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로날트 판 데르 켐프의 자유로운 영혼은 지금 패션계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이다. 네덜란드에 은신처를 마련한 그가 〈보그〉를 초대했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Ronald van der Kemp)는 패션 시스템에 맞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이 디자이너는 런웨이 쇼를 하지 않는다. 그는 시즌 개념을 부인하는 대신 그 모든 암시를 담아 자신이 만드는 것을 ‘옷장’이라 부른다. 개인의 선택에 부응하는 아이템, 모두 모일 때 의미가 통하는 서로 모순된 충동. 그는 패브릭을 거의 사지 않는다. 대신 습득한 것, 얻은 것, 발견한 것을 사용한다. (사진) 로날트 판 데르 켐프는 미국 성조기를 쿨한 패션으로 바꿔놓았다. 모델이 로날트 판 데르 켐프의 가죽 트리밍 톱, 트윌 면 팬츠를 입고 있다.
판 데르 켐프는 아름다움, 기발함, 아이러니, 글래머, 장난스러움 그리고 색다름이 가득한 옷을 만들기 위해 지역 장인들(테일러, 무대의상 디자이너, 심지어 가구 제작자)과 협업한다. “저는 여러분이 누군가가 진짜 만져봤다는 걸 알 수 있는 그런 옷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옷이 사랑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로날트의 집에는 친구들이 디자인한 물건이 많다. 벽에 걸린 사진은 독일 포토그래퍼 라인하르트 괴르너(Reinhard Görner)의 작품.
판 데르 켐프는 뉴욕에서 9년을 보낸 후 상대적으로 느린 고국의 속도가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다는 걸 깨닫고 2014년 영원히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역사적인 15세기 싱얼 운하 옆에 자리한 그의 아파트(300년이 넘는 건물 외관은 지극히 21세기적 주거 공간과 대비를 이룬다)는 현재와 과거가 어떻게 행복하게 공존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한다. 갤러리스트인 야스퍼르 보더(Jasper Bode)가 디자인한 반짝이는 금장식 계단과 친구 바르트 호르터르(Bart Gorter, 판 데르 켐프를 위해 엄청난 나무 식탁과 책장뿐 아니라 패브릭 직조를 책임진)가 만든 가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