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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티스트들의 레이디 디올

2016.04.15

한국 아티스트들의 레이디 디올

누군가 ‘디올 정신’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디올 서울 부티크에서 열리는 〈Lady Dior As Seen By Seoul〉전에 가보라 추천하겠다. 특히 네 명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부활시킨 레이디 디올은 우아한 여성성에만 머물지 않았던 디올의 예술적 유전자를 서울에 각인시킨다.

누군가 ‘디올 정신’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디올 서울 부티크에서 열리는 〈Lady Dior As Seen By Seoul〉전에 가보라 추천하겠다. 특히 네 명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부활시킨 레이디 디올은 우아한 여성성에만 머물지 않았던 디올의 예술적 유전자를 서울에 각인시킨다.

美不美不二CHOI JEONG HWA 가방 은 현대 여성에게 종교가 되었다. 최정화는 디 올의 존재감을 종교 혹은 영혼으로서의 가방 으로 풀어냈다. 그의 레이디 디올은 시간과 공간, 세속과 종교, 외피와 내면 그리고 미추 를 넘나드는 영적인 대상이다.

美不美不二 CHOI JEONG HWA
가방은 현대 여성에게 종교가 되었다. 최정화는 디올의 존재감을 종교 혹은 영혼으로서의 가방으로 풀어냈다. 그의 레이디 디올은 시간과 공간, 세속과 종교, 외피와 내면 그리고 미추를 넘나드는 영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이 가방 에 ‘As it was in the beginning is now and ever shall be world without end(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리니: 끝없는 세상)’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도와 일을 마칠 때 바치는 영광송의 한 구절은 이 정제된 멸균의 공간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들’이 만드는 침묵과 장엄의 세계에 의미를 부 여한다.

그리고 이 가방에 ‘As it was in the beginning is now and ever shall be world without end(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리니: 끝없는 세상)’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도와 일을 마칠 때 바치는 영광송의 한 구절은 이 정제된 멸균의 공간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들’이 만드는 침묵과 장엄의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다.

 “제 다른 작품도 종교적으로 많이들 해석하곤 해요. 사실 모든 종교의 핵심은 내 가 평소 말하려는 것과 만납니다. 사소한 것 의 거룩함 혹은 눈이 부시게 하찮은. 나를 낮 추어 당신을 높이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평소 플라스틱 소쿠리, 고무호스, 비닐 같 은 하찮은(것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여온 최정 화는 이번에도 녹슨 못을 사용했다(그는 때밀이 타월로 가방을 만든 적 도 있다).

“제 다른 작품도 종교적으로 많이들 해석하곤 해요. 사실 모든 종교의 핵심은 내가 평소 말하려는 것과 만납니다. 사소한 것의 거룩함 혹은 눈이 부시게 하찮은. 나를 낮추어 당신을 높이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평소 플라스틱 소쿠리, 고무호스, 비닐 같은 하찮은(것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여온 최정화는 이번에도 녹슨 못을 사용했다(그는 때밀이 타월로 가방을 만든 적도 있다).

상상력은 활짝 열렸다.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겉도 명품, 속도 명품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원한 건 겉껍 질이 아니라 속살, 뼈, 핏줄, 상처 같은 속껍질이었죠.” 속껍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최정화의 레이디 디올 은 그럼에도 매우 단단하고 풍성하다. “이런 못이나 플 라스틱도 풍화, 수화를 겪으며 꽃도 피우고 그늘도 만 듭니다. 인공도 자연이고, 자연도 인공입니다. 마찬가 지로 흑과 백, 옳고 그름, 새것과 헌것, 대립되는 것이 모두 하나예요.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겉도 명품, 속도 명품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원한 건 겉껍질이 아니라 속살, 뼈, 핏줄, 상처 같은 속껍질이었죠.” 속껍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최정화의 레이디 디올은 그럼에도 매우 단단하고 풍성하다. “이런 못이나 플라스틱도 풍화, 수화를 겪으며 꽃도 피우고 그늘도 만듭니다. 인공도 자연이고, 자연도 인공입니다. 마찬가지로 흑과 백, 옳고 그름, 새것과 헌것, 대립되는 것이 모두 하나예요.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HWANG RAN 매화 는 1997년 뉴욕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황란 작품의 감성을 대표하 는 모티브다. “벚꽃은 화려하기만 하지만 매화는 담백해요. 가지가 탁탁 꺾이고 꽃도 벚꽃만큼 많이 피지 않지요. 그 고요하고 은은한 정취가 한 국인의 정서, 정신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사군자 중 하나로 꼽혔을 거예요.” 황란이 꽃 피운 현대판 매화는 투명한 형태의 레이디 디올에 내 려앉아 고아한 자태를 뽐낸다.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HWANG RAN
매화는 1997년 뉴욕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황란 작품의 감성을 대표하는 모티브다. “벚꽃은 화려하기만 하지만 매화는 담백해요. 가지가 탁탁꺾이고 꽃도 벚꽃만큼 많이 피지 않지요. 그 고요하고 은은한 정취가 한국인의 정서, 정신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사군자 중 하나로 꼽혔을 거예요.” 황란이 꽃 피운 현대판 매화는 투명한 형태의 레이디 디올에 내려앉아 고아한 자태를 뽐낸다.

