발레 펌프스도 분명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것들은 미우치아 프라다의 친절한 안내로 우리 품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심지어 복수심에 불타는 것처럼 등장했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음에도 최근 패션 지형도에서 사라진 점에 분노를 느끼는 듯 보였다. 2003년 이후 그것들은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패션에서는 무한한 시간과 같다. 해진 듯한 느낌으로 연출한 검정 십자 리본과 펑키한 느낌의 버클과 함께 발레리나 핑크 새틴으로 새로 탄생한 그것들은 하드코어 그 자체였다.
새 시즌에서 선보인 액세서리에는 실용성도 돋보였다. 버버리와 발렌시아가의 나일론 백팩은 모험 정신을 발동시켰고, 셀린의 새 필로우 백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 가방과 함께라면 당장 짐을 꾸려서 여행을 떠나며 기차나 비행기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는 쿠션에 머리를 받치고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축복 같은 일이다. 당신이라면 어디로 떠나겠나? 선택은 자유지만,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리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발렌티노의 백은 마사이 비즈 장식으로 활기를 더했고, 미니어처 부족민 가면은 초커로 탄생했으며, 도자기 목걸이는 조개껍데기, 상아, 그리고 선사시대 이빨을 닮은 단괴로 엮어놓은 듯 보였다. 지나치게 인류학적인가? 그렇다면 건축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려보시라. 현대 도시인들이라면 샤넬의 크롬 커프와 J.W. 앤더슨의 구불구불한 실버 손잡이가 연출된 색(Sack)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16 봄/여름의 액세서리는? 잇 백 그 이상이다.
- 글
- 사라 해리스(Sarah Harris)
- 포토그래퍼
- JENNY VAN SOM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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