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rvation Only
사전 예약 없이는 입성할 수 없다.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통화 버튼을 눌러 날짜와 인원을 말하고, 때론 메뉴까지 상의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레스토랑들.
윤가명가
롯데백화점 본점에 자리한 윤가명가 본점에 들어서면 이곳이 레스토랑인지 갤러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테이블 곳곳에 세심하게 관리된 도자기와 불상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어서다. 신선한 제철 재료만을 사용하기 위해 아예 농장을 운영하고 직원들이 직접 채소를 심어 정성껏 가꾼다. 내 가족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재료 준비 과정뿐 아니라 플레이트 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녹두죽을 시작으로, 보기에도 건강한 음식들이 코스에 따라 차례대로 나온다.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속을 빚은 계절 만두탕은 담백한 맛을 자랑하고, 디저트로 나오는 약과는 프랑스의 밀푀유와 비슷한 맛이다. 한식에 대한 애정과 손님을 향한 정성으로 가득 찬, 부모님께 대접하고 싶은 식사.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81
문의 02-2118-6227
메뉴 런치 코스 16만5천원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뿌리 온 더 플레이트
태양의 정기가 담뿍 담긴 뿌리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지난 4월 15일에 리뉴얼 오픈했다. 대부분 카페로 운영하고 종종 쿠킹 클래스도 여는데, 팝업 레스토랑을 깜짝 오픈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하는 자연식 메뉴와 팝업 레스토랑의 특별함 때문에 오픈 기간 내내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 토르티야 스타일로 만들어 제철 채소와 연근을 토핑으로 올리는 피자는 도우 선택이 가능하고, 피자 치즈 대신 무첨가 두유로 만든 소스를 얹기도 한다. 무설탕 디저트도 이곳의 인기 메뉴. 메이플 시럽으로 단맛을 내고, 밀가루 대신 현미 가루를 사용해 더욱 고소하다. 한 입 한 입 건강한 기운을 몸 안에 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26길 31
문의 070-4133-8126
메뉴 뿌리 채소밭 피자, 현미 들깨 리조토 모두 가격 미정
영업 시간 오후 2~9시(월, 화요일 휴무)
밍글스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지닌 상호처럼 동서양이 어우러진 담음새와 맛을 표현하고자 한다. 서양식 정찬처럼 나오는 플레이트에 동양적인 맛을 가미하는 식이다. 특히 게살장 비빔밥처럼 장을 사용하는 메뉴가 많다. 분기마다 재료와 메뉴가 바뀌는데, 여름을 맞아 다시 한 번 메뉴를 리뉴얼할 예정. 이곳은 요리뿐 아니라 디저트도 남다르다.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된장 크렘블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지만 먹다 보면 수긍이 가는 조합이다. ‘디저트의 디저트’ 격인 오미자 스위트 에그도 독특하다. 디저트 다음에 나오는 달걀을 샷 글라스처럼 손에 쥐고 입에 톡 털어 넣으면 안에 들어 있던 젤리가 입안에 호로록 담기는 묘미가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758
문의 02-515-7306
메뉴 점심 3만8천원, 저녁 8만8천원
영업 시간 정오~오후 2시 30분, 오후 6~10시 30분
메시야
경리단 골목길에는 ‘식사됩니다’라는 작은 팻말만 걸린 간판 없는 밥집이 있다.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남매가 오픈한 곳으로, 지금은 남동생과 친구 둘이서 운영하는 중. 잘생긴 두 훈남 주인장 덕분인지 유난히 여자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테이블이 하나뿐이라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다가 커플이 된 이들도 한둘이 아니라고. 정이 넘치는 이곳의 인기 메뉴는 ‘가지덮밥’으로, 싱싱한 가지와 메시야의 특제 소스를 흑미밥 위에 얹어 내온다. 또한 명란 소스와 고추냉이 소스를 곁들인 연근튀김과 은어포 연두부는 밥맛을 더욱 살려준다. 친구들과 함께 가도 좋고,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스레 대화가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가 이곳의 매력이니까.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23
문의 010-8886-6208
메뉴 당일 정해지는 메뉴 1만4천5백~1만5천5백원
영업 시간 정오~오후 3시, 오후 5~12시
파머스 러브레인
