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의 꾸뛰르 리포트: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이 마르지엘라의 스타일을 뒤덮다
마르지엘라의 파괴적인 영향력은 요즘 패션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메종 마르지엘라 레이블만 제외하고.
존 갈리아노가 이끄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티서날 쇼 장 밖을 바라보며 나는 이 쇼에서 과연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 생각했다.
마르지엘라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베트멍 팀이 오버사이즈 코트, 대담한 어깨 라인을 갖춘 재킷과 도전적인 패션 정신을 되살리자 마틴 마르지엘라는 다시 한번 관심의 대상이 됐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는 한 페이지 전체를 의문에 둘러 싸인, 벨기에 출신의 ‘전직’ 디자이너에게 할애했을 정도.
오프닝 모델이 등장하며 하얀색 무대 배경에 실루엣을 드러내자 나는 숨을 참았다.
어깨 디테일이 없었다! 대신 슬림한 랩 코트와 허벅지 길이 부츠, 그 근처까지 길게 내려오는 소매. 그 다음 모델은 크리스털 장식 브라톱을 입고 갈리아노의 상징힌 번진 립스틱 메이크업을 한 채 등장했다.
미디어에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금 프런트 로에 앉아있는 렌조 로소가 브랜드를 사들인 이후 이 쇼에서 창립자 마틴 마르지엘라의 색깔은 아주 희미하게만 느껴진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덮인 스포티한 레드 재킷이 마틴의 1990 S/S컬렉션을 떠오르게 하긴 했지만. 1980년대 패션계에 큰 영향을 끼쳤던 그 컬렉션 말이다.
갈리아노의 컨셉은 흥미로웠지만 아주 달랐다. 다른 시대와 시대 정신에 맞서 싸우는 패션. 현재의 스타일이 과거의 패션과 싸우는 아이디어였다. 나폴레옹 시대의 조세핀이 입었을듯한 엠파이어 드레스와 실크 의상들이 등장했고,
이런 고전적인 옷들은 접히고 꼬인 파카들과 대조적으로 믹스됐다. 길고 색조가 다양한 줄무늬 니트웨어들은 쓰레기 봉투같은 비닐 소재로 장식돼있었다.
갈리아노의 디올 시절 홈리스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 있었는데 그 때의 페이스 페인팅이 다시 등장했다.
패션계를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준 장인 정신으로 가득한 콘셉트를 나는 항상 좋아했다. 물론 마틴은 이런 아이디어를 따르지 않았지만.
또, 나는 왜 갈리아노가 자신의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싶었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마틴의 영향으로 현재 유행하는 오버사이즈드 코트나 단순한 옷들을 하나도 선보이지 않은 행동은 그를 매우 반항적이거나 브랜드의 대한 이해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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