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Pairing
선수끼리 만난다는 말, 유지태와 이정현이 그렇다.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 〈스플릿〉에서 유지태는 인생의 스페어 처리를 못한 볼링 선수로, 이정현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생계형 브로커로 등장한다. 촬영장에서 둘은 20여 년의 연기 내공에 맞게 알아서 신을 만들었고, 사석에선 영화 얘기로 지새우는 술자리를 약속했다.
피곤해 보이는군요.
영화 <스플릿>이 끝나면서 드라마 <굿 와이프>에 들어갔는데, 또 2주만에 영화 <꾼>을 촬영하고 있어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매일 3~4시간씩 운동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한데, 요즘처럼 바쁠 때는 어떻게 생활 리듬을 찾나요?
얼른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웃음) 그래도 여전히 아침 6시에는 일어나 7시에 영어 수업을 듣고, 1시간씩 운동을 해요. 일상이 규칙적이어야 마음이 편해요.
이런 생활을 한 지 얼마나 됐나요? 설마 20대부터?
아니죠. 야행성이었어요. 촬영이 새벽에 끝나면 늦잠 늘어지게 자는. 그러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걸 못하더라고요. 30대 중반부터 바꾸기 시작했죠.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그거에만 올인했는데 이젠 일상과 잘 분배하려 해요. 체력도 그렇고, 가정도 돌봐야 하니까.
<타짜>, <도둑들>처럼 도박 관련 영화가 크게 흥행한 만큼, 관객들이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를 식상해 할 수 있는데요. <스플릿>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스플릿>이 중예산 영화라는 이유도 커요. 한국 영화계에서 예산이 그 정도인 영화가 나오는 게 중요하거든요. 대기업이 투자하는 큰 버전의 영화는 다양성, 창작성, 다른 지점, 재기 발랄함이 있기 힘들어요. 자본에 의해 컨트롤된, 가공될 가능성이 높죠. 중예산 영화는 그런 점에서 조금 자유롭죠. <스플릿>이 조금은 B급스럽고 독특한 매력이 살아 있겠다 싶었어요. 개런티의 반을 영화 수익이 생기면 나누기로 하고 출연했죠.
상대역인 이정현에게 믿는 지점이 있었기에 영화에 출연한 것도 있을 텐데요.
배우는 배우에게 참 영향을 많이 받아요, 좋은 배우에겐 그만의 경험, 스킬이 있고,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죠. 그런 점에서 전도연 선배와 연기하고 싶어서 <굿 와이프>를 한 거고요. 사실 드라마 배역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너무 야망에 차 있고, 드라마라 판타지적인 측면도 많고. 이번 영화에서는 이정현 씨에게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정말 무대에서 잘 놀아요.
유지태 씨도 계속 회자되는 영화의 신이 있어요. 10년, 15년이 흘러도 기억에 남죠.
좋은 감독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요. 영화는 드라마, 연극과 달리 이미지가 연상되잖아요. 어떤 장면이 있고, 그 안에 배우가 들어가 있죠. 그렇게 한 컷이 만들어져요. 그 컷이 어떤 컷과 부딪쳐서 시너지를 내고, 시퀀스가 만들어지고, 미장센을 이뤄내죠. 그렇기에 영화에서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어요. 내게 정말 좋은 이미지가 있다면, 박찬욱, 허진호, 홍상수, 그 외 많은 감독들이 이미지를 잘 형상화한 덕이에요.
개인적으로 아끼는 ‘이미지’가 있나요?
<봄날은 간다>도 있고, <올드보이>도 있고, <가을로>도 있고… 그리고 <스플릿>도 있죠.(웃음)
평소에 사회적 사안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은 어떤 분야인가요?
에코프렌들리한 삶이오.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차를 샀어요. 그리고 영화인들의 처우도 늘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엔 표준계약서대로 움직이니까 예전보다 처우 개선이 됐지만 여전히 영화감독들은 외로워요. 판도 작은데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려 하고, 자본은 설탕 발린 바나나칩 같은 영화만 만들려 하니까요. 감독을 준비하는 제 친구도 그렇고, 단물만 빨린 채 지쳐가는 그들이 안타깝죠. 제가 큰 힘은 안 되더라도 뭘 하면 상황이 나아질까 고민하고 있어요.
등 근육이 예뻐요.
발레를 해서 그런가 봐요.(웃음) 초등학교 때 3년 정도 하다가, 다시 시작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어요. 계속 전신에 힘을 주니까 운동도 되고, 스트레칭하면서 피로가 많이 풀려요. 촬영 중에도 틈나면 어디서든 발레를 해요.
‘짝퉁’ 가방을 멘 허당 브로커로 나와요. 이런 밝은 역할은 처음 아니에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전 주로 센 역할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범죄소년>에선 평범해 보여도 미혼모였고, <명량>에선 남편을 잃은 벙어리 여인이었죠.
‘스트라이크’처럼 내 인생에서 정말 통쾌하게 잘했다 싶은 일은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선택한 거요. 처음에 제안이 들어왔을 때, 소속사가 제게 연결도 안 하고 끊어버린 작품이에요. <범죄소년>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후로 비슷한 영화가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다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고 안국진 감독님을 만나서 캐스팅은 됐냐, 이정현 어떠냐고 하셨는데, 이미 거절한 뒤였어요. 박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시나리오를 읽었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죠. 그때 “너 그런 거 또 해? 돈도 안 받고? 그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해?”라면서 주변에서 뭐라고들 했어요. 제작비가 그래도 5억 이상은 되어야 그림이 어느 정도 나오는데, 이 영화는 너무 저예산이니 잘 나올지 모르겠다면서. 근데 저예산이라 미술 작업을 많이 못하니 클로즈업이 많았고, 오히려 연기가 더 부각됐죠. 감독님도 너무 똑똑하셨고요.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KIM DO WON
- 스타일리스트
- 곽새봄
- 헤어
- 정원(@김활란뮤제네프, 유지태), 손예산(@순수, 이정현)
- 메이크업
- 박혜영(@김활란뮤제네프, 유지태), 최수경(@순수,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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