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모호한 욕망의 대상: 베트멍의 오뜨 꾸뛰르

2023.02.20

by VOGUE

    모호한 욕망의 대상: 베트멍의 오뜨 꾸뛰르

    베트멍의 비즈니스 파트를 담당하는 구암 바잘리아.

    베트멍의 비즈니스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후람 바잘리아.

    올해로 데뷔 2년을 맞은 베트멍, 단순히 “브랜드”로 치부하기에는 조금은 아리송한 단계에 머물러있다. 오는 7월에 파리에서 오뜨 꾸뛰르 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바잘리아 형제, 34살의 뎀나와 30세의 후람은 구 소련연방의 조지아 주에서 자랐다. 파리 의상 조합 오뜨 꾸뛰르에서 공부한 후, 같은 도시 파리에서 오뜨 꾸뛰르 쇼를 시작하게되는 것.

    구암 바잘리아의 형제, 뎀나 바잘리아.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후람 바잘리아의 형제, 뎀나 바잘리아.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게스트가 될 거에요. 시즌 전체 구조를 바꾸는 데 많은 협상이 필요했던 건 아닙니다” 후람이 설명했다. 비즈니스 파트를 조율하는 그와 디자인 파트를 담당하는 뎀나. “저는 항상 존경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곤 한답니다. ” 몇 가지의 새로운 전략적 비밀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컬렉션은 매우 특별할 거에요. 몇 아이템은 곧 구매가 가능할 것이에요. 적어도 확실히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는요. 크리스마스는 판매에 있어서 정말 좋은 시기랍니다.” 그가 말했다. “모두들 조부모님에게 용돈을 받거나, 선물을 주고 받는 시즌이기 때문이죠.”

    베트멍 2016 S/S 컬렉션.

    베트멍 2016 S/S 컬렉션.

    기본적인 디자인 베이스에 스포티하면서도 오버 사이즈로 유명한 그 ‘후디’는 칸예 웨스트가 착용한 후, 전 세계적으로 욕망의 대상품이 되었다.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강타한 아이템이 된 것이다.

    ‘DHL’이라 적혀있는 노랗고 빨간 컬트 풍 티셔츠는 어떤가. “DHL 로고 사용에 대해서는 라이센스를 받은 것이에요.” 구암이 설명했다. “DHL의 CEO가 그 티셔츠를 입고있더군요! 셀카 사진도 찍었죠. 그 티셔츠는 특별한 패브릭으로 만들어졌어요. 총 250피스 밖에 제작되지 않았었죠. 사람들이 가격에 대해(약 330불) 불평하긴 하지만, 250피스의 티셔츠를 제작하려면 그 가격이 될 수 밖에 없는 걸요.”

    베트멍 2016 S/S  쇼에서 선보인  DHL 컬트 티셔츠.

    베트멍 2016 S/S 쇼에서 선보인 DHL 컬트 티셔츠.

    그리고 이제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인 디렉션을 맡게 되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균형에 가까워져라’에요.” 후람이 말했다. “보통 시즌 마무리 즈음에는 세일 기간으로 재고판매를 촉진하기 마련이지만, 저는 이를 과대생산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하죠. 만약 마켓에서 원하는 양보다 적게 팔았다면? 이는 즉, 전량 품절이 되는 것이고요. 만약 한 피스를 더 판매했다면? 이는 브랜드 비즈니스에 있어서 완벽을 이루는 것이죠. 단순히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 아, 물론 배송 시스템에 있어서도 해당됩니다. 우리는 제 시간에 배송하며 재입고나 재생산이라는 건 없어요.”

    베트멍의 플로럴 드레스.

    베트멍의 플로럴 드레스.

    “모든 사람들이 원하던 메탈릭 프린트로 된 후디가 있었죠” 그가 말을 이어갔다.

    “많은 셀렙들이 그 후디를 착용한 후 저는 5~7천개에 달하는 재입고 요청 이메일을 받았어요. 심지어 지금 이베이에선 3,500유로로 거래된다더군요.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재생산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이는 이미 구매한 고객들을 존중하기 위함이죠. 이제 사람들은 곧 매시즌마다 자신이 구매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에 걱정할 거에요.”

    베트멍 2016 F/W 컬렉션.

    베트멍 2016 F/W 컬렉션.

