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악마는 똑같은 슈즈만 신는다?

2016.11.07

by 김지영

    악마는 똑같은 슈즈만 신는다?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늘 똑같은 샌들을 신고있다. 패션계 여왕의 신발에는 무슨 비밀이  숨겨져있나?

    2016년 한 해, 패션 위크와 영화제, 정치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낸 안나 윈투어. 그런데, 옷은 계속 바뀌지만 신발을 늘 그대로입니다. 한 여름 날씨의 뉴욕 패션쇼 기간이나 쌀쌀한 파리 패션쇼 기간에도 그녀가 신은 신발은 한결같이 누드 컬러 샌들!

    17S/S 뉴욕 패션 위크 타미 힐피거 쇼

    힐러리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 차림으로 클린턴의 대선 기금 모음 행사에 나선 안나 윈투어

    17S/S 뉴욕 패션 위크 후드 바이 에어 쇼. 옆자리에 앉은 시아라의 부츠를 보며 대화중입니다. 늘 똑같은 슈즈만 고집하는 그녀에게 시아라의 부츠가 다소 과격해 보였던걸까요?

    17S/S 뉴욕 패션 위크

    17S/S 파리 패션 위크 생 로랑 쇼 프론트 로

    트라이베카 영화제 오프닝 행사

    17S/S 뉴욕 패션 위크 타미 힐피거 쇼에 참석한 게스트 시에나 밀러와 함께

    올 해 이 구두에 특별히 꽂힌 것 아니냐고요? 그렇다기엔 2015년에도 반복적으로 이 슈즈만 신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6S/S 마이클 코어스 쇼. 미국 <보그>에디터인 버지니아 스미스와 그레이스 코딩턴 사이에 앉은 안나 윈투어의 누드 샌들

    2015 CFDA 시상식에 참석한 날. 꽃무늬 롱 드레스 밑 단 사이로 살짝 드러난 누드 샌들

    마크 제이콥스와 함께 제 67회 파슨스 패션 베네핏 행사에 참석할 때도 역시 같은 슈즈

    마이클 코어스의 뉴 스토어 오프닝

    16S/S 뉴욕 패션 위크 기간 맨해튼에서 포착된 파파라치 사진

    미국 <보그>가 주최하는 패션계 빅 이벤트, 멧 갈라의 레드 카펫에도 누드 샌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14년에도 이 누드 샌들은 계속해서 등장했었군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안나 윈투어 코스튬 센터가 문을 연 기념비적인 날.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포옹하는 순간에도 이 샌들이 등장합니다

    '2014 올해의 여성' 시상식에서 프라다 룩에 바로 이 샌들을 또 신었습니다

    2015년 뿐 아니라 2014년 CFDA 시상식에서도 같은 샌들을 신었네요

    15S/S 프로엔자 스쿨러 쇼 프론트 로

    15S/S 캐롤리나 헤레라 패션쇼 프론트 로

    15S/S 버버리 컬렉션에 참석한 날도 같은 샌들 차림

    15S/S 캘빈 클라인 프론트 로에서도 발견된 누드 샌들

    설마 2013년에도? 네, 맞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를 오가는 동안 똑같은 슈즈가 동행했습니다.

    6월, 자선 행사 'Gods Love We Deliver' 오프닝에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참석할 때도 마찬가지

    9월, 마크 제이콥스의 14F/W 컬렉션이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도 같은 샌들이 목격됩니다

    9월, 런던 켄싱턴 가든에서 열린 14F/W 버버리 쇼. 비가 오는 날씨에도 누드 샌들을 고수했군요

    9월, 14F/W 파리 패션 위크 발망 프론트 로에도 같은 슈즈를 신은 채 앉아있군요

    10월, 베니티 페어가 주최한 시네마 소사이어티 행사에 프라다 코트와 함께 매치된 누드 샌들

    짐작하겠지만, 2012년에도 이 슈즈는 반복적으로 등장했었습니다.

    2월, 밀라노에서 열린 'Miuccia Prada And Elsa Schiapparelli: Impossible Conversations' 전시 오프닝을 둘러보는 그녀의 발에는 역시 누드 샌들이 신겨져 있습니다

    6월, CFDA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안나 윈투어. 시상대 아래로 누드 샌들이 살짝 보이죠?

    7월, 딸 비 섀퍼와 함께 파리 오뜨 꾸뛰르 샤넬 쇼장을 찾은 날

    9월, 13 S/S 보테가베네타 쇼 장의 프론트 로

    2012 패션 나이트 아웃 행사장에 절친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와 함께 등장. 역시 같은 신발을 신고 왔습니다

    9월, 뉴욕 패션 위크의 랄프 로렌 쇼장.

    9월, 13S/S 버버리 쇼장. 해마다 버버리 쇼에 같은 슈즈를 신고 나타난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10월, 보스톤 박물관에서 열린 마리오 테스티노 사진전. 프라다 룩과 누드 샌들의 조합입니다.

    2011년에도!