“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을 표현해왔어요. 세상만사 에는 보이는 것 이면이 있어요. 관람객들은 작품의 아름다움에만 주목하 지만, 작품 이면에 아티스트의 삶을 건 고통, 슬픔, 외로움이 있다는 건 모르죠. 저는 30대 초반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후 삶이 아름답다는 걸 알았고, 존재의 가치를 작품으로 연구해왔어요. 매화가 더욱 아름다 운 이유도 꽃이 절정의 시기에 떨어져 덧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에요.”

“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을 표현해왔어요. 세상만사에는 보이는 것 이면이 있어요. 관람객들은 작품의 아름다움에만 주목하지만, 작품 이면에 아티스트의 삶을 건 고통, 슬픔, 외로움이 있다는 건 모르죠. 저는 30대 초반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후 삶이 아름답다는 걸 알았고, 존재의 가치를 작품으로 연구해왔어요. 매화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도 꽃이 절정의 시기에 떨어져 덧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에요.”

황란의 매화는 그 자체로 여성의 역사가 되고자 한 디올의 브랜드 철학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디올이 시대를 초월해 여성의 가장 큰 아름다움을 여성성에 둔 점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디올은 5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일, 가령 뉴룩 같은 스타일로 패션 혁명을 일으켰지요. 이번 작업을 통해 아티스트로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 어요.” 제목 ‘Eternal Muse’에는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레이디 디올뿐만 아니라 관람객들과 본인에 대한 바람까지 모두 담겨 있다.

황란의 매화는 그 자체로 여성의 역사가 되고자한 디올의 브랜드 철학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디올이 시대를 초월해 여성의 가장 큰 아름다움을 여성성에 둔 점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디올은 5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일, 가령 뉴룩 같은 스타일로 패션 혁명을 일으켰지요. 이번 작업을 통해 아티스트로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제목 ‘Eternal Muse’에는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레이디 디올뿐만아니라 관람객들과 본인에 대한 바람까지 모두 담겨 있다.

여성성의 투영과 굴절 SOO SUNNY PARK다. “구성주의 컨셉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접목 시켰어요. 레이디 디올은 초기 구성주의 작품의 장점이 담긴 형태입니다. 예술과 디자인의 접합점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실용적이고 밋밋한 여성의 옷에 라인을 부여한 것이 바 로 디올의 업적이라면, 자율적 예술 개념을 거부하는 구성주의는 그 반 대편에 있다. 수 써니 박은 의 질문에 바로 그것을 의도했다고 말 했다.

여성성의 투영과 굴절 SOO SUNNY PARK
“구성주의 컨셉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접목시켰어요. 레이디 디올은 초기 구성주의 작품의 장점이 담긴 형태입니다. 예술과 디자인의 접합점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실용적이고 밋밋한 여성의 옷에 라인을 부여한 것이 바로 디올의 업적이라면, 자율적 예술 개념을 거부하는 구성주의는 그 반대편에 있다. 수 써니 박은 <보그>의 질문에 바로 그것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전 서울에 있는 디올 빌딩을 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이 런 관점으로 레이디 디올 백의 형태를 바라봐요. 전후 시대 이후 인류는 여성성과 어떻게 그것이 표현될 수 있는지의 개념을 확장해왔으니까요.” 비단뱀에서 따온 제목 ‘Reticulated Lady’는 강력해진다는 것이 여성스럽 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 서울에 있는 디올 빌딩을 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이런 관점으로 레이디 디올 백의 형태를 바라봐요. 전후 시대 이후 인류는 여성성과 어떻게 그것이 표현될 수 있는지의 개념을 확장해왔으니까요.” 비단뱀에서 따온 제목 ‘Reticulated Lady’는 강력해진다는 것이 여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비춰주고, 동시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투영과 변화의 끊임없는 순환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사람 들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물질로서 유리를 사용하고, 우리가 보고 있 는 것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 빛을 만든다. 이는 세상의 안팎을 바꾸어 이 해하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비춰주고, 동시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투영과 변화의 끊임없는 순환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물질로서 유리를 사용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 빛을 만든다. 이는 세상의 안팎을 바꾸어 이해하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COURTESY OF DIOR, SOO SUNY PARK, CHOI JEONG HWA, HWANG RAN(photo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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