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5 in SEOUL – ③ Stuart Vevers (스튜어트 베버스)
패션계는 패션의 미래를 이끌 마켓으로 상하이와 도쿄가 아닌 서울을 지목했다. 그리고 2016년 상반기만 해도 많은 패션 전문가들이 서울을 방문했다. 서울에 들른 유명 디자이너 중 제일 영향력 있는 5인을 〈보그 코리아〉가 인터뷰했다. ▷ ③ Stuart Vevers
그는 최근 2016년 가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다섯 번째 컬렉션을 발표했다. 베버스와 함께 촬영하기 위해 뉴욕에서 서울로 온 모델 최소라는 오늘 가을 컬렉션 의상을 입고 있다. 그녀는 렉시 볼링, 리앤 반 롬페이, 클로이 모레츠와 함께 코치의 봄 시즌 광고 모델이었다. “스티븐 마이젤이 소라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죠.” 수많은 동양 모델 중에서 왜 소라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내느라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이유는 설명하기 힘들어요. 그 사람의 외모와 태도에 대한 거니까요. 본능적으로 끌리는 거예요. 그냥 그게 맞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소라를 가을 시즌 광고에서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스터드 장식의 스웨이드 웨스턴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꽤 잘 어울렸다. 코치 런웨이에서 짧은 스커트 위에 벙벙한 봄버 재킷(‘과잠바’를 연상케 하는)이나 바이커 재킷을 걸친 채 큼지막한 부츠로 터덜터덜 걷던 아메리카나 걸이 떠올랐다. 거기엔 젊은이 특유의 무심한 태도와 의도치 않은 매력적인 무례함이 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하죠. 프랑스인들이 시크함을 보여줬다면, 미국인들은 쿨함을 정의했다고요.”
최근 패션계에서 미국식 쿨한 태도는 가장 널리 애용돼온 레퍼런스다. 나른한 캘리포니아 해변, 공격적인 뉴욕의 뒷골목, 뻐기는 듯한 웨스턴 등등. 베버스는 보다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미국의 쿨함을 정의한다. “일종의 ‘풀어짐’이랄까요. 지나치게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반항적이죠. 그래서 눈에 띄고 남들과 구별됩니다. 코치 작업 대부분은 뉴욕 도시 특유의 다양성을 조명하는 거예요. 그 도시가 가진 ‘스웨거’요.” 그는 스웨거라는 단어에 꽂혀 있다. 코치에 와서 디자인한 첫 가방에도 ‘스웨거’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실 이 단어는 정황적 표현이라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 자체가 ‘스웨거’하지 않은 일이다. 형식이 없고 불분명하지만 그저 느낌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베버스는 스케이트보더들이 스웨거라는 표현을 쓰는 데서 착안했다고 장난스레 털어놨다. “사실 제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소셜 미디어에서 얻은 것들이죠! 오늘날 패션 속도는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전 패션이 빨라지고, 그 속에서 제 자신을 재발견하는 게 마음에 들어요. 전 늘 유스 컬처(청년 문화)와 서브 컬처(하위 문화), 카운터 컬처(반문화)에 매력을 느껴왔죠. 제가 새로운 변화에 열려있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예요.”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청년의 영혼을 간직한 듯하다. “소셜 미디어가 젊은이들에게만 유효하다는 건 선입견입니다. 40대인 저뿐 아니라 50대, 60대도 소셜 미디어를 즐기죠. 물론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빠르게 반응하긴 하지만, ‘젊다’는 건 실제 나이가 아닌 태도에 대한 거라고 생각해요. 패션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래야 하고요.”
베버스에게 소셜 미디어는 즉각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컬렉션과 브랜드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거리의 사람들이 패션의 최종 방향을 결정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그들이 인식을 바꾸고 제어하게 될겁니다. 지배권이 브랜드와 미디어에서 대중으로 이동하는 거죠.” 그의 ‘열린’ 혹은 ‘긍정적’ 관점은 그동안 당연시해온 것들조차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다. 베버스는 신제품을 정식으로 론칭하기 전에 디자인팀에게 직접 써보도록 권장한다고 알려져있다. “컬렉션 의상이 아니라 가방이에요. 거리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게 아니라 실제 사용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서죠. 훌륭한 가방 디자이너가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로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먼저 사용해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디자인 유출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저는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죠. 때로 우리가 지나치게 과잉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물건을 가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서로를 살핀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베버스가 실제 판매율에 특히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이 평균보다 좀더 신경을 쓴다고 인정했다. 패션 비즈니스가 디자이너의 주요 업무는 아니지만, 디자이너의 작업이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당신이 만든 대상을 위해 지불한 금액만큼 그걸 좋아한다는 뜻이죠. 결국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건 고객들의 반응이에요.” 이런 세계관은 그와 코치가 함께 정의하는 새로운 럭셔리와도 연결된다. 그는 기존 럭셔리에 대한 개념에 반기를 든다. “배타적이어야 하고, 격식을 갖춰야 하고, 투자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개념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어요. 아끼거나 소중하게 다루고 많은 돈을 쓰는 건, 이제 구식처럼 느껴지죠.”
좋은 품질은 이런 담론에 끼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럭셔리는 태도에 대한 것이다. “옷을 입을 때 동일한 인상을 추구하고, 같은 걸 즐기는 거죠. 저는 그런 것들에 훨씬 더 흥미를 느낍니다. 제게 동시대적인 럭셔리란 개인적이고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에요.”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JANG DUK HWA
- 모델
- 최소라
- 헤어
- 김선희
- 메이크업
- 이지영
추천기사
-
리빙
태아 성별, 이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2024.12.03by 오기쁨
-
패션 뉴스
루이 비통×무라카미 다카시 협업 에디션 기념 애니메이션 2
2024.12.10by 오기쁨
-
패션 트렌드
자세한 럭셔리! 20년 전 런웨이에서 배우는 '가방 꾸미기' 트릭
2024.12.11by 이소미, Emma Bocchi
-
셀러브리티 스타일
겨울 룩의 품위를 지켜줄, 실속 있는 '이 소재'
2024.12.13by 이소미
-
엔터테인먼트
'로판 대공'이 현대 서울에 나타난다면?
2024.11.29by 이숙명
-
패션 트렌드
겨울에도 유효한 헐렁한 청바지와 우아한 셔츠 조합 5
2024.12.11by 장성실, 황혜원, Renata Joffre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