    “이건 마치 애플이 그들의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했느냐와 같아요. 그들은 스토어를 마치 교회같이 꾸며놓고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게 창조해냈어요.” 지난 베트멍 컬렉션이 교회 내부에서 열렸던 것 또한 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런던에 위치한 소더비의 카페에서 턱수염을 가진 구암 바잘리아를 보자마자 나는 2주 전 뎀나와 파리에서 가졌던 미팅이 스치듯 기억이 났다. 과연 이 두 형제들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의 과거 이야기들은 어떨까?

    베트멍의 뮤즈인 로타 볼코바 아담(Lotta Volkova Adam)이 2016 F/W 쇼의 오프닝을 맡았다.

    베트멍의 뮤즈인 로타 볼코바 아담(Lotta Volkova Adam)이 2016 F/W 쇼의 오프닝을 맡았다.

    그들은 조지아(소련 연합 간의 전쟁이 일어난) 이전 아브하즈 공화국 출신이다. 뎀나가 12살 때 그의 가족들은 그곳을 떠났고, 우크라이나에서 2년을 보냈다. 이후 형제들은 구 소련연방의 여러 도시에서 그들의 10대 시절을 보냈다.

    뎀나는 1993년 보그 매거진을 처음으로 마주하였고, 곧 패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후 패션에 대한 열정이 앤트워프 왕립 디자인 학교 진학에 큰 원동력이 되었고, 린다 로파(Linda Loppa)에게서 강의를 받게되었다.

    당시 긴 헤어 스타일의 후람은 독일에서 경영학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랄프 로렌을 입으며 행복하게 살고있었어요.” 그는 4개의 학위(법학, 2개의 경영학, 그리고 LCF 석사과정)를 받았다.

    스타일리스트 페르닐 테이스백(Pernille Teisbaek)이 베트멍의 코트를 입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페르닐 테이스백(Pernille Teisbaek)이 베트멍의 코트를 입고 있다.

    두 형제 모두 6개 국어를 구사한다: 러시아어, 조지아어, 영어, 불어, 이탈리어 그리고 독일어까지. 추가로 뎀나는 약간의 플라망어까지.

    전쟁에 시달린 다른 많은 유대인들처럼, 두 형제는 그들이 그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후람은 그의 끊이지 않는 세계 여행에 항상 따라나서는 프랑스계 유대인 할머니와 매일 대화를 나눈다.

    베트멍의 뮤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로토 볼코바 아담(Lotto Volkova Adam)이 베트멍의 플로럴 드레스를 착용했다.

    베트멍의 뮤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로타볼코바 아담(Lotta Volkova Adam)이 베트멍의 플로럴 드레스를 착용했다.

    “나와 뎀나는 같이 자라왔지만, 동시에 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그가 말했다.

    후람은 마법과 같은 능력으로 온라인 시대의 패션을 분석하며, 경영 쪽을 담당한다. 4년 전 그는 “제로 사이즈”라는 이름의 자아에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캠퍼스 룩처럼 연출된 베트멍의 맨투맨 셔츠.

    캠퍼스 룩처럼 연출된 베트멍의 맨투맨 셔츠.

    “저는 공급과 수요 곡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깁니다.” 그가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개가 넘는 숍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그는 미국을 투어하는 일정으로 8월 한 달을 보낼 예정이다. “파트너들과 돌아다니며 어느 장소가 좋을 지 구상할 예정이에요.”

    동시에 그는 지드래곤 같은 K-pop 스타가 착용한 뒤로, 성공적인 마켓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기도 했다.

    뎀나가 크리티에이브 디렉터로 처음으로 선보인 발렌시아가 2016 F/W 컬렉션.

    뎀나가 크리티에이브 디렉터로 처음으로 선보인 발렌시아가 2016 F/W 컬렉션.

    베트멍이 꾸뛰르 룩으로 무엇을 보여줄까?

    후람은 슬림하고 클래식한 검정 테일러드 코트를 입은 채 소더비에 도착했다. 나는 그제서야 베트멍 리사이클진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고, 빈티지로 부터 해체, 재구성하는 모든 작업이 1,000유로에 도달하는 가격 산정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피스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6시간.

    핸드 워크 과정으로 제작된 베트멍의 진.

    핸드 워크 과정으로 제작된 베트멍의 진.

    아, 베트멍이 만드는 꾸뛰르 식 청바지라니. 어쩐지 어감이 좋다.
      포토그래퍼
      Narya Abhimata
      수지 멘키스
      포토그래퍼
      Narya Abhimata, Indigital, GettyImages/Imazins, Courtesy of 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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