농부들에게 5월에 내리는 비는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5월의 비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껏 운영하는 파머스 러브레인은 자체 제작한 농기구로 직접 재배한 작물을 요리한다. 뒤편 텃밭에서 상추와 루콜라, 로즈메리 등을 길러 제철 재료의 싱그러움을 맛볼 수 있고, 식전 빵을 대신해 발사믹 소스를 곁들인 말린 채소를 내온다. 팬에 허브를 올리는 순간, 공간 전체에 가득 퍼지는 향이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기다리게 해준다.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1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메뉴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손님과 상의해 결정한다. 평상시엔 쿠킹 클래스가 주로 열리는 공간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식당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 225번길 8-6
문의 070-4155-8746
메뉴 코스 4만원부터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예약에 따라 변동)
마틸다
장진우 사단이 운영하는 가게 중 하나. 벽에 그려진 그림과 황동 촛대, 대리석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웅장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거의 유럽의 궁전을 방불케 한다. 메뉴는 한두 달 주기로 바뀐다. 요리 대부분이 오랫동안 정성 들여 조리해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재료 손질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는데, 일례로 마늘 하나도 육쪽마늘을 받아 매장에서 직접 다듬어 사용한다. 메뉴 중 밀가루를 섞지 않고 다진 소고기만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는 식감이 남다르다. 레드 커런트 소스와 청주에 졸인 바나나를 함께 내오는데, 상큼한 레드 커런트와 묵직한 바나나가 잘 어우러진 맛이다. 단품 메뉴는 당일 예약도 가능하지만, 코스 요리의 경우엔 이틀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40
문의 010-8272-0872
메뉴 코스 6만5천원
영업 시간 오후 6~10시 30분(주말 및 공휴일 오후 1~4시, 오후 6~10시 30분)
엄마 키친
예약은 최소 사흘 전까지만. 간판 같은 건 없다. 까다롭기도 하고, 어딘지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주고 싶어 깐깐해지는 엄마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식당이다. 채소와 고기는 당일 예약한 손님 수에 맞춰 구매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조미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메뉴는 단품 없이 코스로만 구성하되 식전엔 주방에서 구운 빵을 제공한다.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비롯한 유럽의 맛있는 음식들로 코스를 짜는데, 테이블에서 치즈를 녹여 버섯이나 고기와 함께 싸먹는 스위스 요리 라클레트는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맛은 물론이고, 먹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포근한 밥집.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23길 21
문의 02-742-2127
메뉴 코스 6만원 이상
영업 시간 화, 목, 토요일 오후 1시~8시 30분
앤드다이닝
카페 겸 큐레이션 숍인 앤드의 안쪽엔 정체 모를 문이 하나 있다.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문을 열면 숨겨진 공간이 펼쳐진다. 앤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앤드다이닝은 일종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소중한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보물 같은 장소다. 물론 인스타그램의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선 이미 핫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장진모 셰프의 손끝에서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은 거의 미니 쇼 수준이다. 코스 중간에 열기를 잠시 식혀주는 스톤이 나오는데, 바닥에 깔린 조약돌과 잘 구분이 가지 않는 스톤을 입에 넣으면 유자와 패션프루트로 만든 커드 초콜릿이 입안을 청량하게 다독인다. 시즌마다 바뀌는 코스는 재료보다 시즌 콘셉트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한다. 오는 6월부터는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뉴 노르딕 퀴진을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82
문의 02-790-5023
메뉴 디너 코스 14만5천원
영업 시간 오후 6시~자정(일요일 휴무)
(본 기사는 <보그 걸> 2015년 6월호 ‘Reservation Only’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
- 에디터
- 박소정 (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KANG KYUNG SUK, LEE HO HYUN, LEE JI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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