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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의 청춘 주연들 – ④ 이대훈

2021.08.11

리우 올림픽의 청춘 주연들 – ④ 이대훈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축제는 끝났다. 그곳에서 메달과 관계없이 우리에게 강렬한 뭔가를 남긴 리우 올림픽의 청춘 주연들. 매트 위에 선 자체로 아름답지만, 오늘 서울에서 또 다른 나로 새로운 인사를 건넨다. 누구에게 올림픽은 폭주하듯이 달려가는 목표였고, 누구에게는 산뜻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올림픽을 빼고도 할 이야기는 많다. 〈보그〉 뷰파인더 안에서 그들은 또 다른 영웅이다. ▷ ④ 이대훈

이대훈이 그리는 꿈의 풍경

이대훈이 입은 꽃 자수 장식 웨스턴 데님 셔츠와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니트 타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Ermenegildo Zegna Couture).

이대훈이 입은 꽃 자수 장식 웨스턴 데님 셔츠와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니트 타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Ermenegildo Zegna Couture).

이대훈이 입은 와이드 팬츠는 준지(Juun.J).

이대훈이 입은 와이드 팬츠는 준지(Juun.J).

이대훈이 입은 단추 자수 장식 하운즈투스 재킷, 실크 셔츠, 데님 팬츠는 구찌(Gucci), 블랙 실크 보타이는 디올 옴므(Dior Homme), 갈색 로퍼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이대훈이 입은 단추 자수 장식 하운즈투스 재킷, 실크 셔츠, 데님 팬츠는 구찌(Gucci), 블랙 실크 보타이는 디올 옴므(Dior Homme), 갈색 로퍼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이대훈이 입은 턱시도 코트와 타이는 87mm, 팬츠는 디올 옴므(Dior Homme).

이대훈이 입은 턱시도 코트와 타이는 87mm, 팬츠는 디올 옴므(Dior Homme).

근육이 빠진 상태라지만 여전히 탄탄한 몸의 이대훈.

근육이 빠진 상태라지만 여전히 탄탄한 몸의 이대훈.

이대훈은 올림픽이 끝나고 하루도 쉬지 못했다. 엑소의 열세 번째 멤버로 들여놔도 이질감 없을 외모,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부터 전국구로 주목받은 태권도 스타. 그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도 방송과 잡지 촬영, 각종 행사로 쉴 틈이 없다. “이런 것에 심취하지 않아요. 들뜨면 나중에 허탈하잖아요.” 그는 관심이야 감사하지만 지나갈 일이라 말했다.

그의 담백한 태도는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를 상담하는 심리 치료사가 “대훈이는 어쩜 그렇게 마음을 편히 먹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대부분의 선수가 폭주하듯 달리고 끝나도 앓는 올림픽이란 큰 무대도 그에게는 “생생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선수가 올림픽을 얘기할 때 이렇게 산뜻할 수 있다니. “물론 경기에 지면 아쉽죠. 하지만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리우 올림픽에서 자신에게 승리한 상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손을 들어주던 모습은 진심이다. 그는 이겼을 때도 상대를 배려해 세리머니를 과하게 하지 않는다. “상대는 슬픈데 나 혼자 좋아하기 그렇잖아요.”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자신을 이긴 상대의 손을 들어줬다. “살아오면서 많은 시합을 했죠. 그때마다 주변에서 정말 중요하다며 부담을 줬어요. 지나고 보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좀 성숙해진 거 같아요.”

이대훈은 다섯 살 때 태권도를 시작해 초등학교 때부터 상위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관심과 기대 속에 커온 아이. “중 1 때 형들을 제치고 전국 메달을 따고부터는 더한 기대를 받았죠. 부담이 커서 중2 때 메달을 하나도 못 땄어요. 주니어 대표가 된 고 2 때도 역시나 부담스러워서 메달을 못 땄죠. 생각해보면 그런 부담감에 지거나 이기거나 하면서 ‘멘탈’을 만들어왔어요. 앞으로도 넘어질 때가 있겠죠. 이젠 전보다 잘 이겨내고, 그걸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어 좋아요.”

그가 태권도나 일상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동반하는 단어는 ‘성장’ ‘발전’ 같은 진취적인 것이다. 훈련할 때도 올림픽을 생각하며 참는게 아니라, “팔굽혀펴기를 열 개 해내야, 다음엔 열한 개 할 수 있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독려한다. 그는 태권도 선수 이후의 인생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영어와 기타를 배우고, 앞으로 피아노와 제과 제빵에 도전하고 싶다. “태권도 말고도 배움에 대한 욕구가 커요. 점점 더 발전하는 저를 보고 싶거든요.” 그중 최대 관심사는 영어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꿈을 위해서고, 작게는 대회에서 만난 해외 선수들과 친해지고 싶어서다. “1년여 전부터 꾸준히 공부했는데, 최근에는 시합이 많아서 과외 선생님을 자주 못 뵀어요. 진짜 안타까워요. 작은 계획이라도 빈틈없이 달성해나가는 게 삶의 규칙인데, 그걸 못 지켰으니. 하지만 곧 다시 시작할 거예요.”

이대훈이 그리는 꿈의 풍경에도 ‘성장’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죠. 예를 들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일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하루에 한 끼는 같이 밥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은 나들이를 가는 거죠. 무엇보다 아내와 서로 성장하는 관계이고 싶어요.” 그 집 마당에 작은 식물을 키워 나무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했다.

    김나랑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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