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ATELIER – ⑧ MR. (미스터)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⑧ MR. (미스터)
MR. in TOKYO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줄곧 미스터라 불렸지만, ‘미스터 무라카미’를 만난 후 본격적으로 이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도, 매우 성공적인 작명이었다. ‘미스터’에 내재된 익명성과 대중성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스승이자 선배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오타쿠 문화의 정수를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팝아트로 변형시켰다면 미스터는 그냥 그 자체로 오타쿠다. 그는 소녀 캐릭터에 열광하는 옆집 아저씨의 마음과 시선으로 예술을 한다. “오타쿠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입니다. 나의 역할은 세상 사람들이 이들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겁니다.” 이것이 “나의 판타지는 나 자신이 어린 소녀가 되는 것”이라 공공연히 선포한 리얼 오타쿠의 목표다.
아틀리에가 위치한 사이타마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대출 받아 집을 사고 도쿄로 출퇴근하는 동네다. 이렇다 할 개성도, 유행이나 문화의 특성도 없는 이곳은 그래서 포장되지 않은 가장 일본다운 곳일지도 모르겠다. 난수표를 표지판으로 삼은 미로처럼 얽힌 그의 아틀리에는 오타쿠의 방과 매우 흡사하다. 2014년 시애틀 아시안 아트 미술관에서 선보인 ‘Give Me Your Wings-Think Different’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욕망을 담은 소유물이었을 잡지, 만화, 생활용품을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가득 쌓아둔 형상. 이것이 쓰레기가 아니라 작품임을 알아차리려면 안에 들어가야만 하는데, 발을 들이는 순간 하나하나의 쓰레기가 원래 주인들의 사유로 되살아나 와글와글한다. 아르테 포베라(가난의 예술)에 영감을 받은 그가 고도성장기를 넘어 재난으로 다시 좌절을 맛본 일본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떤 수위의 작품이든 내놓을 수 있는 그에게 유일한 기준은 일본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스터는 필연적인 진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아니메로부터 예술을 끄집어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과거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풍경을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사연을 설정한다. 일본 오타쿠 문화가 젊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던 것에서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는 ‘모에’ 현상으로 발전함에 따라, 미스터의 소녀들도 성장하고 있다. 15~34세 사이의 무직자인 니트(NEET)족이나 마음의 병을 안은 ‘멘헤라’족도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오타쿠의 트렌드를 좇아가기 위해서는 1시간에 몇 번씩 트위터를 체크하고,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해야 한다. 이미 다른 세대가 되어버린 미스터는 젊은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예술로 길어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것이 나이 든 오타쿠의 딜레마이자 예술가의 숙명 그리고 영원히 미스터로 남을 수 있는 묘약이다.
- 에디터
- 윤혜정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Courtesy Galerie Perrotin, Artwork ©Mr.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 모델
- 박세라
- 비주얼 디렉터
- 김석원
- 헤어 & 메이크업
- 임희성
- 어시스턴트
- 오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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