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발렌티노와 소피아 코폴라
과연 대단한 이탈리아!
발렌티노 디자인 듀오 마리아와 피에파올로(Maria Grazia Chiuri & Pierpaolo Piccioli)가 디자인한 무대 위의 코스튬 의상들은 드라마틱하며 굉장히 섬세했다.
관람객 중에 자리한 그리스의 태자비, 마리 샹탈(Marie-Chantal)이 입은 발렌티노 아프리칸 컬렉션 드레스는 단연 돋보였다. 바닥에 끌리는 가운과 비즈로 장식된 우아한 드레스는 마치 한 편의 점묘화를 보는 것 같았다. 또한 모니카 벨루치가 착용한 목걸이는 그녀의 클레비지에서 눈이 부시도록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페라 연출을 처음으로 맡은 딸, 소피아를 응원하기위해, 유럽에서 날아온 긴장한 모습의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도 보였다.
로마 오페라 하우스에서 무대를 재구성 중이던 지안카를로 지아메티(Giancarlo Giammetti)와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를 만날 수 있었다. 1853년 베니스에서 초연을 가진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는 발렌티노 스튜디오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응용되었다.
“제 아이디어였죠.” 소피아 코폴라를 감독 자리로 설득한 지안카를로가 설명했다.
여기까지 오기에 그동안 몇 가지의 장애물이 있긴 했다. 예를 들면 27세의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두토(Francesca Dotto)가 발렌티노 코스튬을 입었을 때 과연 그녀의 파워풀한 목소리 만큼이나 패션이 돋보일 수 있을까? 패션의 힘이 오페라의 장엄함과 비애의 감정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비록 그 대상이 로마의 자랑인 발렌티노 꾸뛰르 하우스라 해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피아 코폴라가 현대적인 여성(2006년 작 영화 <마리 앙뚜와네트>처럼)과 고전미의 우아함 속에서 조화로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젊은 이들은 오페라에 빠져있지 않죠. 그들은 오페라가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열쇠’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무대 위 벨벳 천으로 감싸져 있는 세트에서 발렌티노가 말했다.
발렌티노는 소피아가 이끌어낼 수 있는 신선함과 흥미로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런던에서 플라시도 모밍고의 오페라 <세비아의 이발사>를 관람하며, 다이애나 공주와 찰스 왕자를 만났던 그 옛날 밤에 대해 추억에 잠기곤 했다. 이번 프로젝트 <라 트라비아타>는 그가 샤워하며 흥얼거릴 수 있는 아리아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마리아 그라지아와 피에르 파올로는 그 어떤 이탈리아 식 오페라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2년 전에 시작했어요. 어떠한 전문 지식도 없이요. 그러나 항상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에 관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넘쳐났었답니다.” 마리아 그라지아가 말했다. 그러자 피에파올로가 이어 말했다. “이탈리아인으로서 저는 그 모든 아리아를 기억한답니다.”
“우리는 소피아와 함께 이 오페라는 반드시 현대적으로 접근하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리고 <라 트라비아타>가 젊은 세대와 연결될 수 있는 특별함에 대해서도 나누었어요.” 피에르 파올로가 말을 이었다.
이 프로덕션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건 소피아가 과연 ’19세기 파리의 모습이 이어진 21세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냐는 것이었다.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딸이 목표했던 성취에 대해 감동한 아버지 프란시스가 말했다.
패션 에디터인 내가 만약 퍼포먼스를 평가한다면?
소피아 코폴라의 아이디어는 무대를 좀더 터놓아 시각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돋보이고자 한 것 같았다. 거대한 계단 장치는 비올레타가 근엄한 아버지, 그녀가 사랑하는 알프레도 그리고 그녀의 보호자 남작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을 추상적으로 담아낸 듯 보였다.
비올레타의 속마음을 반영하듯 등장한 크 나이트 가운은 발렌티노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것이라 이야기 해주었다. 그 고운 페브릭은 그녀 인생의 최고의 사랑과 죽음의 깨달음을 포용하는 것이었으리라.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늘 검은색의 차림이던 비올레타가 드레이핑된 빨간 카르멘 풍 드레스를 입었을 때 였다.소피아가 불행하지만 열정적인 불륜사이를 받아들이고 진실된 약혼식을 가질 때 등장했던 영화적인 요소에서 그녀의 조연들은 청중들의 감정을 대변하듯 그녀를 지지했다.
“빨간 드레스를 만드는 것은 참 쉬웠어요. 왜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만들었죠.” 발렌티노가 말했다. 그 옆으론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드레스를 입은 킴 카다시안과 칸예 웨스트가 보였다.
라 트라비아타는 5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15번의 공연을 진행한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VALENTINO, THE TEATRO DELL'OPERA, YASUKO KAGEY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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