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코미디의 여왕 에이미 슈머

2016.09.21

by VOGUE

    코미디의 여왕 에이미 슈머

    우리에겐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로 익숙하지만 에이미 슈머 는 공연 때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꽉 채우고, 코미디 쇼 〈인사이드 에이미 슈머〉를 시즌 4까지 이끈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날카롭고 음란하고 용감하고 ‘미치도록’ 솔직한 그녀는 언젠가 코미디로 세계를 정복할지 모른다.

    THE LONG VIEW 센트럴 파크에서 촬영하며 에이미 슈머는 말했다. “저만의 규칙을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게임에서 이기기보다는 법칙을 재정의하고 싶어요.” 가죽 코트는 더 로우(The Row), 힐은 지미 추(Jimmy Choo).

    THE LONG VIEW
    센트럴 파크에서 촬영하며 에이미 슈머는 말했다. “저만의 규칙을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게임에서 이기기보다는 법칙을 재정의하고 싶어요.” 가죽 코트는 더 로우(The Row), 힐은 지미 추(Jimmy Choo).

    코미디 쇼 <인사이드 에이미 슈머>가 시즌 4에 접어들었고, 회고록 <The Girl with the Lower Back Tattoo>는 선인세 만 9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극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가 에이미 슈머(Amy Schumer)를 할리우드 A급 스타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오늘날 활동하는 가장 흥미롭고 성공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현재 그녀는 6주간의 순회 공연을 한창 진행 중이다. 1,500석의 공연장을 가득 채우면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완성해가고 있다.

    슈머는 무대에서 근친상간과 배설물 같은 금기된 소재를 <South Park>처럼 겁 없이 솔직하게 얘기한다. 할리우드식 전술을 숭배하지도 않으며 LA도 싫어한다. “저는 뉴욕에 살고 있어서 할리우드의 경제논리를 따를 필요가 없어요. 아예 인맥이라는 게 없죠. 그래서 착한 척하지 않아요.” 그녀의 TV 쇼가 그토록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TV 경험이 거의 없는 작가들을 고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분적으로 그게 우리의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세상의 모든 농담을 다 들어봤을 정도로 나이 많은 전문가들이 아니거든요. 그것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녀는 호감 있게 보이는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런 태도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됐다. 안티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저의 혐오스러운 페미니즘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제게 오는 피드백은 감사와 분노가 반반이어서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직설적인 게 반드시 비열한 건 아니다. 슈머의 생각에 진짜 개 같은 건 고상한 척하는 정중한 겉치레다. “못된 여성들의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보다 솔직하고, 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호감’은 현대 페미니스트들에게 더러운 단어 같은 것이 됐다. 그 단어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상냥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심초사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정치인들처럼 코미디언들도 패션 감각이 세련되지 못한 걸로 악명
    높다. 슈머 역시 그렇다. 슈머는 자신의 옷차림을 놀리는 내용을 코미디 소재로 삼곤 한다. 그녀는 거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찍힌 자신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더 이상 노숙자 쉼터에 머물 수 없어’라는 얘기를 들은 여성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제가 유명인인 것처럼 기사를 씁니다. ‘슈머는 오늘 플리스를 선택했다’라고 말이죠.” 아울러 패션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고 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여길 뿐이라고 말했다. 슈머에게 패션은 호감을 얻기 위한 미친 짓의 핵심이다. 슈머가 선보인 가장 웃긴 촌극 중 하나는 당신의 몸이 샘플 사이즈가 아닐 때 쇼핑 중 일어날 수 있는 얘기를 다룬다. 그녀는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를 위해 체중을 감량했지만 이후 다시는 다이어트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외모로만 평가받는 여자들이라는 소재는 그녀를 힐러리 클린턴에게 사랑받게 해준 이슈 중 하나다. 슈머는 운동가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웃긴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시사회에서 무장한 남자에게 관객 두 명이 살해된 후 그녀는 총기 규제에 대한 길고 위험할 수 있는 공연을 잇고  있다. 공연은 웃기는 동시에 극도로 진지하다. 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에 사는 관객들을 거의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화나게 만들기도 한다.

    슈머가 하는 조크의 대부분이 지나치게 정치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공연 내용은 페미니스트들이 겪는 좌절과 진보주의적인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들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불평등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얘기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갈등이 생기더라도 두렵지 않아요.” 그녀의 TV 쇼는 대학 내 강간 사건 같은 중대한 문제를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다룬다. <인사이드 에이미 슈머>가 작년에 피바디 상을 수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롱아일랜드 출신입니다. 제가 세련되고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상은 변화를 이끄는 언론 매체 종사자들을 위한 상입니다. 그리고 후보에 오른 다른 분들은 에볼라와 싸우는 사람들이나 말랄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분들입니다. 그리고 우리 쇼가 있었어요.”