    2월, 뉴욕 패션 위크. 타이트한 스웨터와 스커트, 역시 누드 샌들로 마무리했습니다

    9월, 보디가드들을 대동하고 뉴욕 패션 위크에 나타난 안나 윈투어

    9월, 미국 <보그> 커버걸이었던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나란히 로다테 12S/S 쇼 프론트 로를 장식했네요

    9월, 역시 똑같은 슈즈를 신고 참석한 버버리 12S/S 컬렉션

    9월, 파리 패션 위크 기간 포착된 파파라치 사진

    9월, 캐롤리나 헤레라 쇼 프론트 로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슈즈가 눈에 띕니다

    9월, 밀란 패션 위크 미소니 쇼장에서도 마찬가지

    칼 라거펠트와 함께 참석한 2011 트라이베카 영화제 레드 카펫

    그리고, 2010년도 역시!

    2009 F/W 미드햄 키르초프 쇼 프론트 로

    2009 S/S 에르뎀 패션쇼 프론트 로

    제 7회 CFDA 시상식

    패션 나이트 아웃 행사에 그웬 스테파니와 함께 참석

    2009년과 2008년, 2007년에도 마찬가지죠.

    2007년 9월, 뉴욕 패션 위크

    2008년 2월, 뉴욕 패션 위크 앤 클라인 쇼 프론트 로

    2008년 8월, 제 8회 US 오픈 대회에 참석

    2009년 9월, 10 FW 랑방 쇼에 참석

    2009년 9월, 타미 힐피거 맨해튼 5번가 스토어 오프닝에 참석

    2009년 10월, 10F/W 발렌시아가 쇼로 향하는 중

    과연, 패션계를 호령하는 슈퍼 파워 우먼 안나 윈투어가 늘 같은 신발만 신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지나치게 알뜰하고 검소해서? 아마도 그건 아닐겁니다. 비단뱀부터 담비털까지 고급스럽고 값비싼 모피를 즐겨입는다는 이유로 동물보호연대 PETA에게서 거센 공격과 비난을 받아온 장본인이니까요.

    안나 윈투어가 방문한 칵테일 파티장 앞에서 PETA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요

    2006년 런던, 안나 윈투어가 참석한 모 브랜드 파티장 앞에서 PETA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요

    검소한 것과 거리가 먼 그녀가 똑같은 슈즈만 고집하기 시작한 건 자그마치 20여년 전,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슈즈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은 안나 윈투어의 발 모양을 본 따 라스트를 제작하고 그녀만을 위한 커스텀 슈즈를 선물했습니다. 그녀의 곧고 가느다란 다리를 강조해 줄 심플한 투 스트랩의 누드 슈즈를 디자인한거죠.

    마놀로 블라닉이 특별 제작해 준 커스텀 슈즈가 처음 등장한 건 바로 이 때

    마놀로 블라닉이 특별 제작해 준 커스텀 슈즈가 처음 등장한 건 바로 이 때

    이 슈즈에 그야말로 ‘중독된’ 안나 윈투어는 이듬해부터 매년 디자인을 조금씩 달리하며 몇 켤레씩 주문했죠. 안나가 매일 이 신발만 신으면서부터 이 누드 샌들에는 ‘AW(Anna Wintour)’라는 모델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마놀로 블라닉은 그녀가 지금까지 몇 켤레의 누드 샌들을 주문했는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신발장에 늘 이 누드 샌들을 가득채워 놓는다는 사실은 고백했습니다. 당연히, 새 구두로 말이죠! “약간 밝은 톤과 약간 어두운 톤, 두 가지 누드 컬러를 사용합니다. 굽 높이나 스트랩등이 아주 약간씩 달라지는데, 그건 전적으로 안나가 결정합니다.”

    마놀로 블라닉이 디자인한 일명 'AW' 샌들

    22년전, 마놀로 블라닉이 디자인한 일명 ‘AW’ 샌들

    그녀의 2000년대 초반 사진들에서도 이 누드 샌들이 꾸준히 발견되는 이유입니다.

    2002년 9월, 'New Yorkers For Children' 갈라 디너

    202003년 9월, 뉴욕 패션 위크

    2003년 9월, 딸 비 섀퍼와 함께한 튤레 쇼 프론트 로

    2004년 9월, 타미 힐피거 쇼 프론트 로

    2005년 9월, 베라왕 쇼 프론트 로

    2006년 9월, 랙앤본 쇼 프론트 로

    2006년 9월, 피터 솜 쇼 프론트 로

    아무리 마음에 드는 신발이라지만,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이 같은 슈즈만 고집한다는 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신상 슈즈들을 가장 먼저 접하는 장본인일텐데 그 어떤 신발도 그녀를 유혹하지는 못하나 봅니다. 40여년간 고수하고 있는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대목! 어쨋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아니라 ‘악마는 마놀로를 신는다’가 더 적절한 비유일 것 같군요!

    2013년 9월, 어덤의 14S/S 패션쇼 프론트 로

    2013년 9월, 14S/S 에르뎀 쇼 프론트 로

      에디터
      김지영
      포토그래퍼
      SPLASHNEWS, GETTYIMAGES/IMAZIN, REX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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