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with Ideas
파리 패션 위크가 한창이던 10월 3일 월요일 오후. 평소 적막했던 포부르 생토노레 54번가의 꼼데가르쏭 트레이딩 뮤지엄이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베트멍의 두 번째 책 <Vetements Summercamp>의 출판 기념회 때문이다. “프랑스 시골의 어느 집을 빌려 이틀 밤을 보냈어요. 요리하고, 놀고, 수다 떨고, 옷을 촬영하고, 웃고. 정말 재미있게 보냈죠.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브랜드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아담, 디제이 겸 모델 클라라 데샤예, 모델 폴 아믈린 등 잘 알려진 베트멍 사단의 시간이 480페이지에 펼쳐져 있다. 이들이 2017 S/S 옷을 입고 있어 시의성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사진은 베트멍의 첫 책을 맡은 피에르 안주 칼로티(Pierre-Ange Carlotti)가 맡았다.
뎀나를 포함한 베트멍 크루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패션 관계자들과 패션 팬들은 사각형 중정에서 다신 오지 않을 2시간을 보냈다(행사는 2시간 동안만 진행됐다!). 출판사 아이디어북스가 준비한 300부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출판사는 하루씩 순차적으로 판매처를 늘렸지만 온·오프라인은 연일 품절 사례.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어북스는 지난 6개월간 구찌, 고샤 루브친스키와 꾸레주 등 제일 잘나가는 브랜드와 책을 냈다. 알라스데어 맥라런이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팔라스를 입은 소년을 찍은 <The Palace Book>, 파리 <보그> 패션 디렉터 수잔 콜러의 책 <Red Lips, Attitudes and Other Obsessions> 모두 아이디어북스의 최근작(대부분 500부, 1,000부 한정판).
그나저나 왜들 패션 사진 ‘책’에 열광할까? “책을 사는 게 하이패션에 저렴한 가격으로 동참하는 최고의 방법일지 몰라요. 60달러짜리 베트멍, 구찌 책은 브랜드의 티셔츠보다 훨씬 싸니까요.” 아이디어북스 대표 데이비드 오웬이 말했다. “또 좋아하는 브랜드를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우하는 건 쉽지만, 책은 ‘팬덤’ 혹은 ‘감상’의 물질적 증거거든요. 베트멍이나 고샤 루브친스키의 옷을 사 입는 것보다 그들의 책을 산다는 건 옷 이면에 존재하는 브랜드의 창의성을 이해한다는 느낌을 주죠.”
오웬은 아이디어북스가 쿨한 출판사가 된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베트멍과의 첫 사진집에 담긴 백스테이지 사진은 이미 베트멍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것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정말 많이 좋아해요. 윌리 반더페레가 찍은 라프 시몬스의 옷도 마찬가지죠. 이미지가 이미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거지만 하루 만에 품절됐어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영구적 아카이브로 여기진 않는 듯해요.” 그렇다면 아이폰 시대의 종이 사진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종이책은 ‘잘’ 죽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디어북스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중이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IDEA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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