    35세인 슈머는 밀레니엄 세대다. 이 말은 그녀가 여성의 가치 척도로 ‘핫함’에 미칠 듯 집착하며 성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늘 남자에 미쳐 있었어요. 하지만 난잡하진 않았어요. 17세가 될 때까지는 섹스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오럴 섹스를 했어요.” 그녀는 깔깔 웃었다. “어릴 때부터 코미디에 미쳐 있었어요. 하지만 여자 친구 중엔 그런 애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자애들에게 끌렸습니다. 우린 모두 <The Jerky Boys>와 장난 전화와 ‘SNL’을 좋아했습니다. 힙합도 마찬가지였죠. 언어의 경제성과 디스 때문에 랩을 정말 좋아했어요.”

    1999년 그녀는 볼티모어 외곽에 있는 토슨 대학으로 떠났다. 그곳은 ‘핫한 여대생’ 랭킹에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1만8,000명이 재학하는 시끌벅적한 주립 대학이다. “신입생 때 모든 자존감을 잃어버렸어요. 저는 핫함에 있어 하위 25%에 속했을 거예요. 2학년 때는 여섯 명의 남자와 섹스를 하고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사만다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생각했지만 계획대로 풀리진 않았죠. 하지만 늘 섹스에 관심이 많죠.”

    22세이던 2003년엔 충동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섰다. “22번가에 있는 옛날 고담에 엄마를 포함해 네 명을 데려갔어요. 공연을 짜는 데 두어 시간이 걸렸고 7분간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게 된 오늘날까지 그녀는 무대에서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파악해왔다. “정말 열심히 하고 아주 재미있어야 하며,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여자들이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섹스 얘기를 하는 걸 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술 취한 걸레(Drunk Slut)’, 즉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여자라는 페르소나를 차용함으로써 그녀는 스스로를 아주 유명하고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성공과 바쁜 스케줄 때문에 스스로를 더 잘 돌볼 필요도 있었다. 슈머는 초월명상법의 열성적 수행자이며, 매주 침을 맞고, 카페인엔 손도 안 대고, 매일 아침 주스를 짜고, 쇼가 시작되기 전에 가족과 스태프들과 빙 둘러서서 기도한다. 시카고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 벤 해니시에게 푹 빠져 있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 조나단 레빈 감독의 모녀 액션 코미디 <Warm Bodies> 대본을 수정 중이다. 이 영화에 골디 혼과 함께 출연한다. “골디 혼은 저의 완벽한 영웅이에요. 그녀가 쓴 <A Lotus Grows in the Mud>는 수많은 어려운 순간에 저를 견디도록 해줬어요.” 혼 역시 슈머가 코미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아주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고 말한다.

    슈머의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필연적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겪어야 탄생하는 걸까? 그녀의 부모는 슈머가 12세 때 이혼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었어요. 이불을 덮어주고, 제게 시나트라 노래를 불러주고, 제가 참가한 모든 배구 경기를 보러 왔어요. 하지만 명백한 알코올 중독자였죠.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 아버지에 대한 농담을 담은 적 있어요. 아버지는 저를 집에 데리러 오곤 했는데 다음 날이면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모든 미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바람을 피웠다고 인정한 적 없지만 우린 짐작만 할 뿐입니다.” 슈머의 어린 시절은 분명 그녀에게 최고의 소재를 제공했다. “뭔가 나쁜 일이 시작되기 전에 늘 사람들을 웃겼어요. 웃기는 건 저의 방어 기제가 됐어요. 집에 24시간 코미디 신병 훈련소 같은 게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정말 슬픈 이유에서 시작된 거죠.”

    농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엄청난 초토화 전술을 쓰는 사람으로서, 소재의 한계가 없는 코미디언으로서, 그녀가 보호하는 유일한 사람은 가족이다. 그녀는 책 발간 전 어머니에게 그 내용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보냈다. “농담도 마찬가지예요. 남자 친구나 그의 엄마에 대해 농담을 한다면 그래도 괜찮은지 그들에게 미리 확인할 겁니다. 저는 모든 게 카피된다고 말한 노라 에프론과 달라요. 제겐 친구들과 가족이 승인할 때만 모든 게 카피됩니다.”

    슈퍼히어로들은 종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의 초능력을 발전시킨다. 그러므로 슈머가 발간할 에세이가 재미있는 건 당연하다. 슈머의 글에는 날카롭고, 음란하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상처받기 쉽고, 참을성 없고,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여성, 에이미 슈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슈머는 과거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대본 작업을 하며 “대본을 쓰는 것보다 나 자신을 보며 내가 괜찮지 않은 걸 깨닫는 게 더 힘들었어요”라고 말한 적 있다. 세상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지독할 정도로 직시하는 것. 에이미 슈머가 세상을 웃길 수 있는 동력이자, 우리가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나단 반 미터(Jonathan Van 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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